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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합의, ‘얼마를 줘야 하나’보다 먼저 볼 것들

2026-01-29 14: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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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한수 변호사
[로이슈 진가영 기자] 형사사건 피의자나 피고인들이 가장 흔히 묻는 질문은 “합의 시 형량이 감경될 수 있는지”다. 실제로 교통사고, 폭행·상해, 성범죄, 업무상 과실 사건 등에서 피해자와의 형사합의 여부는 수사와 재판 단계 모두에서 중요한 양형 요소가 된다. 다만 합의가 무죄 판단이나 면책으로 직결되지는 않으며, 합의금 역시 정형화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형사합의란 말 그대로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다. 교통사고·폭행·업무상 과실치상 등 많은 사건에서, 합의는 처벌 수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부 범죄, 예를 들어 특정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공소 제기가 제한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성범죄와 가정폭력 사건에서는 친고죄·반의사불벌죄가 크게 축소되면서, 합의만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신 합의 여부는 양형 참작 요소로서 비중이 커졌다.

합의금에는 법정 ‘요율표’가 존재하지 않으며, 피해 정도, 가해행위의 중대성, 당사자들의 경제력 및 보험 가입 여부, 사건의 형사·민사 병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동일한 교통사고라도 전치 2주의 진단과 평생 후유장애가 남는 사고에서 요구되는 합의금 수준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보니 이 정도면 된다더라”는 식의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협상을 시도하면, 오히려 분쟁만 키울 수 있다.

형사합의서 작성도 중요하다. 통상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추가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지만, 피해 회복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포괄적인 면제 문구를 넣으면 나중에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막히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가해자 입장에서도, 실제 사실 이상으로 과도한 책임을 인정하는 표현은 향후 다른 사건이나 보험 분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이 “합의를 언제, 어떤 순서로 시도하느냐”이다. 수사 초기부터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 회복 의지를 보이는 경우와, 1·2심에서 실형이 예상되는 시점에야 뒤늦게 합의를 시도하는 경우는 재판부의 체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동일 피해자에 대한 여러 누적된 사건에서는 단순 합의금 액수보다 가해자의 행동 변화와 재범 방지 대책 제시 여부가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김한수 대표변호사는 “형사합의는 ‘얼마를 줘야 끝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 회복과 양형, 이후 민사 책임까지 통째로 설계해야 하는 과정”이라며 “사건 성격에 따라 합의가 실형을 피하는 핵심 카드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아무리 큰 금액으로 합의해도 실형을 피하기 어려운 유형도 있는 만큼, 감정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사건 구조와 법리를 먼저 점검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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