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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보복운전 항의 위해 탑승하자 출발한 버스기사 감금죄

2016-06-07 17:14:11

[로이슈 신종철 기자] 버스기사가 보복운전에 항의하기 위해 자신이 운전하는 버스에 탑승한 마을버스 기사를 태우고 500m 진행한 경우, 감금죄에 해당할까.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50대 버스기사 A씨는 작년 3월 서울 마포구에 있는 3차선 도로에서 버스를 운행하던 중 2차선으로 차선변경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를 양보하지 않고 오히려 속력을 내는 버스기사 B씨에게 화가 나 B씨가 운전하는 마을버스 차량을 추월해 그 앞에서 급정거 했다.

A씨는 이를 항의하려고 자신의 버스에 탑승한 B씨를 태우고 그대로 출발한 후 B씨로부터 내려달라는 요구를 받았음에도 이를 묵살한 채 약 500m를 운행해 B씨가 버스에서 내리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검찰은 감금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인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20조에 따른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한 끝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은 범행 당시 배차시간에 쫓기지도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버스에서 내릴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버스의 문을 닫고 약 500m 가량 버스를 운행함으로써 위 피해자를 감금했다”며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법원, 보복운전 항의 위해 탑승하자 출발한 버스기사 감금죄이미지 확대보기
항소심인 서울서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지영난 부장판사)는 버스기사 A씨의 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1심)을 깨고,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앞에서 속력을 내거나 급정거를 하는 등 자신의 운전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마을버스 앞을 가로막아 마을버스가 출발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피해자가 피고인 쪽으로 다가와서 항의하고 피고인의 버스에 올라타는 등의 행동을 하도록 스스로 먼저 피해자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A씨는 피해자가 버스에서 내리라는 자신의 요구에 불응하고 버스 뒷문 위에 비치된 교통불편신고용 엽서와 피고인의 실명제 카드를 훔치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버스를 출발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거로 제출된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버스에 타서 뒷문 쪽으로 가려고 하자마자 곧바로 출입문을 닫고 버스를 출발시킨 것으로 보이고, 시간적인 간격을 봤을 때 피해자가 위 물건들을 훔쳐가려고 하는 것을 확인하거나 피해자에게 차에서 내리라고 요구하고 내릴 수 있는 시간을 준 후에 버스를 출발시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씨는 “배차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바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버스정류장에 정차해 피해자와 실랑이를 벌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고, 피고인의 버스에는 승객도 없어서 피해자를 버스에서 내리게 한 다음에 출발하더라도 배차시간을 준수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간이 지체됐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피고인은 피해자가 버스기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자신이 피해자를 버스에 태워 상당한 거리를 이동할 경우 피해자의 버스운행업무에 지장이 초래될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범행으로 나아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감금해 버스를 약 500m 운행한 후에도 피해자를 자발적으로 버스에서 내려주지 않았다”며 “피해자는 피고인의 버스가 교통신호에 걸려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스스로 출입문 개폐장치를 작동해 출입문을 열고 버스에서 내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현대사회에서 운전자들이 운전과정에서 타인의 운전행태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다툼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그러한 다툼이 있을 때마다 운전자들이 이를 대화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타인의 차량 앞을 가로막아 운전을 못하도록 한다거나 이에 항의하는 피해자를 단시간 동안이나마 자신의 차량에 감금해 피해자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행위를 정당행위로 쉽게 인정할 경우 운전 중 발생한 다툼에 대한 보복범죄를 조장하게 될 위험성이 크다”며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다”고 유죄로 판단했다.

양형과 관련, “피고인에게는 집행유예 1회, 벌금형 4회의 범죄전력이 있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범행 발생 경위에 정상참작의 요소가 있고, 피해자도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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