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기준 국내 1인가구는 약 782만 가구다. 전체 가구의 35.5%다. 2010년 23.9%였던 비중이 13년 만에 11.6%포인트 뛰었다. 증가세는 앞으로도 이어져 2052년에는 전체 가구의 41.3%가 1인가구가 될 전망이다.
혼자 산다고 반드시 외로운 것은 아니다. 문제는 혼자 사는 상태가 사회적 관계의 단절과 돌봄 공백으로 이어질 때 생긴다. 사회적 고립은 정신건강은 물론 경제와 주거, 안전까지 삶의 질 전반을 떨어뜨릴 수 있다. 범죄학과 재범 위험성 평가 분야에서도 취약한 사회적 지지망(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가족·친구·이웃 관계)은 재범·폭력 위험성을 따질 때 고려하는 요인이다.
보건복지부가 2024년 발표한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고독사 사망자는 3661명이었다. 고독사 사망자 가운데 1인가구 비중은 87%였다. 1인가구는 다인가구보다 외로움과 우울감을 더 자주 경험하는 경향이 있고, 사회적 고립이 심할수록 자살사고(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생각하는 상태)나 우울장애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서미정(한성대 융합행정학과) 연구자는 논문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1인가구의 사회적 고립 완화와 심리적 웰빙 증진 방안에 관한 연구'(<시큐리티연구>)에서 1인가구의 고립 문제를 '디지털 복지'와 '인간중심설계(Human-Centered Design)'의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인간중심설계는 기술보다 기술을 쓰는 사람의 필요와 불편에서 출발해 서비스를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서 연구자는 국내외 정책과 디지털 서비스 사례, 관련 문헌과 통계자료를 종합해 1인가구의 고립을 완화할 전략을 분석했다.
인간중심설계의 출발점은 "AI를 쓰자"는 구호가 아니다. 누구에게 어떤 기술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서미정(한성대 융합행정학과) 연구자의 2025년 연구에 따르면, 국내 1인가구는 2023년 기준 약 782만 가구(전체의 35.5%)이며 청년은 관계 단절, 중장년은 역할 상실, 고령층은 돌봄 공백으로 세대마다 고립 양상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미정 연구자는 앱과 AI 중심의 복지가 고령층·저소득층 같은 디지털 취약계층을 새로운 사각지대로 밀어낼 수 있다며, AI 조기 위험 탐지와 지역 커뮤니티 연계, 디지털 교육을 묶은 세대별 맞춤형 디지털 복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 1인가구 고립, 청년은 '관계 단절' 중장년은 '역할 상실'
1인가구라고 모두 같은 문제를 겪지는 않는다. 청년 1인가구는 불안정한 고용과 높은 주거비, 부족한 사회적 관계망이라는 '삼중고'를 겪기 쉽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2년 조사에서는 20대 청년 1인가구의 36.4%가 우울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의 고립은 모습이 다르다. 이혼과 자녀 독립, 실직을 계기로 혼자 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배우자·부모·직장인으로 살며 유지해 온 사회적 역할까지 한꺼번에 잃을 수 있다. 관련 선행연구에서는 50대 이상 중장년 1인가구의 29%가 '고립감을 자주 느낀다'고 답했고, 24%는 누구와도 말하지 않은 채 하루를 보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고령 1인가구로 가면 문제의 성격이 또 달라진다. 신체적 약화와 만성질환에 더해 일상적인 돌봄을 맡아 줄 사람이 없다는 위험이 발생한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1인가구 가운데 42.3%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만성질환을 앓는 고령 1인가구의 38%는 외출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세대마다 고립의 양상이 다르다는 점이 생애주기별 정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20대 청년에게 필요한 연결과 70대 독거노인에게 필요한 연결은 같을 수 없다.
■ 디지털 안부 확인, AI 챗봇은 말 걸고 IoT는 움직임 감지
최근에는 돌봄과 관계의 빈틈을 디지털 기술로 메우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AI 챗봇은 정서적 대화를 제공하고, 사물인터넷(IoT·가전제품이나 센서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 센서는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는지를 확인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은 취미와 식사, 산책 같은 오프라인 활동을 연결한다.
서울시의 'AI 안부확인 서비스'는 독거노인 가구에 센서를 설치해 일정 시간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가족이나 응급대응기관에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약 7000세대가 참여했고 실제 응급 구조 사례도 보고됐다.
정신건강 영역에서도 디지털 플랫폼이 쓰인다.
비대면 심리상담 앱에서는 익명으로 감정을 털어놓거나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관련 선행연구에서는 모바일 기반 비대면 상담이 1인가구의 정서적 안정에 기여했고, 디지털 활용 능력이 높은 집단일수록 고립감과 불안감 감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지역 커뮤니티와 연결하는 방식도 있다. '온동네' 같은 플랫폼은 취미와 식사 나눔, 산책 동행, 돌봄을 온라인에서 연결한 뒤 실제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지게 한다.
기술을 거쳐 다시 사람에게 닿게 하는 방식이다.
