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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응급환자 ‘문진’ 소홀 6시간 뒤 뇌수술 의료진 의료과실

망인 유족들 대학병원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승소

2015-11-09 17:05:03

[로이슈=신종철 기자] 계단에 넘어져 쓰러진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후송된 사람을 6시간 경과 후 뇌CT촬영 및 뇌수술을 했으나 결국 사망한 사안에서 의료진에게 ‘문진’을 통한 뇌손상 및 뇌출혈 여부 확인 관련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법원이 15%의 책임을 인정했다.

인천지방법원에 따르면 50대 A씨는 2011년 10월 1일 밤 22시 9분경 인천 남구 용현동 모 빌라 1층 계단을 걷던 중 넘어지는 계단 밑으로 굴러져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주변 목격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빌라에 출동해 A씨를 발견하고는 119구급대를 호출했으며, 119구급대는 한 시간 뒤인 밤 11시 9분경 인근 대학병원의 응급실로 후송했다. A씨는 응급실에서 의료진에게 “길에 넘어져서 얼굴을 부딛혔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상태를 확인했는데, A씨가 술을 마셨고, 아래쪽 입술에 약 2cm 가량의 열상이 있었으며, 의식은 있었으나 의식 상태는 기면 상태였고, 동공은 조금 느리게 반응하는 상태였다.

의료진은 A씨에 대해 혈압, 맥박, 호흡수, 체온 등을 측정하고, 경추 및 척추 보호를 위해 경추보호대와 척추보호대를 착용시켰으며, 낙상방지를 위해 난간을 제공했다.

이후 의료진은 입술에 열상이 있는 A씨에 대해 치과 진료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A씨가 술에 취해 협조가 되지 않는 바람에 치과진료를 진행하지 못하고 응급실에서 경과관찰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5시 20분경 A씨에게 이상증상이 나타났다. 의료진은 곧바로 상태를 점검했는데, A씨의 좌측 동공이 산대되어 7mm 벌어진 채 빛에 반응하지 않았다.

이에 의료진은 새벽 5시 29분경 보호자에게 뇌출혈 가능성을 설명하고 뇌CT촬영을 했다. 검사결과 다발성 뇌출혈 소견을 진단했다.

의료진이 10월 2일 새벽 6시 45분경부터 오전 10시경까지 A씨에 대해 두개절제술 및 감압술(1차 수술)을 시행했고, 10월 21일 2차 수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A씨는 비가역적인 뇌손상을 입어 의식이 회복되지 않는 혼수상태에 빠져 2011년 11월 23일 요양병원으로 전원 조치됐다가, 2012년 7월 사망했다.

인천지법, 응급환자 ‘문진’ 소홀 6시간 뒤 뇌수술 의료진 의료과실이미지 확대보기
인천지법 제16민사부(재판장 이종림 부장판사)는 지난 3일 망인의 유족이 대학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2가합6864)에서 의료진의 의료과실을 인정해 “피고는 원고들에게 2억7983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병원 의료진은 망인의 부상경위 등을 충분히 문진해 망인에게 두부 외상에 의한 뇌손상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후 망인 또는 보호자에게 뇌CT촬영 등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며, 망인의 상태를 계속 관찰하는 방법으로 뇌출혈 여부를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망인이 계단 밑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돼 119구급대에 의해 응급후송 됐고, 망인의 입 주위에 열상이 있어 피를 흘리고 있었으며, 또한 망인의 의식상태에 변화가 있었는데, 이러한 망인의 상태가 낙상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던 의료진으로서는 망인이 두부 외상에 의한 뇌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런 경우 의료진으로서는 뇌손상으로 인한 망인의 의식상태 등의 변화를 음주로 인한 것으로 오인하는 일이 없도록 망인 또는 후송한 구급대원 등에게 부상을 입은 상황과 당시의 의식상태 및 변화 등에 관해 문진을 하고, 보호자에게 망인의 음주량, 음주시각, 섭취한 술의 종류 등 충분한 정보를 문진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의료진은 문진상의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망인 및 보호자에게 뇌손상의 가능성이나 뇌CT촬영 등의 필요성을 충분히 주지시키지 않았고, 2011년 10월 2일 새벽 5시 20분경 망인의 좌측 동공이 산대돼 빛에 반응하지 않은 상태가 되어서야 망인의 보호자에게 뇌CT촬영을 권유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부 외상으로 인한 망인의 뇌손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상 피고병원으로서는 망인의 신경학적 이상증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동공반응 및 움직임 등을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망인의 상태를 더욱 면밀히 관찰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의료진은 응급조치 단계에서 약 1~2시간 간격으로 망인의 활력징후와 의식상태만을 측정하고, 동공반응 및 움직임 등의 확인을 하지 않은 망인에 대한 경과관찰을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병원 의료진의 위와 같은 응급조치단계에서의 의료상 과실로 인해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됐으므로, 피고병원은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의료진의 위와 같은 의료상의 과실로 인해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병원의 응급조치단계에서는 망인의 뇌출혈 증상이 명백히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망인의 상태를 단순한 만취상태와 구별하기 어려웠던 점, 망인은 만취상태로 의료진의 지시에 대한 협조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바람에 의료진의 진료가 사실상 어려웠던 점, 병원에서 즉시 뇌CT촬영을 하고 뇌출혈을 진단해 수술을 했더라도 쉽게 회복될 수 있었으리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의료진의 의료상 과실이 망인의 사망에 한 원인이 됐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발생한 모든 손해를 피고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의료행위의 특성, 위험성의 정도 등에 비추어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피고의 배상책임범위를 15%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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