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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10개월 동거했다면, 예단ㆍ예물 반환 의무 없어

서울가정법원 “10개월 공동생활은 사실혼관계가 이미 성립돼 상당기간 지속된 것이므로”

2013-05-05 18:14:42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나 10개월 이상 동거생활을 하다가 사실혼관계가 파탄에 이른 경우, 두 사람 사이의 사실혼관계가 이미 성립돼 상당기간 지속된 것이므로 결혼 당시 건넨 예단과 예물은 본인 소유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10년 7월 결혼중매인의 소개로 만나 교제를 하다가 5개월 뒤인 12월 결혼식을 올렸다.

A씨의 어머니는 예단비로 의사인 예비사위 B씨에게 결혼 전 2회에 걸쳐 3억1000만원을 건넸다. B씨는 이 돈으로 자신과 가족들의 예물로 3400만원 어치를 구입하고, 나머지 돈은 부모가 사용했다.

B씨는 혼인 전 자신의 월급 700만원 중 부모에게 매월 200만원의 용돈을 주고, 대출금채무 이자로 매월 170만원을 써야 하는 등 총 37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고, A씨가 이에 동의했다.

혼인 당시 B씨는 지방에서 공중보건의로 재직하고, A씨는 서울에서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A씨는 부모집에서 생활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2011년 3월 남편이 근무하는 병원 관사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그해 4월 B씨는 공중보건의 근무를 마치고 대형병원에 취업하게 되자, 처가에서 마련해 준 서울 강남의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그런데 혼인초기부터 A씨는 남편이 자신의 몸 상태나 감정을 배려하지 않고 강압적인 성관계를 요구한다고 불만이 있었다. 반면 B씨는 아내가 부부관계에 소극적이고 자신의 뜻을 받아주지 않는 점을 불만스러워 했다.

두 사람은 2011년 3월 이 문제로 서로 다투다 A씨가 집을 나가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도 있었다. 성관계에 관한 갈등 이외에도 여러 문제로 갈등이 심화되자 A씨는 남편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다는 이유로 임신할 때까지 혼인신고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부부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전문상담사로부터 부부심리상담을 받기도 하고,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으나,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다 A씨와 B씨 및 양가 부모들은 2012년 1월 서울에서 만나 두 사람의 사실혼관계를 해소하기로 합의했고, 위 합의에 따라 A씨는 부모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후 A씨와 B씨는 예물 반환 문제로 충돌을 빚기도 했다.

결국 A씨는 B씨를 상대로 사실혼관계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2012드합1672)을 냈고, 서울가정법원 제3부(재판장 김귀옥 부장판사)는 최근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A씨가 요구한 것은 위자료 3000만원, 예물과 예단 3억1000만원 반환, 결혼식 비용 반환이었다.

A씨는 “B씨가 일방적인 성관계를 강요했고, 가치관이나 생활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사소한 갈등의 책임을 원고에게 전가하고, 무리한 예단비와 혼수를 강요하는 등 피고의 귀책사유로 사실혼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으므로, 피고는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혼 파탄의 주된 책임과 관련, 재판부는 “부부사이의 성문제는 서로 대화로서 원만히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인데, 두 사람 사이의 성관계를 둘러싼 갈등은 어느 누구의 귀책사유로 보기 보다는 선을 본지 불과 5개월 만에 결혼해 서로를 충분히 알 기회를 갖지 못한 채 혼인생활을 시작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이고, 피고의 성관계 요구의 정도가 사실혼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할 정도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혼인초기의 생활방식이나 가치관의 차이는 서로가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조금씩 맞춰나가야 할 것인데, 원고가 자신의 가치관이나 생활방식을 피고에게 강요하고, 피고가 맞추려 노력하지 않는다고 비난만 해 온 점, 원고 측이 피고 측에 거액의 예단비를 지급한 것은 피고 측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한 것이라기보다는 결혼중매인을 통해 의사인 피고와 혼인하는 대가로 교부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혼인 후에도 피고 부모의 생활비, 대출금 등을 지원한 부분도 혼인 전에 피고가 원고의 양해를 구한 점, 원고가 피고에 대한 확신이 없다며 혼인신고를 미루고, 각방을 쓸 것을 요구하는 등 피고와의 갈등을 대화로서 풀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사실혼이 파탄에 이른 데에는 원고의 책임이 더 중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위자료 청구를 기각했다.

예물과 예단의 반환청구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혼인과 관련해 수수되는 예물ㆍ예단은 혼인의 성립을 증명하고 혼인 당사자 내지 양가를 두텁게 할 목적으로 수수되는 것으로 혼인 또는 사실혼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와 유사한 성질을 가지므로, 일단 혼인 또는 사실혼이 성립하고 상당기간 지속된 이상, 그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이후 혼인 또는 사실혼관계가 해소돼도 반환 내지 그 가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와 피고는 혼인의 의사로 결혼식을 올린 후 약 10개월 이상 신혼집을 얻어 동거생활을 해 오다가 사실혼관계가 파탄됐으므로, 사실혼관계는 이미 성립돼 상당기간 지속된 것으로 보이고, 달리 피고가 당초부터 성실히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고 그로 인해 사실혼관계의 파탄을 초래했다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에게 교부한 예단과 예물은 피고의 소유”라고 판시했다.

결혼식 비용의 반환청구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와 결혼식을 올리고 약 10개월 이상 동거생활을 해 실질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해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원고와 피고의 관계가 부부공동체로서의 실태를 갖추어 공동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사회적으로 인정될 수 없는 단시일 내에 사실혼에 이르지 못한 채 해소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와 피고가 한 결혼식이 무의미하게 됐다거나 그에 소요된 비용이 무용의 지출이라 할 수는 없어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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