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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섭 특별변호인 “진짜 검사인 임은정 징계하다니”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정직 4개월…임은정 “가난한 노래의 씨를 척박한 광야에 뿌렸다”

2013-02-06 17:33:36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5일 재심 사건에서 검찰 지휘부의 판단을 따르지 않고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 서울중앙지검 공판부 검사에게 중징계인 정직 4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 임은정 검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던 어제 김칠준 변호사와 함께 특별변호인 자격으로 참석했던 한인섭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는 6일 검찰상층부에게 돌직구를 던지며 “소신과 양심을 지키려한 진짜 검사를 징계하다니”라며 개탄했다.

법무부 공보관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징계위원회 결과와 관련해 따로 보도자료를 만들지 않아 기자들에게 배포하지 않았고, 징계결과를 묻는 기자들에게 결과만을 알려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징계위원회와 관련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임은정 검사 뭘 했길래?

먼저 이 사건을 들여다보면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임은정(사법연수원 30기) 검사는 작년 12월28일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반국가행위) 혐의로 기소돼 1962년 징역 7년이 확정돼 옥고를 치른 윤OO(2001년 사망)씨에 대한 재심사건 결심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결심공판을 앞둔 공판2부는 내부 논의를 했는데, 부장검사는 당시 판결문에 나타난 당사자 진술이 고문ㆍ협박에 의한 것이 아니고, 사건이 50년이나 지나 수사ㆍ재판 기록도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재판부에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 달라’고 구형할 것을 임 검사에게 주문했다.

검찰은 통상 재심사건에서 무죄로 단정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관행적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 달라’고 구형한다.

하지만 임은정 검사는 이 사건 공범 5명에 대해 이미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점 등을 들어 ‘무죄 구형’ 의견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다른 공판검사에게 사건이 재배당됐다.

이에 대해 이의제기를 했던 임 검사는 윤씨의 재판에 직접 들어가 다른 공판검사가 법정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검사 전용 출입문을 잠그고 재판부에 무죄를 구형했고, 재판부는 이날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 인해 임 검사는 감찰조사를 받았고, 대검 감찰본부는 지난달 16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정직’ 처분을 권고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이나 법대교수들은 징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오히려 ‘표창’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 “역사는 임은정 검사의 소신과 용기를 자랑스럽게 기록할 것…오점 없도록 바란다”

▲ 한인섭 서울대 법대교수 징계위원회에 특별변호인 자격으로 참석했던 한인섭 교수는 이날 트위터에 먼저 “김칠준 변호사와 함께 특별변호인 자격으로 ‘임 검사의 행위는 법적으로 정당, 법리적으로 타당. 징계사유는 법적 근거 없고, 상식에 반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또 “역사는 임 검사의 소신과 용기를 자랑스럽게 기록할 것입니다. 우리 역사는 징계권을 통해 법조인의 양심을 유린한 많은 사례를 갖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오점을 더하는 일이 없도록 바랍니다”라고 변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직 4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정직은 검사로서의 업무도 정지될뿐더러 보수도 받지 못하는 중징계다.

징계결정에 대해 “임 검사는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목 놓아 부를 가난한 노래의 씨를 척박한 광야에 뿌렸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고 한 교수는 전했다.

한 교수는 “임 검사가 불법ㆍ부당한 직무이전명령에 항의해, 검찰청법상 보장된 평검사의 ‘이의제기권’ 행사를 서면으로 했는데, 검찰은 그에 대해 서면답변도 하지 않고 뭉갰다”며 “법률을 위반한 건 검찰 상층부”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무죄 구형 해야겠다’는 임 검사를 압박해, (부장검사가)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 달라’는 구형을 하라고 하고, ‘양심상 도저히 그러지 못하겠다’고 하니 (공판)검사를 바꾸어 법정에 들여보내겠다는 게 올바른 직무명령인가요?”라고 따져 물었다.

여기서 ‘직무이전명령’은 반국가행위 혐의로 1962년 징역 7년이 확정돼 옥고를 치른 윤OO(2001년 사망)씨에 대한 재심사건에서 임은정 검사는 공범 5명에 대해 이미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점 등을 들어 ‘무죄 구형’ 의견을 냈으나, 부장검사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다른 공판검사에게 사건이 재배당된 것을 말한다.

