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사건은 피고인 김씨가 피고인의 직장 내 초과근무 수당 부정 수급이 의심되는 사람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고발장 표준서식에 맞추어 사내 공문 등을 통해 알게 된 피고발인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번호 등(이하 ‘이 사건 개인정보’)을 고발장에 기재해 경찰서에 제출한 행위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 위반(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제공 행위) 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윤석열 대통령실 직원 채용행태에 대한 의혹제기, 한동훈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취재, 경찰의 억압적 수사관행 고발 등에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되는 상황들에 대해 비판을 해왔고 이러한 개인정보보호법의 과도한 해석, 적용이 비리를 고발하고자 하는 언론과 개인의 공익적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아 본 사건에 대한 무료 변호를 지원했다.
1심, 2심 법원 모두 피고인 김씨의 이러한 행위를 유죄로 판단했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고발인의 개인정보를 취득하는 과정에 불법이 없었고, 이 개인정보들은 수사기관이 신속하게 고발대상자를 특정하고 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라는 점, 고발은 받은 수사기관은 이 사건 개인정보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피고인이 고발장에 이 사건 개인정보를 기재함으로 인해 피고발인에게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고발장을 제출받은 수사기관이 이 사건 개인정보를 수사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등의 행위를 할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이나 범죄혐의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 고소 · 고발 또는 수사절차에서 범죄혐의의 소명이나 방어권의 행사를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서류나 증거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여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이때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정보 제출자가 개인정보를 수집 · 보유하고 제출하게 된 경위 및 목적, 개인정보를 제출한 상대방, 제출 행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제출인지 여부, 비실명화 등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 가능성 및 조치 여부와 내용, 제출한 개인정보의 내용, 성질(민감정보 여부 등) 및 양, 침해되는 정보주체의 법익 내용, 성질 및 침해의 정도, 개인정보를 제출할 다른 수단이나 방식의 존재 여부, 다른 수단이나 방식을 취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출하게 된 불가피한 사정의 유무 등 개별적인 사안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사건담당변호인인 손지원(법무법인 혁신, 오픈넷 자문위원)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개인정보보호법이 과도하게 해석, 적용되어 국민의 공적인 권리로 규정되어 보장받는 고소, 고발, 소송에 필요한 행위조차 범죄화하며 전반적인 사회 고발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부당하고 위헌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방지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평했다.
이번 판례로 인해 적어도 고소, 고발장 서식에 따라 합법적으로 알게 된 타인의 개인정보를 적어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상식적인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형사처벌되는 부당한 일은 없어질 것이고, 많은 시민과 변호사들이 고소, 고발, 소송제기시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걱정해야 했던 폐단이 상당히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이번 판결이 나올 때까지 피고인 김씨는 수년간 피고인의 지위에서 죄인처럼 재판을 받아야 했고 큰 심리적 위축을 겪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의의를 되새겨 모든 사법, 행정기관들은 개인정보보호법의 과도하고 기계적인 적용 관행을 탈피하고, 입법기관은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과 같이 ‘공익을 위한 개인정보처리’를 적법한 정보처리로 인정하는 조항을 마련하고 ‘언론 취재 보도를 위한 개인정보처리’를 폭넓게 허용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선량한 고발자들을 형사적 위협으로부터 더욱 보호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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