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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바람 핀 유책배우자는 이혼 청구 못해…대법관 7 대 6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종전 대법원판례를 적용한 결과

2015-09-15 15:54:06

[로이슈=신종철 기자] 바람을 피우고 집을 나가 혼외자를 낳은 남편은 비록 15년 동안 별거하며 혼인관계의 실체가 희석됐더라도 아이들을 키워온 아내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여한 이번 전원합의체에서 7 대 6의 의견으로 판결이 나왔다. 이혼제도에는 파탄주의와 유책주의가 있는데, 다수의 대법관들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종전 대법원판례를 적용했다.

▲대법원전원합의체공개변론(사진제공=대법원)이미지 확대보기
▲대법원전원합의체공개변론(사진제공=대법원)


법원에 따르면 60대 후반인 A씨와 B(여)씨는 1976년 결혼해 세 자녀를 두고 있다. 혼인생활 중 A씨의 늦은 귀가, 외박 등으로 자주 다퉜다고 한다.

그런데 A씨가 1996년 J(여)씨와 교제하며 그녀의 집을 왕래하면서 1998년에는 딸을 낳았다.

아내 B씨가 J씨와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갈등이 깊어지자, 공무원 A씨는 1999년 12월 명예퇴직하고 아내와 더 이상 함께 지낼 수 없다는 생각에 2000년 1월 집을 나와 현재까지 J씨와 동거하고 있다.

A씨는 별거 중에도 자녀들의 학비를 부담하고 생활비 명목으로 월 100만원 정도를 지급했다. 그러다가 신장투석으로 힘든 과정에서 2011년 처와 자녀들에게 신장이식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가 거절당한 후 혼인관계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2012년 1월부터 처에게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A씨는 “동거 중인 J씨와 사이에 중학생 딸이 있고, 병든 자신을 보살피고 있는 사람이 J씨이므로 B씨와의 혼인관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혼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

A씨는 “가정경제를 책임지기 위해 애쓰는 자신을 이해하기보다 급여가 적다고 무시하고, 늦은 귀가 및 음주를 한다는 이유로 폭언ㆍ폭행을 하며, 습관화된 거짓말로 부모와 형제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이로 인해 혼인관계를 정리하고 하던 중 J씨를 만났는데, 이를 알고 직장에 찾아와 청와대에 진정하는 등으로 공무원직을 그만두게 하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명예퇴직하고 집을 나와 별거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소송을 냈다.

반면 B씨는 “남편 A씨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미혼인 두 자녀 때문이라도 남편의 이혼청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다.

1심인 대구가정법원 가사3단독 채정선 판사는 2012년 8월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채정선 판사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원인은 원고가 1996년경부터 J씨와 부정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녀까지 두고, 2000년 집을 나가 J씨와 동거하고 있는 원고에게 주된 책임이 있다”며 “그런데 혼인생활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채정선 판사는 “피고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유책배우자인 원고의 이혼 청구는 이유 없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인 대구가정법원 제1가사부(재판장 김정도 부장판사)는 2012년 12월 “1심 판단은 정당해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사건은 A씨가 상고해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이 사건을 회부하고 공개변론도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동영상

물론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대법원의 종전 판례(2004년 9월 24일. 2004므1033) 판례는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해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상대방도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된다”는 게 판례다.

이혼제도와 관련해 배우자 중 어느 일방이 동거ㆍ부양ㆍ협조ㆍ정조 등 혼인에 따른 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때와 같이 이혼사유가 명백한 경우에 그 상대방에게만 재판상의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이른바 유책주의(有責主義)가 있다.

