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은 원심이 유죄로 본 4차례 중 나머지 2차례의 행위(근로자들의 작업모습, 출퇴근 모습을 찍는 CCTV카메라에 검은 비닐봉지를 씌운행위)까지 정당행위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 유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나머지 유죄 부분(2차례)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피고인들은 주식회사 D(중ㆍ대형 트럭, 버스의 개발, 제조, 근로자수 약 1,350명 )의 회사원으로, 피고인 A는 노조 지회장, 피고인 B는 노조 조직부장, 피고인 C는 노조 후생부장이다.
피고인은 2015년 11월 12일 군산시에 있는 이 사건 회사 공장에서 대표이사인 피해자 G가 사업장 내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목적으로 공장 외곽 울타리와 출입문, 출고장 등 주요시설물에 설치한 CCTV카메라 51대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5일 동안 촬영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시작으로 같은해 12월 18일경부터 2016년 1월 4일경까지 CCTV 카메라 51대, 12대, 14대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5일동안, 9일 동안, 22일 동안 촬영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총 4차례에 41일동안 위력으로 피해자의 회사운영과 관련된 시설물 관리업무를 방해했다.
원심(전주지방법원 2018.1. 12. 선고 2017노881 판결)은 피고인들의 법리오해와 양형부당 항소를 모두 기각해 공소사실을 유죄(각 벌금 70만 원)로 판단한 1심(전주지법 군산지원 2017. 6. 14. 선고 2016고정382)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 사건 회사가 피고인들이 근무하는 사업장에 개인영상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CCTV를 설치하면서 동의를 받거나 협의를 거치지 않아 「개인정보 보호법」 내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위배되는 면이 있다고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이 사건 CCTV를 설치한 목적에 시설물 보안, 화재 감시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위 사정만으로는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렀다거나, 법적 보호라는 측면에서 그와 동등한 평가를 받을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하기는 어려우므로, 피해자의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
피고인들의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고, 시설물 관리 업무를 방해할 위험성도 인정된다.
피고인들의 행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보더라도, 피해자의 CCTV 설치ㆍ운영을 통한 이익, 피고인들의 행위 내용, 다른 구제수단의 존재 등을 고려하면,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과 같은 정당행위의 나머지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들이 피해자가 일방적으로 이 사건 CCTV를 설치한 것이 위법하다고 확신햤다 하더라도, 나아가 그 CCTV를 비닐봉지로 가려 피해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까지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다고 오인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 CCTV 카메라(총 51대) 중 공장부지 내 주요 시설물을 촬영하는 16대의 경우 근로자들의 직ㆍ간접적인 근로 현장이 촬영대상에 포함되고, 출입구에 설치된 3대의 경우 근로자들의 출퇴근 장면을 촬영하며, 줌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 작게 보이기는 하지만 그 사람을 아는 경우 누구인지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개인영상정보가 수집된다.
이 사건 노조는 2015. 10. 14. 회사 측에 근로자들의 동의 및 노조와의 어떠한 협의도 없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항의하며 공사 중지를 요구했으나, 회사는 근로자들의 동의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CCTV 설치공사를 계속하여 2015. 10. 말경 설치공사를 완료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CCTV의 설치 및 운영을 통한 시설물 관리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에 해당한다. 피고인들의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는 이 사건 CCTV 카메라의 촬영을 불가능하게 하는 물적 상태를 만든 것으로 위력에 해당하고, 시설물 관리 업무를 방해할 위험성도 인정되므로, 구성요건해당성을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고 수긍했다.
또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감시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보기 어려운 32대의 카메라를 포함하여 전체 CCTV의 설치 및 운영을 중단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위 32대의 카메라에까지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웠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각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정당방위, 법률의 착오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도 없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32대를 제외한 나머지 CCTV 카메라(근로자들의 작업 모습 등 촬영, 12대, 14대)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운 행위는 형법 제20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① 다수 근로자들의 직ㆍ간접적인 근로 현장과 출퇴근 장면을 찍고 있어 권리가 제한되는 정보주체가 다수인 점, ② 직ㆍ간접적인 근로 공간과 출퇴근 장면을 촬영당하는 것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될 수 있는 점, ③ CCTV 설치공사를 시작할 당시 근로자들의 동의가 없었던 점, ④ 이 사건 회사가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주간에는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제14호는 협의회가 협의하여야 할 사항으로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 설비의 설치’를 규정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 감시 설비’라 함은 사업장 내에 설치되어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감시하는 효과를 갖는 설비를 의미하고, 설치의 주된 목적이 근로자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면서 위법한 CCTV설치에 따른 기본권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일 뿐, 피해자의 시설물 보호를 방해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런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우는 임시조치를 통해 부당한 침해에 대응하는 한편, 회사와 협의를 계속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므로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도 인정할 수 있고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사이의 법익균형성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회사가 근로자 대부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CCTV의 정식 가동을 강행함으로써 피고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근로 행위나 출퇴근 장면 등 개인정보가 위법하게 수집되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었던 점,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일반적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서 도출된 헌법상 기본권으로 일단 그에 대한 침해가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이를 전보하거나 원상회복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다른 구제수단을 강구하기 전에 임시조치로서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촬영을 막은 것은 행위의 동기나 목적, 수단이나 방법 및 법익의 균형성 등에 비추어 그 긴급성과 보충성의 요건도 갖추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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