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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면책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 '계획적 고의'에 한정 면책주장 배척 원심 파기환송

대법,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법령위반에 해당될 수 있는 지 심리해야

2022-10-07 07:44:37

(사진=대법원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2022년 8월 31일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보험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고의 이 사건 담보 제공 행위는 이러한 계획적인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 등을 들어 피고의 면책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서울고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2.8.31.선고 2018다304014 판결).

원심(서울고등법원 2018. 11. 16. 선고 2018나2007373 판결)은 이 사건 면책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가 오로지 계획적인 고의에 한정된다고 전제하고, 원고의 행위가 그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판단만을 했을 뿐, 나아가 원고의 행위가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법령위반에 해당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심리를 진행하지 않은 채 피고가 면책되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자산운용회사인 원고는 2013. 8. 1. 보험회사인 피고와 자산운용전문인 배상책임보험 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계약서는 원문인 영문본과 번역본이 각각 작성되어 있다.

원고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지역의 부동산 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이 사건 펀드를 설정하고 그 수익증권을 발행·판매하여 투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했다.

원고는 이 사건 개발사업의 시행사인 C사에 이 사건 펀드 자금 117억 6500만 원을 대출하고 그 후에도 60억 원을 추가 대출했으나 2013년경 결국 이 사건 개발사업이 무산됐다.
이 사건 펀드의 투자자들은 원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의 소를 제기했다.투자자들은 ‘이 사건 담보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충분한 담보가 될 수 없음에도 투자제안서에 마치 충분한 담보를 확보한 것처럼 기재함으로써 원고는 이 사건 시행령 규정 등을 위반하고 투자자에 대한 보호의무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소송의 항소심 법원은 이 사건 담보가 적정하거나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원고의 투자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돼 그대로 확정됐다.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관련 소송을 방어하는 과정에 들어간 방어비용과 소송 패소에 따른 판결금에서 일부 공제금액을 제외한 돈을 보험금으로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피고는 면책을 주장했다. 원고는 이 사건 담보가 이 사건 시행령 규정 등에서 정하고 있는 적정하고 충분한 담보에 해당하지 않음을 알면서 이에 부합하는 담보제공 없이 이 사건 펀드를 운영하다가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혔다. 이는 원고가 고의로 법령을 위반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 것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면책조항에 따라 면책된다는 것이다.

원심은, 이 사건 면책조항의 원문에 기재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고의적인 위반 또는 위반)은 단순히 법령의 위반을 알았거나 법령 위반이라는 결과 발생을 소극적으로 용인하는 정도의 의미가 아니라 계획적인 법령 위반으로 좁혀 해석해야 하는데, 원고의 이 사건 담보 제공 행위는 이러한 계획적인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 등을 들어 피고의 면책 주장을 배척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면책조항은 면책대상인 ‘부정행위(Dishonesty)’의 유형으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 of any law’(이하 ‘이 사건 면책사유’라 한다)와 ‘any deliberately fraudulent act or omission’을 들고 있다. 원문에 따를 때, 이 사건 면책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인 고의가 아니라 번역본과 같이 계획적인 고의로 한정해야 할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면책조항의 원문에 기재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은 일반적인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인 고의로 해석하는 이상 여기에서 자신의 행위에 따라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를 행하는 ‘미필적 고의’를 제외할 이유가 없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72209 판결의 취지 참조).

이 사건 면책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를 위와 같이 본다면, 원고가 이 사건 시행령 규정 등이 정하는 적정하고 충분한 담보를 설정하지 않은 행위는 이 사건 담보가 설정된 구체적 경위, 투자자에 대한 설명노력의 정도, 영구사용권에 기초한 개발사업권의 담보로서의 실질적 가치, 이 사건 개발사업의 무산에 따른 담보가치의 변동과 그 예견가능성, 금융감독원에 대한 질의의 정확한 경위와 내용 등에 관한 심리 결과에 따라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그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을 모두 살펴, 원고가 이 사건 시행령 규정 등이 정하는 적정하고 충분한 담보를 설정하지 않은 행위가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여부에 대해 더 심리·판단했어야 한다. 특히 이 사건 면책조항 단서의 원문은 ‘provided that this exclusion shall not apply to the Company's obligation to advance Defense Costs or Legal Representation Expenses under extension 6.(a) hereof until a final adjudication in any proceeding establishes such a deliberately fraudulent act or omission or willful violation or breach.’으로 되어 있다.

이는 번역본과 달리 ‘다만 이 면책조항은 고의적 기망행위 또는 법령위반에 관하여 소송에서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이 약관 부칙 제6조 a항에 따른 피고의 선지급 방어비용 또는 법률대리인 선임비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정확한 번역이

다.

원심은 위 원문을 ‘법원의 고의의 기망행위 또는 법령위반행위에 대한 확정판결이 없이 면책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오역한 번역본을 그 판단근거 중 하나로 삼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올바른 원문을 근거로 삼아야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면책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가 오로지 계획적인 고의에 한정된다고 전제하고, 원고의 행위가 그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판단만을 했을 뿐, 나아가 원고의 행위가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법령위반에 해당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심리를 진행하지 않은 채 피고가 면책되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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