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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지능지수 낮은 여학생 강간사건 피고인 무죄 왜?

2016-06-03 10:52:17

[로이슈 신종철 기자] 지능지수가 낮은 17세 여학생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성관계 이후에도 계속 연락하고 스스로 산부인과에서 사후피임약을 처방받은 점 등을 종합해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A(20)씨가 2014년 4월 평소 알고 지내던 B(여, 17세)양과 자신의 집에서 술을 나누어 마신 후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가 된 B양을 간음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또 A씨는 2015년 2월 새벽에 평소 알고 지내던 C(여, 17세)양을 불러내 모텔로 데려가 강간한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인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고종영 부장판사)는 2015년 9월 B에 대한 준강간, C에 대한 강간(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개인신상정보를 5년간 공개 및 고지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각 범행은 청소년들을 준강간 또는 강간한 것으로 피해자들의 나이 등에 비추어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은 점, 특히 피고인은 피해자 B에 대한 준강간 범행으로 인해 기소된 상황에서 자숙하지 않고 피해자 C에 대한 강간 범행을 저지른 점, 나이 어린 피해자들은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점,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고 있고 피해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가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9형사부(재판장 황한식 부장판사)는 지난 1월 A씨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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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원은 C양에 대한 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0)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C양 강간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피해자 C양은 성폭행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어깨를 밀어서 침대에 넘어뜨렸다. 피해자가 피고인을 밀치면서 일어나려고 했으나,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의 손목을 잡고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 소리를 지르니까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의 입을 막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친구 소개로 C양을 만나 한 달에 3~4회씩 1년 가까이 만나다가 잠깐 헤어진 후 다시 만나서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만나던 사이였는데, A씨가 낮에 직장 근무를 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주로 밤에 만났고, 새벽에 만난 때도 있었다. 두 사람은 만나서 손을 잡는 등 신체접촉을 자주 했고, 서로 뽀뽀를 하기도 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은 새벽에 피해자에게 연락해 만나자고 나오라고 했는데, 피해자는 거절하지 않고 만나러 나온 점, 모텔에 들어갈 당시 두 사람은 술을 마신 상태가 아니었고, 피해자가 먼저 모텔방에 들어간 점,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성관계 이전이나 도중에 피해자를 때리거나 욕을 하는 등 직접적인 폭행을 하거나 협박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는 막연히 무서웠다는 말 외에 피고인의 어떤 폭행이나 협박 때문에 무서웠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강압적인 성관계를 지속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이는 점, 피해자는 성관계 이후 모텔에서 나오면서 카운터에 도움을 청하지 않았고, 학교에 가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했고, 피고인과 연락하면서 다시 만나기도 한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비록 피해자의 인지기능에 일부 제한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지만, 스스로 산부인과에 가서 사후피임약을 처방받았고, 전체지능지수 86인 점 등에 비추어 지적능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단정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피해자의 아버지를 만난 자리에서 피해자와 성관계 사실 자체를 부인한 것이 범행에 관한 유죄의 정황으로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가 성관계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아버지로부터 피해자가 추궁당하는 것을 보호해 주기 위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결국, 이런 사정을 모두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한 강간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강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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