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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아버지 간 이식 위해 불법 장기매매 시도 '집유'

2023-07-11 11:20:03

대구법원청사.(사진제공=대구지법)이미지 확대보기
대구법원청사.(사진제공=대구지법)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구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어재원 부장판사, 이준영·손용도 판사)는 2023년 7월 7일, 직원을 교사해 아버지의 간 이식을 위해 기증자에게 금전 등 대가를 주기로 약속하고, 이 과정에서 처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기증자의 사진으로 위조한 공문서를 제출하는 등의 범행이 이후 기증자의 의심스러운 행동으로 발각된 사안에서 장기등이식에 관한 법률위반,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50대)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2023고합114).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에 따라 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기증은 친족 간 장기기증, 타인 간 장기기증, 순수기증으로 구분되고, 친족 간 장기기증의 경우의 장기기증자와 장기 이식대상자 사이에 배우자,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이어야 가능하며, 이 경우 소정의 장기이식 적합성 검사를 거쳐 친족인지 여부를 확인한 후 장기이식이 가능하여 타인 간 장기기증, 순수기증보다 비교적 신속하고 간명한 절차로 이루어진다.

누구든지 금전 또는 재산상의 이익, 그 밖의 반대급부를 주고받거나 주고받을 것을 약속하고 다른 사람의 장기 등을 제3자에게 주거나 제3자에게 주기 위하여 받는 행위 또는 이를 약속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되고, 누구든지 위 각 행위를 교사·알선·방조하여서는 안 된다.

피고인은 부친 B(2022. 7. 15. 사망)의 간 이식을 위해 2021. 12.경 피고인이 운영하는 C건설 주식회사 사무실에서, 친구이자 C건설의 직원인 D, E에게 ‘아버지인 B의 간 이식이 필요하다. 대가는 지불하겠으니 간을 기증할 사람을 찾아봐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피고인은 2022. 2.경 ‘간을 기증하겠다는 사람인 F을 구했다’는 취지의 D의 말을 듣고 D에게 ‘F의 간을 B에게 기증해 주는 대가로 F에게 합계 1억 5000만 원을 주겠다’ 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D은 그 무렵 F에게 ‘B에게 간을 기증하면 현금 1억 원을 주고 F와 그 아들이 C건설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취지로 말을 하고 이를 승낙한 F으로 하여금 2022. 3. 7. 서울 강남구 소재 G병원에서 B의 며느리인 H 행세를 하며 간이식 수술 적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장기기증 검사를 받게 하고, 2022. 3. 15.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장기이식대상자 선정승인 신청을 하여 승인을 받은 뒤, 2022. 3. 30. 장기적출 수술을 위해 위 병원에 입원하게 했다. 그러나 2022. 3. 31. 예정된 장기적출 수술은 F의 코로나 확진으로 연기되었고, 2022. 4. 7. F가 H 행세를 한 사실이 발각되어 수술 일정이 취소됐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금전을 줄 것을 약속하여 다른 사람의 장기를 B에게 주는 것을 약속하는 행위를 D에게 교사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간 기증자인 F를 피고인의 처 H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D로부터 전달받은 F의 증명사진을 처 H의 주민등록증 사진 부분에 풀로 붙인 후, 컬러복사기로 복사해 출력하고, 위조한 H에 대한 주민등록증 사본을 휴대폰으로 사진촬영후 그 위조사실을 모르는 G병원 소속 장기지긍 담당 직원에게 마치 진정하게 발급된 것처럼 전송해 출력하게 함으로써 이를 행사했다.

◇장기이식법 제7조(장기등의 매매행위 등 금지) 제1항(누구든지 금전 또는 재산상의 이익, 그 밖의 반대급부를 주고 받거나 주고 받을 것을 약속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3호(=제1호:다른 사람의 장기 등을 제3자에게 주거나 제3자에게 주기 위하여 받는 행위 또는 이를 약속하는 행위, 또는 제2호: 자신의 장기등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다른 사람의 장기등을 자신에게 이식하기 위하여 받는 행위 또는 이를 약속하는 행위를 교사ㆍ알선ㆍ방조하는 행위).

제45조(벌칙) 제1항(=제7조 제1항 제1호 또는 제3호를 위반하여 장기등을 주고 받거나 주고 받을 것을 약속하거나, 이를 교사ㆍ알선ㆍ방조하는 자 또는 같은 조 제3항(=누구든지 제1항 또는 제2항을 위반하는 행위가 있음을 알게 된 경우에는 그 행위와 관련되는 장기등을 적출하거나 이식하여서는 아니 된다.)을 위반하여 장기등을 적출하거나 이식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1심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아버지 B의 부탁을 받아 이를 거절하지 못하고 간 이식 기증자를 찾게 되었기 때문에 B에게 장기이식법 제7조 제1항 제2호 위반행위가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금전 등 반대급부의 지급을 약속하면서 B의 행위를 알선하거나 방조했으므로 같은 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게 된다. 장기이식법 제45조 제1항에서는 제7조 제1항 3호를 위반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 결국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장기이식법 제45조 제1항에 의하여 처벌받게 되지, 같은 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했다.

또 이 사건 문서를 진정한 주민등록증이라고 쉽게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공문서로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범행이 발각된 이유도 이 사건 문서의 조잡함 때문이라 아니라, 기증자인 F의 의심스러운 행동 때문이었다. 간 이식 수술 직전까지 G병원 장기지증 담당자 등 다수의 사람들도 이 사건 문서를 진정한 공문서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기등을 이식받을 기회는 그 이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야 하는 점, 장기등의 적출 및 이식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행하는 과정에서 장기매도자와 매수자의 생명·건강과 국민보건에 심각한 위해를 미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금전 등 재산상 이익을 반대급부로 하여 장기 등을 주고받는 행위는 국가가 법률로 금지하는 것으로서 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는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피고인은 장기이식법의 개정으로 4촌 이내의 인척이 아니면 장기 이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했음에도 금전 등 반대급부를 주겠다면서 자신의 아버지에게 간 이식을 해줄 사람을 찾아봐 달라고 교사했고, 그 과정에서 주민등록증 사본을 위조하고 이를 행사해 이 사건 각 범행의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다만,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면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반성하고 있는 점, 자신의 아버지를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이 사건 범행에 나아갔던 것으로 보이는 점, 장기의 매매행위를 시도한 것도 1회에 그쳤고 실제로 장기매매가 이루어지지도 않은 점, 벌금형을 초과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동종의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도 없는 점,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고 보이는 않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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