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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탈북자 서울시청 공무원 간첩” vs 민변 “간첩 누명 씌워”

법원이 ‘간첩 아니다’ 판단하면 검찰 ‘간첩 조작’ 치명타…‘간첩 맞다’면 민변도 비난 감수

2013-03-08 23:11:09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탈북자들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간간이 나온다. 그런데 정말 영화 같은 스토리가 실제로 대한민국 법정에서 전개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국내 명문대를 나와 서울시청에 근무하던 탈북자가 사실은 중국 국적 화교로 북한 지령에 따라 탈북자로 위장해 한국에 잠입한 뒤 국내 탈북자 200여명의 신원정보를 북한에 건넸다며 서울시청 공무원을 ‘간첩’ 혐의로 구속 기소하며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인권침해 사건 등에 대해 무료변론을 해오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장주영)은 한 마디로 ‘억울한 간첩 누명을 씌우고 있다’며 국정원과 검찰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민변은 “탈북자를 잠재적 간첩으로 낙인찍는 공안 여론 조성과 탈북자 간첩을 색출한다는 명목 하에 불법으로 구금하는 행태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리고, 억울한 누명을 국민 배심원단이 보는 앞에서 풀어주겠다”며 국민참여재판까지 신청했다. 국가보안법 사건으로는 처음이다.

만약 재판에서 ‘간첩이 아니다’라는 결론이 나올 경우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무고한 탈북 출신 공무원을 간첩으로 내몰며 억울한 누명을 씌웠다는 ‘간첩 조작’으로 치명타를 입게 된다. 반면 ‘간첩’이라는 결론이 나올 경우 민변도 국가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을 신뢰하지 못하고 간첩을 옹호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재판의 결론은 ‘간첩 맞다 vs 간첩 아니다’ 둘 중 하나이기 때문에, 판결에 따라 검찰이든 민변이든 어느 한쪽은 적어도 체면을 구기게 된다. 따라서 벌써부터 검찰과 민변 변호인단간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되는 이유다.

◈ 국정원과 검찰, 왜 간첩 혐의로 구속 기소했나?

먼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지난 2월 26일 “국내 탈북자 신원정보를 수집해 간첩활동을 하던 탈북 화교 출신의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공작원인 서울시공무원 A씨(33, 계약직)를 적발해 국가보안법 위반죄(간첩) 등으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내사로 시작해 지난 1월13일 검찰이 구속 수사를 시작해 2월26일 결과물을 내놓았다. 검찰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중국 국적 화교인 A씨는 북한에서 준의사로 근무하면서 화교 신분을 이용해 불법 대북송금 브로커로 활동하다가, 2004년 4월 중국으로 탈북했다.

그런데 A씨는 중국을 경유해 5회 밀입북을 하는 과정에서 2006년 5월경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공작원으로 포섭됐고, 탈북자 정보수집 지령을 받고 북한 국적의 탈북자로 위장해 대한민국에 잠입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A씨는 서울 소재 명문 사립대를 졸업 후 2011년 6월부터 서울시청에서 탈북자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계약직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탈북자 관련 단체 활동, 서울시공무원 업무 등을 통해 수집한 200여명의 탈북자 신원정보를 3회에 걸쳐 북한에 남아있던 가족을 통해 북한 보위부에 전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또 A씨가 북한이탈주민으로 인정받아 주거지원금, 정착금 등 합계 2565만원을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부정 수령하고, 위장신분으로 대한민국 여권을 부정 발급받아, 중국ㆍ독일ㆍ태국 등에 출입국하면서 12회에 걸쳐 이 여권을 행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내사를 벌이던 국정원은 검찰과 함께 A씨를 적발해 국가보안법(간첩죄, 특수잠입ㆍ탈출죄, 회합ㆍ통신죄) 위반, 북한이탈주민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위반, 여권법위반 등을 적용해 지난 2월26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탈북자들이 각계각층에 진출함에 따라, 탈북자로 위장하거나 탈북자를 포섭해 정보를 빼내는 등 탈북자를 이용한 북한의 공작활동이 증가 추세에 있는 등 최근 탈북자 위장 공작원 침투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고 사건의 특징을 밝혔다.

또 “탈북자 신원정보는 탈북자들의 신변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고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을 볼모로 한 국내 탈북자 공작활동에 이용될 위험성이 있으므로, 탈북자 신원정보의 철저한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렇듯 변화하는 북한의 대남공작 형태와 국내 입국 탈북자의 증가추세에 대응해 유관기관과 공조, 탈북자 심사 및 관리를 더욱 강화하고, 간첩 및 위장 탈북자 등에 대해 엄중 처벌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이 사건은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런데 애꿎게 박원순 서울시장이 ‘간첩’을 공무원으로 채용한 것처럼 엉뚱하게 불똥이 튀며 논란이 돼 주목을 받았다. 보수단체들은 기자회견까지 열며 박 시장에게 사과를 촉구할 정도였다.

