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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 과거 회계부정 사실 빌미 돈과 근무보장 요구 '집유'

2025-08-11 08:03:45

창원지법.(로이슈DB)이미지 확대보기
창원지법.(로이슈DB)
[로이슈 전용모 기자] 창원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성환 부장판사, 홍진국·고유정 판사)는 전직 대기업 직원인 피고인이 과거 회계부정 사실을 빌미로 억대 금액과 근무 보장을 요구하며 협박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공갈),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피고인에게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공갈)의 점은 무죄.

피고인은 회계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회사의 비위 사실을 알게 된 것을 기회 삼아 2011년경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회사의 자료를 이용하여 일반적인 회사원은 상상하기 어려운 사항들을 요구하여 관철시켰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2011년경 자신이 보유한 회사 자료를 전부 폐기하고 다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했음에도 계속하여 보관하고 있다가 약 12년이 지난 2023년경 정년이 다가오자 같은 자료를 꺼내 또 다시 회사를 협박하며 돈과 다른 일자리를 요구하면서 이 사건에 이르렀다.

피해자 C는 창원시 성산구에 본사를 둔 철도차량 및 부품에 대한 설계, 제조, 판매 및 개조, 개조, 군납물자 및 장비와 부품에 대한 제조, 조립시험 및 판매, 산업기계 및 플랜트 설비에 대한 설계, 제조 판매 및 개조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피해자 F의 자회사이자 M에 속한 회사 중 하나이다.

피고인은 1990. 8. 13.경 이 회사 경리부 사원으로 입사해 근무하던 중 2009년도 3분기 정기감사에서 회사자금 약 4,8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져 2011. 3. 8.경 의원 사직했다.

피고인은 F의 H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비자금 관련 횡령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이후 사회적 분위기를 이용해 사직하기 전 C의 회계 부정에 대한 문제제기 또는 비자금 조성 관련 의혹 제기를 할 것처럼 피고인의 상급자인 상무에게 겁을 주어 2011. 4. 7.경 위 상무로부터 ‘관련 분쟁을 종식한다’는 조건으로 3억 9000만 원(상무의 아파트 담보 은행 대출/C에서 1억9000만 원 보전)을 지급받고, 2011. 12. 22.경 C의 이사와 법무팀장을 만나 ‘C과 L은 상호간의 관련 문제를 원만히 협의하며 L의 재입사에 합의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한 후 2012. 1. 1.경 C에 재입사하여 AJ ○○으로 발령받아 2023. 12. 22.경까지 근무했다. C는 2023. 11. 22.경 피고인을 상대로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2023. 11. 24. 피고인을 ○○에서 보직 해임하고, 2023. 12. 22. 해고했다.

