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버스승객에 대한 사고를 회사에 알리지 않고 임의처리하고, 또한 사고로 합의금을 줬던 승객에게 화가 나 심한 욕설을 퍼부은 버스기사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모 버스회사는 2014년 8월 27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버스기사 A씨에 대해 4가지 징계사유를 들어 해고하는 의결을 했고, 그해 9월 4일 해고를 통보했다.
첫째, A씨가 2014년 5월 31일 운전하던 버스에서 승객 K씨가 하차하던 중 버스 문을 닫아 K씨의 발목이 버스 문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사고를 은닉하는 한편 K씨에게 10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함으로써 전국버스운송사업연합회 공제조합을 통하지 않고 교통사고를 개인적으로 임의처리 했다는 징계사유였다.
둘째, 2014년 6월 12일 A씨는 운전하던 버스에 K씨가 승차하려고 하자 버스에 타지 말라고 말하며 승차거부를 하고, 버스에 탄 K씨에게 폭언을 했다는 징계사유다.
셋째, 2014년 8월 12일 A씨는 신호대기로 버스를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할 때 주의를 다하지 않아 다음 정류장에서 하차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던 고령의 승객 C씨(81)가 넘어져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징계사유다.
넷째, A씨는 첫 번째 사건을 임의 처리한 사실이 적발돼 버스회사로부터 임의처리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음에도 2014년 8월 18일 C씨에게 55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함으로써 사고를 임의처리해 지시를 위한했다는 징계사유다.
이에 버스기사 A씨는 부당해고하고 주장하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4년 11월 18일 “징계사유 중 첫 번째 승객의 사고를 은닉한 점은 인정되지 않고, 나머지 징계사유는 인정되는데 나머지 징계사유만으로는 징계양정이 과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버스회사가 초심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년 2월 12일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버스회사의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버스회사가 소송을 냈다. 버스회사는 “A싸가 운전하던 버스에서 승객 K씨가 하차하던 중 버스 문을 닫아 승객의 발목이 버스 문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한 점, 사고로 승객이 부상을 당해 A씨에게 항의했음에도 A씨는 회사에 사고를 알리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사고를 은닉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사고 직후 K씨게 부상을 입었는지를 물었는데 괜찮다고 말해 회사에 사고를 알릴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점, 회사가 K씨의 사고를 알게 된 후에 K씨에게 합의금을 지급해 임의처리했으므로 사고를 은닉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맞섰다.
A씨는 또한 “임의처리 한 사고 2건 모두 경미한 사고인 점, 장기간 근무하면서 회사 발전에 기여한 점, 승객 K씨가 버스 운행 중 사고로 합의금을 지급받은 후 멀쩡하게 버스에 타는 모습을 보고 화가나 우발적으로 K씨에게 폭언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해고는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반정우 부장판사)는 최근 K버스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2015구합4297)에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버스기사 A씨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먼저 버스기사 A씨가 승객 K씨의 사고를 은닉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주장하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사회통념상 고용계약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A씨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해고에 징계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해고를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취업규칙에서 교통사고를 임의처리한 경우를 교통사고 발생 후 조치 및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뺑소니한 경우와 함께 해고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와 같이 교통사고 임의처리를 뺑소니와 같은 정도의 비위행위로 규정한 취지는 교통사고 임의처리가 행정청이나 사용자에게 교통사고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사용돼 부적합한 운전기사를 배제하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승객의 안전이 침해될 뿐만 아니라 운송사업의 공공성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A씨는 승객 K씨의 사고를 임의처리한 사실이 적발돼 원고로부터 임의처리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음에도 또다시 승객 C씨의 사고를 임의처리함으로써 지시를 위반했다”며 “비록 두 사고에서 발생한 피해의 정도가 크지 않지만 참가인은 2차례에 걸쳐 사고를 임의처리해 비위 정도가 가볍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지시를 위반해 다시 사고를 임의처리해 비난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승객 K씨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사고를 임의처리한 후 K씨가 다시 자신이 운전하는 버스에 타려고 하자 승차를 거부했고, 다른 승객들이 버스에 타려고 하자 마지못해 버스 문을 열었고 이에 K씨가 다른 승객들과 함께 버스에 타자 K씨에게 욕설을 했으며, 신호대기 등으로 버스를 정차할 때에는 운전석에서 일어나 K씨를 쳐다보며 삿대질을 하면서 욕설을 했다.
재판부는 “A씨는 버스에 다른 승객들이 있었음에도 K씨가 버스에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계속해서 K씨에게 폭언을 했고, 이를 견디지 못한 K씨가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며 “A씨는 버스 운전기사로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오히려 승객에게 폭언을 하고 운전에 전념하지 않는 등 승객에게 불안감을 주는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수의 승객들이 위와 같은 광경을 목격해 A씨의 위와 같은 행위로 원고의 명예가 훼손되는 결과가 초래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폭언의 경위, 정도 및 결과에 비춰 볼 때 A씨의 비위 정도는 가볍지 않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