한 교수는 “무죄 판결이 명백한 사안을, 검사는 ‘무죄 구형’도 못하고,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 달라’고 말하도록 시킨다”며 “과거 검찰의 잘못을 제 입으로 시정하지 않겠다는 옹고집이자 희한한 편법”이라고 검찰상층부를 질타했다.

그는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 달라’는 구형 아닌 구형.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심정이 됩니다. 방청객으로부터 비웃음 받고, 민망해 고개를 들지도 못해요. 그런 구형 강요하는 검찰상층부”라고 거듭 비판했다.

한 교수는 “(검찰) 공안부는 인권침해사건의 재심 판결에서, 유죄 구형이나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 달라’는 변칙구형을 하도록 압박. 아직도 공안부와 상층부는, 인권침해 판결을 재심하는데 못마땅해 하는 독재추종체질이 남아있다”고 돌직구를 던졌다.

또 “임 검사는 박형규 목사 사건에 무죄 구형을, 검찰사(史)에서 처음으로 내렸다. 그 무죄 구형 당시 (임 검사는) ‘철옹성 같은 벽을 대하는 절망감’과 싸웠다는데, (임 검사가) 왜 철옹성 장벽을 느껴야 하느냐”며 “(검찰은) 잘못된 악습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야”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윗선에서 시킨다고 ‘무죄 구형’ 않는다는 게 진짜 검사 맞느냐”고 반문하며 “임은정 검사야말로, 소신과 양심을 지키려한 진짜 검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징계사유 중에, 점심 먹고 직장복귀 않았다는 것도 있었다. 반가를 내면 14시부터 휴가인데 13~14시 사이에 미복귀했으므로 ‘성실의무위반’이라는 것”이라며 “이런 티끌잡기까지 하니 어처구니 제로”라고 비판했다.

임은정 “피해자에게 세상은 살아볼만한 희망을 주는, 난 대한민국 검사”

아울러 한인섭 교수는 임은정 검사가 공판검사로서 그동안 해 온 말들을 잠시 거론했다.

“피해자들의 소리 없는 절규를 법정에서, 궁극으론 우리 사회를 향해 대신 소리쳐주는 검사로서의 본분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타블로사건 검사로서 임은정)

“검사는 공익대변자로서 무죄는 무죄라 말해야 하는데, 사법의 암흑기에 유죄 구형했던 사건에 대해 수십 년이 지나서 어떻게 똑같은 구형을 할 수 있는지 황당하기까지 했습니다”(임은정 검사)

“법정을 가득채운 농아자들은 수화로 세상을 향해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 그 분노에, 그 절망에 터럭 하나하나가 올올이 곤두선 느낌. 눈물을 말리며 그 손짓, 그 몸짓, 그 아우성을 본다”(도가니사건 검사, 임은정 일기)

“피해자들 대신 세상을 향해 울부짖어주는 것, 이들 대신 싸워주는 것, 이들에게 이 세상은 살아볼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주는 것. 난 대한민국 검사다”(임은정 일기, 도가니사건 공판에서).

한 교수는 그러면서 “이런 검사를 정직시키다니”라고 개탄했다.

그는 끝으로 “검찰은 강해도 개개 검사는 약합니다. 검찰을 싸잡아 비난하기에 앞서, 검사의 정의로우려는 노력을 지켜줘야 합니다. 국민이 정의로운 검사를 지켜주지 못하면, 결국 비참해지는 것은 국민입니다”라고 국민이 임은정 검사를 지켜 줄 것을 호소했다.

한편, 공지영 작가는 “도가니 (사건 공판) 때 시민운동가까지 감사를 표한 검사를 이 권력이 놔두지 않는군요 ㅠㅠ”라고 씁쓸해했다.

임은정 검사는 도가니 사건 공판검사로서 유명하다. 그런데 타블로사건 공판검사였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타블로 사건은 힙합그룹 ‘에픽하이’ 리더 타블로(본명 이선웅)의 스탠포드대학교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해 사회적 파장을 불렀던 인터넷 카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운영진과 회원들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에서 임은정 검사는 피해자인 타블로를 대신해 공판검사로 나섰다.

임 검사는 1심 판결 직후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하는 등 공판검사로 활약했고, 피고인들은 지난달 4일 대법원에서 징역형과 실형이 확정되며 타블로의 완승으로 끝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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