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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지노위, 두 지점을 하나의 사업장으로 인정하고 헤어디자이너 근로자로 인정

헤어디자이너를 합산한 두 지점의 근로자 수를 더하면 5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
미용업계 가짜 3.3 + 사업장 쪼개기 통한 5인 미만 위장, 청년노동자 착취 심각

2026-03-2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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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샛별 노무사사무소)
[로이슈 전용모 기자] 지난 2025년 2월 20일 대법원이 기본급 없이 임금 전체를 인센티브로 받는 헤어디자이너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미용실 원장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례에 이어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헤어디자이너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정이 나왔다.

충남지노위는 2026년 2월 23일 이 사건 구제신청의 사용자 적격은 원장에게 있음을 확인하고 부당해고임을 인정했다. 이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이 사건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번 판정이 의미가 있는 것은 ① 당사자가 헤어디자이너가 아닌 인턴(스탭)임에도 제3자인 헤어디자이너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했고, ② 그 과정에서 사용자가 제출한 디자이너들의 ‘프리랜서 위촉증명서’와 ‘자유직업 소득자 계약서’에도 불구하고 실질주의 원칙에 따라 판단했다는 점, ③ 프리랜서 위장과 사업장 쪼개기가 모두 인정되었다는 점이다.

최근 이른바 ‘가짜 3.3’으로 불리는 노동자 오분류와 ‘사업장 쪼개기’를 통한 5인 미만 위장 사례가 빈번하게 적발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만들면 근로기준법의 핵심 조항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고, 프리랜서로 위장하면 4대보험료 사업자 부담분 납부를 회피할 수 있고, 연차휴가, 주휴수당, 가산수당, 유급휴일, 퇴직금이 발생하지 않아 인건비의 1/3 이상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 천안 소재의 H헤어는 사업장을 쪼개어 두 지점(원장과 부원장 명의/두정역점, 성정두정점)을 별개의 회사인 것처럼 만들고, 헤어디자이너와 인턴을 4대보험에 가입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했다. 이에 당사자가 4대보험 가입을 요구하자, 노무 관련 문의와 4대보험 가입 요구를 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며 해고하고, 4대보험 소급 가입에 대한 기장료를 납부할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사건의 쟁점은 크게 세가지 였다. ① 별도의 사업자등록에도 불구하고 두 지점을 하나의 사업장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② 두 사업장의 인턴을 더해도 5인 미만이기 때문에, 헤어디자이너를 근로자로 보아 5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 ③ 근로관계 종료가 해고에 해당하는지, 그 경우 해고의 정당성이 있는지 여부다.

이 사건 사용자들은 심문회의 전까지 두 지점이 별개의 사업장이라고 주장했으나, 신청인이 이유서에서 하나의 사업장으로 볼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하자 하나의 사업장임을 인정한다고 번복했다. 그러면서도 헤어디자이너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주장했다.

그러나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기본급이 없는 인센티브 형태로 급여가 지급되지만 인센티브 지급 구간을 사용자들이 정하고 모든 헤어디자이너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 시그니처 시술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술에서 헤어디자이너에게 가격 결정권이 없는 점, 헤어디자이너의 업무를 보좌하는 인턴의 인사권이 원장에게 있는점, 인센티브 비율을 원장이 정하고 헤어디자이너가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점 등 독립사업자성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근거로 헤어디자이너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이에 두 지점의 헤어디자이너와 인턴을 더하면 상시 5명 이상을 사용하는 사업장에 해당하며, 이 사건 근로자가 사직 의사를 표명한 적은 있으나 3일만에 적법하게 철회됐고, 이후 1개월이 지나 사용자가 “그만 나와라”라고 한 것은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구두로 해고를 통보했기 때문에 서면통지 위반으로 해고의 정당성은 판단할 필요가 없었다.

충남노동권익센터를 통해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노동청 진정을 제기한 신청인 A씨는 “만약 혼자 싸워야 했다면 부당해고를 인정받기 정말 어려웠을 것 같다. 일하는 과정에서 부당함을 느끼더라도 근로자가 회사 상대로 싸우기로 결심하기 너무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숨어있는 법 위반에 대하여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한다”고 판정의 소회를 밝혔다.

충남노동권익센터의 한정애 센터장은 “가짜 3.3 문제는 노동시장에 만연한 문제였다. 더욱이 미용업계에도 가짜 3.3과 사업장 쪼개기를 통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은 사업자의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이용되어 왔는데, 이번 충남지노위의 판정으로 미용업계에 종사하는 디자이너, 인턴(스탭)에 대해 노동자성이 인정된 점, 프리랜서 위장과 사업장 쪼개기에 대해 위법 행위로 인정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며 “모든 일하는 사람의 권익 증진과 권익보호를 위해 충청남도 노동권익센터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충남노동권익센터 권리구제단으로 활동하는 하은성 노무사(충남지노위 사건 신청인 대리인)는 “이번 판정은 헤어디자이너의 주관적 의사에 관계없이 객관적인 사실과 자료를 바탕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했고, 업종 특성을 고려해 독립사업자성이 있는지 여부를 중점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판정을 평가하며 경제적 종속성 위주로 판단 기준의 비중이 강화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 “당사자가 나서기 어려운 구조와 늘어나는 위장 사업장 수를 고려할 때, 고의적인 노동자 오분류 및 5인 미만 사업장 위장을 규제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2013년에 이어 2021년 미용실 스탭&헤어디자이너의 근로조건을 실태조사한 청년유니온의 김설 위원장도 “이번 결정은 ‘가짜 3.3’과 ‘사업장 쪼개기’라는 비정상적인 관행 뒤에 숨어 청년들의 노동권을 침해해온 미용업계의 고질적인 악습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5인 미만 위장 사업장 문제는 비단 특정 업체만의 일이 아니라 청년 노동자 전반에 만연한 착취 구조”라며 “정부는 기획 근로감독을 통해 현장의 위법 행위를 뿌리 뽑으면서 노동자 오분류를 방지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온전히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년 고용노동부는 ‘가짜 3.3’과 ‘사업장 쪼개기’에 대한 단속 의지를 드러내면서 최근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 위반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별도의 처벌이나 페널티가 없는 현행 법체계에서는 사용자의 노동법 회피를 막을 수 없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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