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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지원, “대상포진 수감자에 샴푸하라” 구치소 과실 인정

알바노조, 구속노동자후원회 등 단체, 기자회견열어 의료처우와 인권탄압 규탄

2016-08-30 13:07:38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상포진 발병으로 힘들어 하던 수용자에게 샴푸처방 등으로 적절한 치료를 못받게 한 구치소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민사소액13단독 이탄희 판사는 지난 8월 11일 수감자 박정훈씨(원고, 당시 청년좌파위원장)가 국가(피고)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액으로 146만원(위자료 50만원포함)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 승소판결을 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피고 측은 8월 28일 항소했다.

이탄희 판사는 “감정결과 등에 의하면 사건당시 원고의 대상포진 발병사실 및 흉터가 대상포진으로 인한 것인 사실이 인정된다”며 “당시에 작성된 원고의 보고전 및 진료기록 등에 의하면 의무관 등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개인의 건강 및 의료관련 사안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고충처리팀장, 수용관리팀장, 공안전담교도관 등에게 별다른 의사표현을 하지 아니한 사정을 책임제한의 근거로 삼기 어려우나, 대상포진의 경우 적시에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더라도 흉터가 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을 50%로 제한했다”고 판시했다.

사건경위에 따르면 박정훈 현 알바노조 위원장 (당시 청년좌파 집행위원장)은 2014년 4월 15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집시법 위반 혐의로 1년 6개월의 형을 받고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수형생활 중 얼굴과 머리 왼쪽 부분에 수포가 발생하였고 잠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의 신경통이 있어 진료를 신청했다.

8월 29일 오후 2시 서울남부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치소 의료처우와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8월 29일 오후 2시 서울남부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치소 의료처우와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료진은 박정훈씨의 증상을 보더니 ‘니조랄(비듬제거샴푸)로 머리를 감아라’고 말했다. 깨끗이 씻지 않아서 수포가 생긴 것으로 본 것이다. 수용자는 불결하다는 편견에 따른 모욕적인 발언이었다. 이후 증상이 심해져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붓고,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화요일과 수요일에만 의료지원이 가능했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후 왼쪽 눈썹과 이마 쪽에 구멍 같은 흉터가 남았다.

의사의 언사가 인격모독이고 열악한 수용시설의 의료환경을 고쳐야겠다고 판단한 박정훈씨는 의료기록과 편지 등의 증거를 가지고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정병욱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국가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지난 6월 13일 법원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강제조정을 결정했으나 국가는 이에 불복했고 이번 원고 일부승소판결이 나왔다.

한편 청년좌파, 알바노조, 구속노동자후원회, 양심수후원회, 전쟁없는 세상, 공안탄압반대양심수석방과사면복권을위한공동행동, 건설노조 서울경기 타워크레인지부, 전국철거민연합 신수동 철거대책위원회 등 단체들은 8월 29일 오후2시 서울남부구치소 앞에서 ‘감옥 인권은 국민 인권’ 기자회견을 열고 수용자에 대한 열악한 의료처우와 인권탄압을 규탄했다.

알바노조 박정훈 위원장은 “이 판결은 수감시설의 열악한 의료환경, 수용자들에 대한 편견과 인격모독에 대한 심판이라고 볼 수 있다”며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우리사회에서 영원히 추방할 것이 아니라면,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이 법무부와 우리사회의 역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용시설의 의료진들을 늘리고, 수용자들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교정행정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소송을 담당한 정병욱 변호사는 “국가가 이 판결에 불복해서 항소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1심 판결이 감옥 인권 개선에 영향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병길 양심수후원회 회장은 “많은 양심수와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갇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박정훈 위원장의 소송 과정을 도운 청년좌파의 박기홍 대표는 “너무 쉽게 포기하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승리할 줄 몰랐다. 또한 부산교도소에서 2명의 수용자가 찜통더위 속에 사망했다”며 “교도소의 의료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쟁없는 세상의 이용석 씨는 “(수용자들에게도) 건강권을 보장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회를 맡은 최기원 씨(알바노조 대변인) 역시 “구치소의 늑장대응으로 생니를 뽑아야 했다”면서 감옥의 열악한 의료현실을 개탄했다.

참가자들은 “감옥인권은 국민인권이다, 감옥인권 당장 개선하라”, “대상포진 환자에게 니조랄이 왠말이냐. 구치소는 당장 사과하라”, “박정훈이 승소했다, 구치소는 사과하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서울남부구치소와 교정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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