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이 19일 공개한 브로슈어 첫머리에 “현재 대법원은 대법원이 처리해야 할 사건이 너무 많기 때문에 ‘상고법원’이라는 별도의 법원을 신설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연 ‘상고법원’이란 무엇일까요? 국민들이 잘 알지도 못하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생소한 ‘상고법원’ 설치가 과연 정당한 방법인지 그리고 올바른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상고법원 신설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변협은 “법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민의 소중한 권리를 구제하는 것인데, 상고법원 신설로 재판절차가 더 복잡해지며 어려워지고, 심지어 전관예우 문제까지 불거진다면 국민의 소중한 권리는 침해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은 물론 주요 관련기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상고법원 신설,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관이 아닌 법관이 재판하는 최종심, 이래도 (상고법원) 찬성하시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는 대법원이 홈페이지를 통해 ‘대법원과 함께하는 상고법원 이야기’를 다룬 웹툰을 게재하며 상고법원 신설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을 견준 것으로 보인다.
변협은 “우리 헌법은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제101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각급 법원’은 대법원과 ‘심급을 달리’해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한 바 있다”며 “따라서 대법원과 같은 심급인 상고심을 관할하는 상고법원은 ‘각급 법원’에 포함될 수 없으므로 상고법원 설치는 곧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상고법원을 추진하는 대법원에 따르면, ‘공적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 또는 그에 준하여 ‘대법원이 심판하는 것이 상당한 사건’은 대법원에서 심판하고 나머지는 상고법원 사건으로 결정한다고 한다”며 “만약 상고법원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사람은 ‘대법관’한테 재판받고, 어떤 사람은 ‘상고법원 판사’한테 재판받게 되는데, 그 분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상고법원 신설론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기회를 박탈한다는 위헌 논란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상고법원이 각급법원이고 상고심을 대법원만 할 수 있다는 헌법규정이 없으므로 상고법원의 위헌성이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상고법원을 최고법원이 아닌 각급법원이라고 규정하면서 다시 최고법원으로 기능하도록 하겠다는 자기모순의 논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두 번째, “상고법원은 국민주권주의의 헌법 정신에 부합할까요?”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변협은 “헌법의 최고원리 중 하나가 바로 국민주권주의다. 헌법은 대법원을 구성함에 있어서 국민주권주의의 원리(제1조 제1항)를 반영해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고,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며 “선출되지 않는 권력인 대법원이 최종심을 담당할 수 있는 것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임명에 국민의 대표기관이 관여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상고법원 설치안에 의하면, 대법원장이 최종심인 상고사건을 담당하는 상고법원 판사를 임명하게 돼 있다. 상고법원 판사의 임명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나 대통령이 관여할 수 없다”며 “결국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상고법원 안은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한 상고법원 판사에게 최종심인 상고심을 맡기게 되는데, 이는 헌법의 국민주권주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로 “상고법원은 전관예우 문제를 개선할까요?”라는 의문을 제시했다.
변협은 “우리 사회에서 ‘무전유죄, 유전무죄’ 의혹을 뒷받침하는 전관예우의 폐해야말로 국민들이 사법부를 믿지 못하는 사법 불신의 근원이었는데, 전관예우가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상태에서 상고법원 제도의 도입은 전관예우로 인한 사법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상고법원과 대법원 재판사건의 구별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재판받기 위해서 또한 특별상고의 경우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고, 상고법원 사건은 상고법원 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전관예우의 폐해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변협은 “대법원장이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 상고법원 판사 전원을 임명하게 돼 대법원장 권한은 더욱 강화된다. 대법관을 꿈꾸던 고등법원 부장판사나 법원장뿐만 아니라, 상고법원 재판관을 꿈꾸는 판사들의 인사권도 갖게 된다”며 “결국 대법원장의 인사권에 종속하는 사법부의 판사들이 사법부 내부에서 법관으로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심각한 우려를 낳게 되고 이것은 전관예우 폐해와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네 번째로 “상고법원, 국민의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까요?”라는 질문이다.
변협은 “현재의 상고법원 설치안에 의하면, 상고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과 법률위반 또는 대법원 판례 위반의 사유가 있을 때에는 대법원에 특별상고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상고법원을 설치하게 되면 사실상 4심제가 된다”며 “우리 국민 모두에게 익숙한 사법전통으로 자리 잡은 3심제와는 다른 생소한 제도가 탄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고법원 신설로 4심제가 되면 상고법원을 거치는 만큼 시간도 더 걸리고 비용도 더 들어가, 결국 국민에게 더 큰 고통이 될 수 있다”며 “또 상고법원이 설치되면 예전에 없던 특별상고 절차가 생기게 돼 절차가 더 복잡해지고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섯 번째로 “상고법원을 신설하면 사법예산이 더 들지 않나요?”라는 질문이다.
