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전용모 기자] 보험수익자는 보험회사에 ‘자살면책제한규정’이 있는 보통보험약관에 따른 일반사망보험금만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고, ‘자살면책제한규정’이 없는 재해보상특약약관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어 법원은 망인의 법정상속인의 재해사망보험금 청구를 기각했다.
울산지방법원의 기초사실에 따르면 A씨는 생명보험회사와 암사망보험금을 주 계약으로 하는 홈닥터보험(1996년)과 생명보험인 무배당종신보험(2003년)을 각 체결했다.
가입한 사망보험의 보통보험약관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살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합니다. 다만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계약의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장해상태가 되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라는 내용의 소위 ‘자살면책제한규정’이 있다.
반면, 그 사망보험의 재해보상특약약관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살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합니다.”라고만 규정돼 있고 “이 특약에 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해서는 주계약 약관의 규정에 따릅니다”라고 돼 있다.
그러다 A씨는 2013년 3월 울산 남구 소재 아파트 베란다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사망했다.
법적상속인인 A씨의 남편 B씨는 보험회사에서 홈닥터보험에 따른 만기급여금 327만2000원, 무배당종신보험에 따른 일반사망보험금 4000만원을 받았다.
그러자 B씨는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아내가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으로 판단능력이 극히 저하된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며 “이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홈닥터보험과 무배당종신보험의 재해사망특약에서 재해의 하나로 규정한 추락에 해당해 재해사망보상금 지급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설령 고의로 자살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들 보험의 재해사망보상특약 약관에 의해 준용되는 보통보험약관 중 이른바 자살면책제한규정이 적용돼 재해사망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심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고 B씨는 항소했다.
이에 울산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최윤성 부장판사)는 지난 1일 B씨가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제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먼저 ‘A가 정신질환으로 판단능력이 극히 저하된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것인지 여부‘에 대해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2년 10월 정신과 의원 최종진료를 받을 당시에는 1개월 동안 약을 복용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잠들기에 불편하고, 다소 감정기복이 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정신질환 증세를 나타내지 않을 정도로 호전됐던 점, 사고 직전까지 교회모임에 참석하고 다른 사람과 식사약속을 하는 등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했던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가족과 함께 잠을 자다가 스스로 베란다로 나가 에어컨 실외기 위에 신발을 놓아두고 투신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A는 정신질환으로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뛰어내린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각 보험의 보통보험약관의 자살면책제한규정이 적용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살폈다.
재판부는 “각 보험의 주계약 약관에서 정한 자살면책제한규정은 자살이 주된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포함될 수 있음을 전제로 면책 및 제한을 규정한 것일 뿐이고, 보험사고가 재해를 원인으로 한 사망 등으로 제한돼 있어 자살이 보험사고에 포함되지 않는 이 사건의 각 재해사망보상특약에는 준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