또 부부 당사자의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혼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실 즉 혼인을 도저히 계속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인 파탄을 이유로 해 이혼을 허용하는 이른바 파탄주의(破綻主義)로 대별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 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5일 바람을 피우고 집을 나가 혼외자를 낳은 남편 A씨가 15년 동안 별거한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소송 상고심(대법원 2013므568)에서 상고를 기각하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전문
http://www.scourt.go.kr/sjudge/1442294817650_142657.pdf

대법관 7명이 다수의견을 냈고, 6명(민일영ㆍ김용덕ㆍ고영한ㆍ김창석ㆍ김신ㆍ김소영)의 대법관이 반대의견을 냈으나 전원합의체의 다수결에 따라 결정됐다.

▲대법원전원합의체공개변론(사진제공=대법원)이미지 확대보기
▲대법원전원합의체공개변론(사진제공=대법원)


재판부는 “대법원이 종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은 데에는, 스스로 혼인의 파탄을 야기한 사람이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위라는 일반적 논리와 아울러, 여성의 사회적ㆍ경제적 지위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이 현실인 만큼 만일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널리 허용한다면, 특히 파탄에 책임이 없는 여성배우자가 이혼 후의 생계나 자녀 부양 등에 큰 어려움을 겪는 등 일방적인 불이익을 입게 될 위험이 크므로 유책인 남성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불허함으로써 여성배우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상대방 배우자와 협의를 통해 이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2014년 현재 전체 이혼 중 77.7% 정도가 협의상 이혼에 해당하는 실정”이라며 “이는 곧 유책배우자라도 진솔한 마음과 충분한 보상으로 상대방을 설득함으로써 이혼할 수 있는 방도가 있음을 뜻하므로, 유책배우자의 행복추구권을 위해 재판상 이혼원인에서까지 파탄주의를 도입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데에는 중혼관계에 처하게 된 법률상 배우자의 ‘축출이혼’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있는데, 여러 나라에서 간통죄를 폐지하는 대신 중혼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보면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파탄주의를 도입한다면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거나 생계유지가 곤란한 경우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볼 때, 이혼사유에 관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종래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은 아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다만 “대법원판례에서 이미 허용하고 있는 것처럼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했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돼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민일영ㆍ김용덕ㆍ고영한ㆍ김창석ㆍ김신ㆍ김소영 대법관의 반대의견

이들 대법관들은 “부부의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에 혼인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이혼사유에 의한 이혼청구를 배척할 수 있다는 다수의견에는 찬성할 수 없으며,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종전의 대법원판례는 변경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관들은 “외형적으로만 혼인이 유지된 부부로서 서로 대립ㆍ갈등하는 관계가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자녀의 인격형성과 정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또한 부부의 서로에 대한 악감정이 자녀에게 그대로 대물림돼 부모ㆍ자녀 관계마저 파탄에 이르게 될 우려도 있다”며 “그럼에도 외형뿐인 혼인관계를 존속시키면 이는 쌍방 배우자에게 실제로 이행 불가능한 부부공동생활 내지는 동거의무 등의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 돼 불합리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책배우자에게 외형뿐인 혼인관계가 계속되도록 강제해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받게 함으로써 그에 대한 응보 내지 사적 보복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혼인관계가 파탄됐음에도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하고 상대방이 이를 거부한다는 사정만으로 일률적으로 이혼청구를 배척하는 것은 더 이상 이혼을 둘러싼 갈등 해소에 적절하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 대법관들은 “특히 이 사건에서는 비록 중혼적 사실혼관계이지만 부모의 양육이 필요한 미성년 딸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중혼적 사실혼관계를 법률혼보다 보호할 수는 없음이 원칙이라 할 것이지만, 이미 법률혼의 실체가 소멸해 외형만 남아 있는 반면 사실혼이 혼인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있는 경우에는 사실혼관계에서 출생한 자녀의 복리를 위해서라도, 혼인의 실체가 소멸하고 회복이 불가능함에도 부부 사이의 갈등 내지 감정적인 대립 등으로 외형만을 유지시킴으로 인해 미성년 자녀의 정상적인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복리를 해치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외형뿐인 법률관계를 실체에 맞추어 합리적으로 정리하는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고려함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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