■ 해외 고립 대응, '이상 알림' 넘어 지역사회 연결까지
해외 사례도 감시에만 머물지 않는다. 일본은 전기포트나 TV 같은 가전제품의 사용 여부를 확인해 고령자의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영국은 사회적 고립 방지 캠페인을 보건서비스와 연계하고 디지털 건강 모니터링과 온라인 집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핀란드 사례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헬싱키의 'Yksin' 앱은 이용자의 활동 기록과 자기보고 설문(이용자가 자신의 상태를 직접 적어 내는 설문)을 바탕으로 고립 정도를 파악하고 지역 모임과 상담, 공공서비스를 추천한다. 핀란드 사회보건부 자료에서는 3개월 이상 'Yksin' 앱을 이용한 고령 1인가구의 고립감 인지 점수가 평균 20% 낮아졌고, 청년 이용자의 62%가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맺었다고 응답했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는 교훈은 '사고가 났는지 확인하는 기술'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고립의 징후를 발견한 뒤 다시 사람과 지역사회로 잇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 디지털 복지 설계, 20대 앱과 70대 앱은 달라야
디지털 복지가 실제 효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맞춤형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고령층에게 복잡한 텍스트 중심의 앱을 쥐여 주고 사용하지 않는다고 탓할 수는 없다. 음성 안내와 간단한 터치 방식, 높은 색상 대비 같은 접근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반면 청년층에게는 감정 기록과 익명 커뮤니티, AI 챗봇 비대면 상담처럼 부담 없이 감정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접촉할 수 있는 기능이 중요할 수 있다.
세대별 맞춤형 서비스는 개인의 생활 패턴과 심리적 특성에 맞는 '디지털 정서 동반자'로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온라인 안에만 붙잡아 둬서도 안 된다. 플랫폼에서 공감 댓글이나 감정 표현 기능을 제공하면서 산책 동행이나 취미 활동처럼 실제 사람을 만나는 오프라인 프로그램으로 연결해야 한다.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초기에는 사회복지기관 같은 지역 조직이 중재자로 나서는 방식도 요구된다. 서미정 연구자는 디지털 플랫폼이 기술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 AI 조기 탐지, 우울 징후 포착하면 복지관·상담기관으로 연결
한 단계 더 나아가 AI와 IoT, 복지기관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방안도 제시됐다. 예컨대 평소보다 활동량이 급격히 줄거나 생활 패턴에 이상이 나타나면 AI가 위험신호로 포착한다. 포착에서 끝나지 않고 지역 복지센터나 의료기관, 상담기관으로 정보를 넘겨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게 하는 방식이다.
AI는 활동량이나 생활 패턴의 변화 같은 데이터를 토대로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예방적 상담을 연결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디지털 복지를 서비스 전달 창구에서 사전 개입형 지원체계(문제가 커지기 전에 먼저 개입하는 체계)로 바꾸자는 구상이다. 하루 한 번 "잘 계십니까"라고 안부를 묻는 데서 벗어나, 위험이 커지기 전에 먼저 찾아가는 복지로 전환하는 셈이다.
다만 서미정 연구자의 논문은 실제 1인가구에게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적용해 효과를 검증한 실증연구(현장 자료로 효과를 직접 확인하는 연구)는 아니다. 국내외 문헌과 서비스 사례를 종합해 디지털 복지가 나아갈 방향을 제안한 연구다.
서미정 연구자도 실제 플랫폼 이용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연구의 한계로 꼽는다. 향후에는 이용자 설문과 면담, 로그 분석(이용자가 서비스에 남긴 접속·사용 기록 분석)으로 만족도와 웰빙 변화, 이용 지속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 디지털 복지의 역설, 기술 모르면 다시 고립
디지털 복지에는 역설도 있다. 도움이 가장 절실한 사람이 기술을 가장 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고령층과 저소득층, 장애인 같은 정보 취약계층은 디지털 기기와 플랫폼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복지서비스가 앱과 AI 중심으로 옮겨갈수록 오히려 정보 취약계층이 새로운 사각지대로 밀려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기기를 지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공기관의 디지털 교육을 확대하고, 기기 보급과 함께 사용법을 알려주는 맞춤형 상담을 제공해야 한다. 사회복지사나 청년 인턴, 지역 자원봉사자가 고령 1인가구를 직접 찾아가 기기 사용을 돕는 '1대1 디지털 서포터즈'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결국 디지털 복지의 출발점은 최첨단 기술이 아니라 '포용적 설계'(나이·소득·장애와 관계없이 누구나 쓸 수 있게 만드는 설계)다.
앞으로 1인가구 정책도 청년·중장년·고령층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청년에게는 사회적 관계와 정서적 연결, 중장년에게는 사회적 역할의 회복, 고령층에게는 생활안전과 돌봄을 중심에 둔 서로 다른 디지털 복지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AI를 활용한 조기 위험 탐지와 지역 커뮤니티 연계,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교육도 함께 가야 한다.
1인가구가 10가구 중 4가구에 가까워지는 사회에서 '혼자 사는 것'은 더 이상 예외적인 삶의 형태가 아니다. 문제는 혼자 사는 사람이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은 채 위험해지는 순간을 사회가 알아챌 수 있느냐다. AI와 디지털 플랫폼의 쓸모도 고립된 사람이 위험해지는 순간을 알아채는 데 있다. 사람을 대신하는 일이 아니다. 끊어진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다시 잇는 일이다.
▶연구논문
서미정(2025).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1인가구의 사회적 고립 완화와 심리적 웰빙 증진 방안에 관한 연구. 시큐리티연구, 84, 217-235.
김지연(Jee Yearn Kim) Ph.D.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형사정책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법심리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으로, 생성형 AI 기술 역기능 및 사용자 위험 요인 대응 정책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 범죄자 위험 평가, 교정 개입 원칙, 형사사법 실무자 조직행동, 스토킹 범죄자 개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