급기야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참석해 “유OO씨가 서울시 공무원으로 채용됐던 건 행정안전부와 중앙정부의 권고에 따라 전임 (오세훈) 시장 때 이뤄진 일”이라고 해명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 민변 “탈북 화교 남매 간첩 조작 사건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

하지만 민변 통일위원회(위원장 천낙붕)의 입장은 검찰의 발표와 전혀 다르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억울한 간첩 누명을 씌우고 있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민변이 A씨를 유OO씨(유씨)라고 밝혔기에 지금부터는 유씨라고 부른다.

당장 민변 통일위원회는 유씨를 변호하기 위해 <탈북 화교 남매 간첩사건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검찰이 유씨를 구속기소한 다음날(2월27일) 민변 통일위원회는 ‘탈북 화교 남매 간첩사건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유씨가 탈북 화교인 점을 제외한 국가보안법 범죄 혐의는 유씨의 여동생의 허위진술에 의한 조작 개연성이 매우 크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탈북 화교 남매 간첩 조작 사건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공동변호인단은 “유씨의 여동생은 2012년 10월 30일 국내 입국한 즉시 경기 시흥시 소재 국가정보원 중앙합동신문센터의 독방에 사실상 구금 수용돼 현재까지 국정원 수사관 이외에는 외부와 일체의 접촉도 차단된 가운데 국정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국정원 수사관들의 강압, 협박, 기망, 회유 등에 의해 오빠 유씨에 대해 허위의 진술을 하고 있다는 게 공동변호인단의 판단이다. 허위진술의 내용은 여동생은 북한 보위부의 지령에 따라 오빠의 간첩행위를 도와주기 위해 국내로 잠입해 탈북자 신상정보를 오빠로부터 건네받아 북한에 전달했고, 그녀도 지령에 따라 오빠에 대해 허위의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공동변호인단은 “중국에 거주하는 두 남매의 아버지는 전화 통화에서 이런 상황을 전해 듣고 망연자실한 상태로 구명을 호소하고 있고, 특히 여동생의 허위 진술에 의해 오빠의 국가보안법 범죄사실이 날조된 것에 대해 방북 일시를 확인하면서 여동생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정신이 미치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동변호인단은 “오빠 유씨는 동생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을 정도의 신상에 대해 걱정하며 국가정보원 수사이래 계속해 여동생과의 대질신문을 요구했으나 국정원은 물론 검찰마저 증거인멸을 운운하며 이를 거부한 채 구속기소했다”고 비판했다.

오빠 유씨는 말할 것도 없고, 아버지도 딸의 안위를 걱정하며 민변에 구명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공동변호인단이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를 3차례나 방문해 여동생에 대한 변호인 접견을 요청했으나 국정원은 여동생이 변호인을 만나려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여동생이 참고인 신분으로 변호인 접견권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를 추가하면서까지 변호인 접견 및 서신교환까지 불허했다고 변호인단은 주장했다.

공동변호인단은 특히 “국정원의 여동생에 대한 변호인 접견불허는 국가정보원법 직권남용과 변호인 접견교통권 침해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며 “이런 국정원의 범죄행위는 여동생에 대한 변호인 접견을 막아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최장 6개월에 이르는 사실상의 구금상태에서 이루어진 탈북 화교 남매 간첩 조작의 진상을 은폐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한 것”이라고 ‘간첩 조작 사건’으로 규정했다.

또한 “국정원은 오빠를 체포ㆍ구속한 이래 가족 및 연고자에게 체포 및 구속 통지를 하지 않는 위법을 저질렀고, 여동생의 소재, 입건 여부, 처우, 체포, 구금 여부 등 가족으로서 응당 확인할 수 있어야 할 사항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위법한 구금 상황을 지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변 통일위원회와 공동변호인단은 “따라서 이 사건에서 이슈가 돼야 할 쟁점은 탈북자를 잠재적 간첩으로 낙인찍는 공안 여론을 조성해 탈북자들을 우리 사회로부터 영원한 이방인으로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탈북자를 간첩으로 쉽게 조작해 인권을 말살하는 국가폭력의 진상을 규명해 탈북자들을 조작 간첩으로 양산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민변 통일위원회는 지난 3월 6일 “국가정보원이 여동생이 변호인 접견권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변호인 접견을 불허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변호인 접견권을 고의적으로 침해하는 국가기관의 심각한 조직적 범죄행의”라며 국정원에 대한 준항고장과 고발장을 각각 제출했다.

◈ 서울중앙지법에 국민참여재판 신청…국가보안법 사건으로는 처음

특히 민변 통일위원회가 구성한 <탈북 화교 남매 간첩사건 공동변호인단>은 8일 “오빠 유OO씨에 대한 사건에 대해 국가보안법 사건 최초로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해 두 남매의 억울한 누명을 국민 배심원단이 보는 앞에서 풀어주기로 결의했다”며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에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공동변호인단은 신청서에서 “유씨가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관련법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으로 재판받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변호인단은 “탈북자를 잠재적 간첩으로 낙인찍는 공안 여론 조성과 탈북자 간첩을 색출한다는 명목 하에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 6개월, 하나원 3개월 등 최장 9개월 동안 인신을 구금하는 행태 등에 대해 국민 배심원단과 함께 준엄한 심판을 내리고자 한다”고 국민참여재판 신청 취지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사건이 배당된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이범균 부장판사)는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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