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전주지방법원 민사부는 지난 12월 30일, 이같이 선고했다.
사안의 개요는 원고는 주식회사 B 소속의 운전사(지입차주)로서, 2024년 9월 30일경 사업주로부터 군산시 C동 소재 D 군산공장에 화약약품을 운송하는 내용의 배차를 받았다.
원고는 위 배차에 따라 2024. 10. 1. 06:00경 자택 차고지에서 25톤 탱크로리 대형화물차량(‘이 사건 가해차량’)을 운전하여 D 군산공장으로 향하던 중, 같은 날 7시 45분경 익산시 함라면 금성리 소재 금성교차로(‘이 사건 사고장소’)를 용안 방면에서 군산 방면으로 진행하였는데, 당시 교차로 신호가 적색신호였음에도 그대로 교차로에 진입하였고, 같은 시각 황등 방면으로 녹색신호에 따라 진행하던 소외 망 F가 운전하던 차량(‘이 사건 피해차량’)의 앞부분을 이 사건 가해차량의 우측면으로 충격하는 교통사고(‘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 교통사고로 피해차량과 가해차량은 각각 튕겨져 정차하였고, 원고와 피해 차량 운전자는 모두 G병원으로 이송되었는데, 피해차량 운전자는 사망하였고, 원고는 요추의 폐쇄성 골절, 좌측 대퇴골 간부의 분쇄골절 등 1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중상을 입었다.
원고는 위 상병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는데, 피고는 이 사건 사고가 원고의 신호위반이라는 범죄행위로 발생한 것이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이 사건 처분‘)을 했다.
이에 원고는, 단순히 근로자의 과실로 인하여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고가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서는 안 되고, 이 사건 교통사고처럼 운전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경우에는 여전히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청구했다.
법률적 쟁점은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5. 22. 선고 98두4740 판결 등 참조).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는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범죄행위’에는 형법에 의하여 범죄행위가 포함되는 것은 물론 특별법령에 의해 처벌되는 행위도 제외되지 않으므로 도로교통법상 범칙행위도 범죄행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의 취지 참조),
한편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부상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부상을 입은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신호위반 등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등 참조).
법원의 판단은 이 사건 사고장소는 왕복 7차로와 왕복 5차로가 교차하는 대형 교차로이고, 원고는 적색신호임에도 이를 위반하여 교차로에 진입한 점, 원고는 상당히 먼 거리에서부터 적색신호를 육안으로 쉽게 인지할 수 있었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정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점, 이 사건 사고장소는 시야 확보에 특별한 제약이 없었으므로 원고가 피해차량을 인지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는 만 52세로 특별히 고령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10년이 넘는 화물차 운전 경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사고 당시 건강상 문제나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돌발 상황도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사고는 근로자가 도로교통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지 않고 운전업무에 종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통상적인 위험의 정도와 범위를 초과한 사안이라고 보아야 하고, 그러한 과실로 20대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 이 사안에 있어서, 이것을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이라고 쉽게 보기는 어려움. 결국 이 사건 사고가 원고의 집중력 저하 및 판단착오로부터 비롯된 사고에 불과하다거나 원고의 업무에 통상 수반되는 범위 내의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고, 운전업무에 종사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의 정도와 범위를 초과한 경우로서 업무와 상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법원은 원고의 범죄행위(신호를 위반하여 이 사건 사고를 발생시킴)가 이 사건 상병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므로,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선고했다.
김도현 로이슈(lawissue) 인턴 기자 ronaldo07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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