-피고인은 2023. 10.경 정년인 60세가 가까워짐에 따라(2025년) 회계부정 등을 문제삼으면서 임원으로 정년의 제한이 없는 F로 발령받을 것을 마음먹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2023. 10. 6.경 F의 기획조정실장에게, ‘M의 회장 N의 비자금 조성, C의 방산부문의 원가 조작 및 비자금 조성, 철차 부문에서의 외주업체를 통한 비자금 조성, 자금세탁과 전달 등 문제에 대해 면담하고 싶다. 만약 내 요구를 무시한다면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겠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F 및 C의 비자금에 대한 폭로 및 이에 따른 수사기관의 수사가 이루어지거나 C의 O 전차 양산 사업을 비롯한 방산분야 및 철차분야의 수주에 차질을 야기할 것처럼 겁을 주었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말을 들은 F의 기획실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피고인이 가지고 있는 자료가 공개될 것을 염려해 C의 대표이사 사장에게 피고인의 협박에 대하여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위 사장 및 C의 본부장인 전무 등은 C의 법무실장 상무로 하여금 피고인을 만나게 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2023. 10. 11. 오전 11시경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모 커피숍에서 C의 법무실장 S상무를 만나, ”C의 회사자금 관련 비위 사실을 알고 있다. 만약 합의서 초안에 기재된 「2023. 12. 1.부로 L을 F AA ○○으로 임명해 주고, 상무로 임명하며, 6년 이상의 근무를 보장하여 주고, 전출위로금으로 6년의 연봉을 일시 지급한다」 등의 조건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관련 사실을 검찰에 고발하겠다. 그러면 C을 포함한 M의 계열사, 회장 N에 대하여 압수수색이 진행될 것이다. 방산분과위원회 위원들에게도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언론에도 제보하며, ○○ 대사관에도 찾아가겠다. C가 망하는 것은 당연하고, F의 계열사들도 무너질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계속하여 피고인은 2023. 10. 25.경에는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모 카페에서 C의 본부장 전무, 법무실장 상무를 만나, ”만약 내 요구조건대로 합의하지 않으면 C을 비롯한 F의 계열사들은 한 방에 무너질 것이다. C의 회사자금 관련비위 사실과 관련된 4박스 반 분량의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 대사관을 찾아가서 원가조작 사실을 폭로할 것인데 그러면 ○○ 수출이 무산될 수도 있다. 그리고 검찰에도 찾아가고 국회소속의 국방위원회 위원들도 찾아가겠다. 언론에도 제보하겠다. 2023. 11. 10.까지 답을 달라.”는 취지로 말하여 F 및 C의 비자금에 대한 폭로 및 이에따른 수사기관의 수사가 이루어지거나 C의 O 전차 양산 사업을 비롯한 방산분야 및 철차분야의 수주에 차질을 야기할 것처럼 겁을 주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F 및 C의 담당자를 협박하여, F로 전출한 후 F의 AA ○○으로 발령받아 전출위로금 명목의 582,395,000원과 AA ○○으로의 채용 기회를 얻으려 했으나, F 및 C이 거부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이로써 피고인은 F 및 C(‘피해자 회사들’)의 담당자를 공갈하여 재물과 재산상 이익을 교부받으려다 미수에 그쳤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의 언동은 피해자 회사들에 대한 해악의 고지로 볼 수 없다. 피해자 회사들 스스로가 원가조작 및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하여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을 고소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공갈 행위에 피해자 회사들이 겁을 먹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판시 기재 행위는 피해자 회사들이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함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강요죄나 공갈죄의 수단인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는데,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면 족하고, 피공갈자 이외의 제3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으며, 행위자가 그의 직업, 지위 등에 기하여 불법한 위세를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나 재산상 이익을 요구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에는 부당한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일으키게 하는 경우에도 해악의 고지가 된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774 판결 참조).

피고인은 그룹 정기감사에서 회사자금을 횡령한 의혹이 불거져 의원퇴직 형식으로 퇴사하는 것으로 결정되자, C을 상대로 비자금 및 방위산업 원가 조작 관련 문제를 거론하며 퇴직 대가를 요구했고, 이에 C은 상무를 내세워 피고인과 접촉하여 피고인과 사이에 2011. 4. 7.자 1차 합의서를 작성하고 그에게(회사에서 정식으로 지급하는 명예퇴직금 외에) 3억 9000만 원을 지급하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2023년경 다시 회사에 대하여 판시 기재 행위를 한 이유에 관하여 ‘기존에 회사에서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불법적인 업무 요구를 했던 점과 복직 이후 회사 내 따돌림으로 인하여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설령 피고인이 내세우는 이유를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주장하는 그러한 사정과 F AA ○○으로 임명해 달라는 요구 사이에 아무런 합리적 인과관계도 찾을 수 없는 이상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은 피고인의 판시 공갈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재판부는 오로지 자신의 금전적 이익만을 좇아 상대방과의 분쟁 종식 합의를 거듭 어기며 협박하는 피고인의 이러한 행태는 민·형사적 법률관계를 떠나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신의를 저버리는 행동으로, 범행의 경위와 반복성의 면에 비추어 볼 때도 죄질이 매우 나쁘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며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 회사들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 회사들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피고인의 이 사건 공갈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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