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로이슈

검색

법원

대법원, 5ㆍ18 희생자 ‘관’ 택배 비하 일베 회원 ‘모욕’ 집행유예

망인 사자명예훼손과 유가족 명예훼손 혐의는 무죄로 판단

2015-09-20 11:50:53

[로이슈=신종철 기자]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사이트에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오열하는 유가족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합성사진을 만들어 일베에 올린 대학생이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A(21)씨는 2013년 5월 인터넷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저장소 게시판에 관(棺) 앞에서 오열하는 여인 등의 모습이 촬영된 사진을 게시하고, 화물운송장 이미지를 관 위에 붙여놓고 “아이고, 우리 아들 택배왔다”라는 제목을 기재하고, 사진 밑에는 “착불이요”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 사진은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직후인 1980년 5월 29일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유족들이 관을 보고 오열하고 애도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었다.

A씨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사망한 K씨를 택배물건으로, 유가족은 택배물건을 보고 오열하고 애도하는 사람으로 묘사하며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자신의 행위가 정치적 패러디로서 표현의 자유의 허용범위 내에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1심인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5단독 조은경 판사는 2014년 6월 망인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유가족에 대한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조은경 판사는 “피해자가 공적인 인물이 아니라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 15살에 불과한 어린 동생을 희생당한 유가족으로서 일반시민인 점, 피고인이 망인 K씨의 관을 보고 슬퍼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사진 합성을 통해 왜곡ㆍ희화화함으로써 피해자를 비하하고 경멸하는 감정을 표현해 피해자를 모욕했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조은경 판사는 명예훼손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모욕죄를 인정했다.

그러자 A씨는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반면 검사는 “망인 K씨가 안치된 관을 택배라고 표현하고, K씨의 관을 안장하는 과정을 택배물건을 받는 것으로 표현한 것은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하고,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음에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라며 항소했다.

대법원, 5ㆍ18 희생자 ‘관’ 택배 비하 일베 회원 ‘모욕’ 집행유예이미지 확대보기
이에 대해 항소심인 대구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권순탁 부장판사)는 지난 1월 A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검사의 항소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실제와 다른 합성사진을 만들어 게시한 사실은 인정되나, 합성사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망인 K씨가 실제 택배물건이라던가 유가족이 택배물건을 보고 애도하거나 오열하는 것으로 오인하도록 할 의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며 “따라서 사실을 적시해 망인 K씨의 명예를 훼손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양측의 양형 부당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5ㆍ18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학생의 유가족 사진을 합성해 그 대상을 왜곡시키고 조롱한 사안으로 표현방법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의 행위로 나이 어린 동생을 잃은 피해자가 상당한 고통을 겪고 심한 모욕감을 느꼈을 것으로 짐작되며, 실제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는 점, 그럼에도 피해자와 합의되지 않는 등 피해가 회복되지 아니한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면서 반성하고 있는 점, 아직 학생이고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피고인의 표현방식이 저급한 것이기는 하지만 사회적 불만에 관한 표출로서 특정인을 모욕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 유리한 정상”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제반 양형조건들을 종합해 검토해 보면,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일간베스트저장소에 합성사진을 올린 A씨(21)에 대한 상고심(2015도1612)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과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 가운데 망인에 대한 사자명예훼손과 유가족에 대한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모욕죄는 유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명예훼손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로이슈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반론·추후 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
리스트바로가기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