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은 “우리는 선진 각국이 채택하고 있는 ‘상고허가제’가 상고심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원칙적인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러나 세 번째의 심리를 바라는 국민의 강한 정서를 수용해, 상고허가제에 의해 상고의 길을 봉쇄하는 것보다는 다시 한 번 심리를 받을 수 있는 길을 터주는 해결 방안으로 상고법원 제도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대법원장은 “다시 말해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상고허가제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상고법원을 제안하는 것이지, 결코 법원의 조직 확대나 권한 강화의 차원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오늘 국정감사를 수행하시느라 애쓰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상민 위원장님과 위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 동안 제가 대법원장으로서 법원을 이끌어 온 과정에 대해 위원님들의 진솔한 말씀을 듣는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의 귀한 지적은 사법부의 미래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먼저, 양형기준과 위자료의 적정성, 국민참여재판제도의 개선방향, 서민을 상대로 한 재판제도의 악용 실태에 대한 위원님들의 말씀을 경청하였습니다. 사법의 속성상 급격한 재판기준과 관행의 변경은 국민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입힐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할 것이지만, 국회의 입법취지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거나 재판과정에서 공정성과 중립성에 오해가 생길만한 외형은 없는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낮은 목소리를 외면한 것처럼 보인 점은 없는지 차분히 되돌아보며 위원님의 지적을 반영할 길을 모색하겠습니다.
국민의 일상생활에 관련된 법령해석의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과 전자정보 및 통신사실에 대한 압수ㆍ수색영장의 기준에 대하여도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대법원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인 법령해석에 있어 국민의식의 변화와 사회적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국민의 인권을 더욱 보장함과 동시에 실체적 진실 발견도 게을리 하지 않도록 신중한 노력을 하겠습니다.
사법부 구성원들의 과도한 업무량을 포함하여 업무와 가정의 균형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사법부 내부의 소통을 활성화하면서 복지와 관련된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국민들에게 더욱 질 높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 위원께서 최근에 있었던 몇몇 재판 결과에 대하여도 언급하셨습니다. 재판은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한다는 재판독립의 원칙이 불가침이기는 하지만 재판 역시 건전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법관 상호간에도 견해의 차이가 있으니 위원님 역시 각자의 시각에 따라 재판 결과에 얼마든지 이견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에 관한 위원님들의 견해를 재판에 대한 건전한 비판으로 받아들이고 경청하겠습니다. 다만 이와 관계없이, 제가 오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재판 결과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근거 없이 재판을 왜곡하고 비방하는 사회 일각의 행태로 말미암아 많은 법관들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태에 대하여는 위원님들이 나서서 이를 제지하고 만류함으로써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많은 법관들의 힘이 되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상고제도 개선에 관하여도 여러 위원님들께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본연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함과 동시에 사실심 역량 강화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오늘 보신 바와 같이, 현재 대법원은 그 헌법적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기에 너무나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돌아보면 상고심 개혁에 대한 논의는 1960년대 초반 이래 이미 반세기 이상 계속되어 왔고 많은 방안이 제시되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모두 무산되었습니다. 이제는 그 오래 된 논의를 마무리하고 시급히 이를 해결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선진 각국이 채택하고 있는 ‘상고허가제’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원칙적인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 번째의 심리를 바라는 국민의 강한 정서를 수용하여, 상고허가제에 의해 상고의 길을 봉쇄하는 것보다는 다시 한 번 심리 받을 수 있는 길을 터주는 해결 방안으로 상고법원 제도를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상고허가제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상고법원을 제안하는 것이지 결코 법원의 조직 확대나 권한 강화의 차원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그 내용에 문제점이 있다면 국회에서의 논의과정에서 얼마든지 고쳐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오늘, 사법의 접근성과 신속성・적정성을 조화시키는 방안, 사실심 충실화를 위한 특성화법원의 도입과 전문심리위원을 포함한 전문가의 사법참여 확대 방안, 체포영장의 운영 실무와 재정신청 사건의 개선방향, 법관윤리의 강화 방안 등 위원님들께서 하신 여러 말씀에 대하여 법원행정처장이 답변한대로 국민을 위한 사법부를 만들어 나가는 소중한 단초로 삼겠습니다.
존경하는 이상민 위원장님과 위원 여러분!
국민적 시인이자 추앙받는 승려이신 만해 한용운 선사는 ‘길이 막혀’라는 시에서 ‘당신의 얼굴은 달도 아니언만 산 넘고 물 넘어 나의 마음을 비춥니다.’라고 빼앗긴 나라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노래하면서, 광복의 길을 내기 위해 ‘보석으로 사다리를 놓고 진주로 배를 모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도 사법부가 진정 국민에게 봉사하고 사랑받는 법원으로 가는 길을 닦는데 보석과 진주로 사다리와 배를 만드는 마음으로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오늘 바쁘신 중에도 사법부에 소중한 말씀과 따끔한 지적을 들려주신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여러분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과 행운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