변협은 “상고법원을 신설하는 경우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고법원의 법관 수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3인 이상의 대등한 재판부를 구성해 충실한 재판을 하겠다고 하므로 최소 50명에서 100명의 상고심 법관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고법원 법관은 최소한 차관급 지위를 부여받게 될 것이므로 최소 50명 이상의 차관급 자리가 신설되고, 여기에 재판연구 인력까지 포함한다면 현재의 대법원 규모보다 인력과 조직 면에서 훨씬 큰 법원을 새로 만들게 된다”고 예상했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상고법원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고 대법관을 증원하는 방안에 비해 더 많은 사법예산이 들 것”이라며 “상고법원 판사의 상당수는 하급심 판사 중에서 임명하게 되고 한정된 사법예산을 상고법원에 투입하게 되면 하급심은 더욱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여섯 번째로 “대법원 산하에 상고법원을 두고 있는 나라가 과연 있나요?”라고 물었다.
변협은 “전혀 없다. 한마디로 상고법원 제도는 세계적으로도 그 입법례가 없다”며 “미국은 연방국가로서 연방헌법과 주헌법이 따로 있고 주사건의 최종심으로 주대법원이 별도로 있다. 미국과 일본은 헌법재판소가 없기 때문에 우리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또 “유럽 각국의 대법원을 살펴보면, 대법관이 300여명인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100여명, 이탈리아 250명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다수의 대법관을 두어 국민의 권리 구제에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일곱 번째로 “우리는 헌법재판소가 별도로 있지 않나요?”라는 질문이다.
변협은 “한 나라에 헌법재판소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대법원 역할에 차이가 있다. 헌법재판소가 없는 미국이나 일본은 위헌법률 심판 등 헌법재판 기능을 수행함에 따라 ‘법령해석 통일의 기능’이 강조된다. 반면에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과 같이 헌법재판소가 별도로 존재하는 국가의 경우 대법원은 다수의 전문적 대법관에 의한 ‘국민 권리구제의 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관의 수도 그만큼 많은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별도로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대법원은 국민들의 권리구제에 더욱 중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덟 번째로 “대법원 사건과 상고법원 사건의 구별 기준은 명확한가요?”라고 질문했다.
변협은 “상고법원 설치안에 의하면, ‘공적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 또는 그에 준하여 ‘대법원이 심판하는 것이 상당한 사건’은 대법원에서 심판하고 나머지는 상고법원 사건으로 결정한다고 한다”며 “그러나 심판대상의 구별기준은 ‘중대한 영향’이나 ‘상당한 사건’ 등 개념이나 기준이 불명확해 자의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많고 대법원 심판 사건과 상고법원 심판 사건 사이에 형평의 문제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상고법원 판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마찬가지로 법조경력 15년 이상의 법조인으로 임명하는데, 재판 당사자들이 현재의 고등법원 재판과 다르다고 인식할지 의문”이라고 봤다.
아홉 번째로 “상고법원이 만들어지면 심리불속행 제도의 폐해가 없어질까요?”라는 질문이다.
현재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가장 불만이 많은 제도 중 하나가 ‘심리를 하지 아니하고 판결로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제도다.
변협은 “대법원에 상고했는데도 대법관들이 심리조차 하지 않고, 판결문에 판결이유도 기재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며 “상고법원이 설치되면 심리불속행 제도가 폐지되나, 상고법원 설치에 따른 민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고이유 없음이 명백할 때 결정으로 상고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상당수 상고사건이 결과적으로 현재의 심리불속행 제도처럼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오히려 대법관 증원으로 심리불속행 제도를 없앨 수 있다”며 “대법관 수를 현재의 두 배로 증원하게 되면, 대법관 1인당 심리사건 수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심리불속행 제도의 완전한 폐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열 번째로 “상고법원 제도,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나요?”라고 질의했다.
변협은 “상고법원은 재판 제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국민들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대법원은 상고법원에 관한 공청회만 한 번 개최하고 국민들이나 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 등 관련 기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법관 증원방안에 대해 진지하고 깊이 있는 조사와 연구, 공청회 한 번 없이 상고법원 도입만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6월 10일 대법원이 상고법원을 추진하기 위해 판사들을 동원해 변호사들에게 찬성 입장을 종용하고 있으며, 이는 사법부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여론몰이를 한다는 비판 성명을 낸 적이 있다”며 “법원은 공개적이고 정상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상고심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