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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보험사 약관에 ‘자살’ 규정…재해사망보험금 지급해야”

2016-10-14 09:09:41

[로이슈 신종철 기자] 보험회사 특약 약관에 가입자가 ‘자살’한 경우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규정했다면 보험사는 약속한 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대법원이 재확인했다.

2010년 1월 29일 생명보험 표준약관 개정 이전에 판매된 보험상품의 대부분은 피보험자들이 보험에 가입하고 2년이 경과한 후 자살한 때에는 고의나 자해 여부를 묻지 않고 ‘재해사망’으로 인정해 ‘일반사망’보다 높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재해사망 보장 특약’이 포함돼 있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04년 2월 알리안츠생명보험사와 종신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별도로 추가보험료를 납입하고 재해사망보장특약에도 함께 가입했다.

주계약인 종신보험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사망한 경우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재해사망특약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재해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특약에는 가입 후 2년이 경과한 후 자살할 경우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A씨는 2007년 9월 약물 복용으로 자살했다. 이에 상속인들은 망인(A)의 사망이 재해임을 전제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알리안츠생명은 주계약인 종신보험계약에 따른 사망보험금 5129만원만 지급하고, 재해사망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알리안츠생명보험사는 A씨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는 “이 사고는 보험약관에서 규정한 재해로 인해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설령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채무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들의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권은 2년의 시효 경과로 이미 소멸해 지급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상속인(피고)들은 “2014년 4월 언론을 통해 원고가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가졌고, 이에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문의했으나 원고는 2014년 5월 재해사망보험금 중 50%만 지급받고 합의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을 구했다”며 “이에 피고들은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신청을 해 2014년 9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회신을 받고 비로소 이 사고가 재해사망보험금 지급대상임을 알았으므로 이 사건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2014년 9월부터 2년이 경과돼야 완성된다”고 반박했다.

또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의 직원이 피고들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의 50%를 지급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으므로 원고는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했다”고 반박했다.

상속인들은 “원고는 피고들에게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거절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피고들로 하여금 보험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된 것으로 신뢰하게 했고,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할 의사를 보이는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권이 시효완성으로 소멸됐다는 원고의 주장은 신의칙에 반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인 수원지방법원은 2015년 4월 “A씨의 사망과 관련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보험계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알리안츠생명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A씨의 사망이 재해로 인한 것임을 전제로 2007년 10월 보험금을 청구했고, 원고로부터 2007년 10월 재해사망보험금을 제외한 보험금만 지급받았음에도, 피고들이 그로부터 6개월 내에 재판상 청구, 가압류, 가처분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결국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권은 보험사고가 발생한 2007년 9월부터 진행하는 것이고, 그로부터 상법 제622조에서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인 2년이 경과함으로써 이 사건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권은 시효로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들의 이 사건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했다고 보는 이상 A씨의 사망이 이 사건 보험약관에 의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대상이 되는 보험사고인지 여부에 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상속인들이 항소했으나, 항소심도 수원지법 합의부는 지난 3월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권 자체를 부정하며 상속인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1심은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권이 인정되더라도 소멸시효로 완성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재해사망보장특약 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의 범위를 재해가 아닌 자살에까지 확장 해석하는 것은, 보험자에게 예상하지 못한 무리한 부담을 지우고 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는 결과가 되어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또 “재해사망보장특약 약관에 별도로 자살면책제한조항을 둠으로써 고객의 입장에서는 자살의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 하에서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기대를 갖게 될 개연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평균적인 고객의 입장에서 재해사망보장특약의 본래 취지가 무엇이고 자살이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고 봐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잘못된 기대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국 자살이 보험사고에 포함되지 않는 이 사건 재해사망보장특약의 경우 자살면책제한조항은 적용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재해사망보장특약의 취지에도 부합한다”며 “따라서 이 사고에 자살면책제한조항이 적용됨을 전제로 한 피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이 사고는 재해사망보장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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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 사건의 쟁점은 재해사망특약 약관 단서에 의해 책임 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한 후 자살한 경우에는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다.

◆ 대법원, 재해사망보험금 지급해야…원심 파기환송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3일 알리안츠생명보험사가 자살한 A씨의 상속인 3명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2016다216731)에서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엄연히 존재하는 특정 약관조항에 대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의해 그 효력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약관해석에 의해 이를 적용대상이 없는 무의미한 규정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할 때에도 그 조항이 적용대상이 없는 무의미한 조항임이 명백해야 할 것인데, 이 사건 특약 약관은 그와 같이 볼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오히려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위 조항은 고의에 의한 자살 또는 자해는 원칙적으로 우발성이 결여돼 특약 약관이 정한 보험사고인 재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단서에서 정하는 요건, 즉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되었을 경우에 해당하면 이를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이해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 “여기에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가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은 확고한 대법원의 입장이므로 이와 나란히 규정돼 있는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되었을 때’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념에 부합하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위와 같은 해석이 합리적이고, 이것이 약관 해석에 관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특약 약관 단서는 원고가 특약 약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구 생명보험 표준약관을 부주의하게 그대로 사용함에 따라 약관에 잘못 포함된 것으로서 재해를 원인으로 한 사망 등을 보험사고로 하는 이 사건 특약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보험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특약 약관에 관한 해석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므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이른바 자살재해사망보험금에 관한 기존의 혼선을 정리한 대법원 판결(2016. 5. 12. 선고 2015다243347) 판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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