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처가 다른 남자와 불륜관계에 있고, 피해자마저 엄마 편을 들며 거짓말을 해 살인 범행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나, 피고인 주장과 같은 사정이 실제로 존재하였는지도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가사 그러한 사정이 있더라도 그것이 11세의 피해자를 향한 범행 동기가 될 수는 없다”며 “범행의 중대성 및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상당기간 사회에서 격리하는 엄중한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범행이 계획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피고인이 북한이탈주민으로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알코올 사용 문제까지 심화돼 극도의 소외감과 적개심 등을 겪다가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살인 범행 후 경찰에 스스로 신고했고, 범행을 진심으로 후회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A씨는 “범행 당시 알코올 습벽으로 인한 정신 및 행동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어, 1심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반면 검사는 “1심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최재형 부장판사)는 지난 4월 A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1심의 징역 23년과 전자발찌 부착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전날 및 당일 술을 마시지 않았고, 범행 당시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부분까지 상세히 기억하고 있으며, 스스로 112에 신고한 점, 범행 전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범행 당시 음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형 부당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그러나 북한이탈주민인 피고인이 처의 불륜을 의심하다가 엄마 편을 들며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친딸을 살해한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록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우발적으로 살인 및 폭행 범행에 이르게 된 유리한 정상을 고려하더라도,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탈북이탈주민 A씨에게 징역 23년과 전자발찌 부착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