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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하미학살 조사 각하 처분 취소 행정소송 항소심도 원고 요청 기각

베트남 피해자의 요구를 외면한 사법부를 규탄

2025-08-13 16:35:55

기자회견 후 참서자들이 피켓팅을 하고 있다./화상연결을 통해 발언하고 있는 하미학살 피해 생존자 응우옌티탄.(사진제공=한베평화재단)이미지 확대보기
기자회견 후 참서자들이 피켓팅을 하고 있다./화상연결을 통해 발언하고 있는 하미학살 피해 생존자 응우옌티탄.(사진제공=한베평화재단)
[로이슈 전용모 기자] 서울고법 행정11-1부(재판장 최수환 부장판사)는 2025년 8월 13일 오후 2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의 베트남 하미학살 사건 조사 각하처분(2023년 5월)에 대해 취소를 요구한 베트남 피해자의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인 하미학살 피해자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23년 5월 24일 전원위원회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고 각하 결정 통지문에서 그 사유를 “과거사진상규명법이 외국에서 외국인에 대하여 전쟁시 발생한 사건으로까지 확대되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미학살 피해자들은 과거사법에 외국인에 대한 외국에서 벌어진 사건을 조사 대상에서 배제하는 규정이 없는데도, 진실화해위원회가 각하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위원회가 과거사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난 2023년 7월 19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미학살은 베트남전쟁 중인 1968년 2월 24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주둔한 대한민국 해병제2여단(일명 ‘청룡부대’)이 주둔지 인근에 있던 하미마을에서 민간인 주민들 151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학살된 151명 중 10세 이하 어린이가 58명, 여성이 100명, 생후 1~2개월에 불과한 이름을 아직 짓지 않은 ‘무명아’가 3명이 있을 정도로 참혹한 학살사건이었다.

하미학살은 희생자의 대다수가 노인·여성·아이였으며, 한국군 불도저에 의한 시신 훼손까지 벌어진 참혹한 인권 유린 사건이다. 2022년 4월 하미학살 피해자·유가족 5명은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상규명을 요청했으나 진실화해위는 신청인이 ‘외국인’이고 사건이 ‘외국’에서 일어났다는 이유로 각하했고, 이후 진행된 행정소송 1심 역시 이를 받아들였다. 오늘 항소심 재판부 역시 원고의 요청을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미학살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이번 소송을 지원하고 있는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와 <민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TF(이하 ‘민변 베트남전전 TF’)>는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입구 삼거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행정소송 원고측 대리인단 임재성 변호사(민변 베트남전 TF, 법무법인 해마루)는 이번 판결 결과에 대해 “하미학살 피해자 응우옌티탄 님께서 법정에 직접 출석하여 대한민국이 이 문제에 대해서 진실 규명 절차를 해달라, 훗날 3기 진실화해위원회가 만들어지면 반드시 나의 사건을 진실 규명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간절히 호소를 하셨는데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이러한 판결을 내렸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한국의 시민으로서 오늘 판결이 굉장히 비상식적이며 대한민국의 빛나는 과거사 청산의 역사를 그 근본부터 흔드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원고측 대리인단 김남주 변호사(민변 베트남전 TF, 법무법인 도담)는 진실화해위원회가 외국인 국적 신청인의 요청을 각하 한것을 적합하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점에 대해 “이게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입니까? 피해자의 국적이 그렇게 중요합니까?”라고 일갈하며 “(베트남 분들이) 학살 피해를 당한 일에 대해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 거부를 당해야 하는가, 언제까지 우리가 진실을 인정하지 않고 진실을 숨기고 닫으려고 하는가. 너무 유감이며, 서울고등법원이 정말 전향적으로 판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문제에 대해) 진실 규명에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것이며, 대한민국의 과거사 청산의 본질이 결국 자국민이 피해자일 경우에만 작동한다는 의심과 비판을 감내해야 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장완익 변호사(민변 베트남전 TF, 법무법인 해마루)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르면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대상을 떠나서 우리 역사의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 조사 개시할 수 있다라고 명시가 되어 있다”며 “법원에서 상식과 다른 판단이 계속 이루어지는 것을 보았고 과거사법안 발의에 함깨 했던 사람으로서 진짜 자괴감을 더한다”고 이번 기각 결정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 2022년 4월, 진실화해위원회에 하미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신청서를 제출했던 피해자·유가족 5인 중 한명인 응우옌티탄(베트남 다낭 거주, 68세)은 재판 소식을 듣고 “오늘 저는 이번 재판 결과에 깊은 실망과 슬픔을 느낍니다. 재판부가 우리 피해자의 일에 너무도 무감하다고 생각하며 진실에 맞지 않게 판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죽기 전에 진실이 인정되는 것을 보게 되기를 바랐지만, 그 바람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변호사님들과 한베평화재단과 함께 끝까지 정의를 추구할 것입니다. 또한 저희의 이야기가 세월 속에 묻히지 않도록 제3기 진실·화해위원회에도 다시 자료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늦게 오는 정의도 정의입니다.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싸워 나갈 것입니다” 라며 심경을 피력했다.

(사진왼쪽부터) 임재성 변호사, 김남주 변호사, 장완익 변호사, 정예은 활동가, 전홍식 관장.(사진제공=한베평화재단)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왼쪽부터) 임재성 변호사, 김남주 변호사, 장완익 변호사, 정예은 활동가, 전홍식 관장.(사진제공=한베평화재단)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정예은 활동가는 “어떤 피해와 상처, 죽음들이 있었는지, 그 이후의 삶 혹은 생존은 어떠했는지 듣는다는 것은 윤리적 실천의 시작이다. 진실화해위원회와 법원이 이러한 윤리를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어쩌면 그들은 진실을 밝히는 것,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너무나도 강력한 실천이라는 것을 알기에 망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듣고 난 이후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 때문이다”며 진실화해위원회와 재판부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이번 판결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파주에서 SF&판타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전홍식 씨는 시민 연대 발언을 통해 “(하미 학살에 대해) 이게 사실인지 밝혀달라는, 진실을 밝혀달라는 말 한마디가 ‘항소를 기각한다’라는 한마디로 그냥 짓밟히는 상황”이라며 “왜 진실을 밝히려는 것조차도 두려워하는가”라고 재판부의 판결을 비판했다.

이날 네트워크와 민변 베트남전 TF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베트남 하미학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한국 정부의 부당한 결정에 손을 들어준 너무도 실망스러운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심 재판부의 결정에 우리는 승복할 수 없다”며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의 위법성과 부당함을 끝까지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연내 출범 예정인 3기 진실화해위원회를 연급하며 “하미학살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소망대로 다시금 진실규명 신청을 할 것이다”며 “3기 진실화해위원회는 2기 위원회의 과오를 결코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일갈했다. 끝으로 “수년에 걸쳐 베트남의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진실규명을 위한 청원, 소송을 이어가며 실망하고 고통받고 있다”며 “이제는 한국 정부가 스스로 나서야 한다. 22대 국회는 정부 차원에서의 공식기구를 구성해 진상조사가 추진될 수 있도록 베트남전 인권침해 진실규명 특별법안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베트남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하여 “베트남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했으나 이번 사법부의 판결은 대통령의 입장과는 대치되는 실망스러운 판결이었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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