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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광주사태 유언비어 날조·유포 혐의 피고인들 재심서 무죄

재심 재판부, 이 사건 계엄포고가 당초부터 위헌·위법

2022-05-19 15: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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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법원청사.(사진제공=대구지법)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구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상오 부장판사·정주희·박소민)는 2022년 5월 18일 광주사태 유언비어 날조 관련 반공법위반, 계엄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망인), 계엄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재심에서 피고인 B(개명), D, E, F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2020재고합7).

피고인들은 60~70대이다.
1979. 12. 12. 국군보안사령부 사령관 겸 계엄사령부 소속 합동수사본부 본부장이던 전두환 등은 군사반란으로 군의 지휘권과 국가의 정보기관을 장악한 다음 1980. 5. 17. 정권을 탈취하기 위하여 폭력적 불법수단을 동원하여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이희성은 1980. 5. 17. 구 계엄법(1981. 4. 17. 법률 제344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계엄법’이라 한다) 제13조(“비상계엄지역 내에서는 계엄사령관은 군사상 필요할 때에는 체포, 구금, 수색, 거주, 이전, 언론, 출판, 집회 또는 단체행동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단, 계엄사령관은 조치내용을 미리 공고하여야 한다.”)에 따른 조치로 계엄포고 제10호(이하 ‘이 사건 계엄포고’라 한다)를 발령했다.

피고인 망 A는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하였다.’라는 반공법위반 혐의 및 ‘유언비어를 유포하였다.’라는 계엄법위반 혐의로, 나머지 피고인들은 ‘유언비어를 각 날조 또는 유포하였다.’라는 각 계엄법위반 혐의로 각 기소됐다.

경북지구 계엄보통군법회의는 1980. 12. 4.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 망 A에게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 피고인 B, D, E에게 각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피고인 F에게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각 선고했다(같은 계엄보통군법회의 1980. 12. 4. 선고 80보군형공 제390호 판결. 이후 같은 계엄보통군법회의는 피고인 망 A의 징역형을 1년 형으로 감형했다. 이하 같은 계엄보통군법회의의 위 판결을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이에 피고인 망 A가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같은 법원은 1981. 4. 3. 피고인 망 A의 항소를 기각했다(같은 법원 1981. 4. 3. 선고 81노646 판결). 그 후 피고인 망 A가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그 무렵 재심대상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이 확정됐다.

피고인 망 A의 처 G와 피고인 B, D, E, F는 2020년 7월 27일 대구지법에 재심대상 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피고인들은 "피고인들에 대한 경찰 및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각 자백 취지 진술기재 부분은 체포영장 없이 피고인들을 체포하여 조사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것으로 그 진술의 임의성을 인정할 수 없고, 달리 검사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제출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들은 모두 무죄이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엄포고는 전두환 등이 군사반란으로 군의 지휘권과 국가의 정보기관을 장악한 다음 정권을 탈취하기 위하여 폭력적 불법수단을 동원하여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발령한 것으로, 당시 국내의 정치상황과 사회상황이 구 계엄법 제13조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계엄포고는 구 헌법 제54조 제1항, 구 계엄법 제13조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또한 이 사건 계엄포고는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는 일체의 행위”와 같이 범죄의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규정되어있을 뿐 아니라 그 적용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국민이 무엇이 법률에 의하여 금지되는 행위인지를 예견하기 어려워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고, 구 헌법 제10조(현행 헌법 제12조)가 정한 영장주의원칙에 위배됨은 물론,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구 헌법 제18조(현행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언론·출판과 집회·결사의 자유, 구 헌법 제19조(현행 헌법 제22조)가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따라서 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 이 사건 계엄포고는 위헌·위법한 것으로 무효이다(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도1397 판결 등 참조).

재판부는 이 사건 계엄포고가 당초부터 위헌·위법하여 무효이므로, 이 사건 계엄포고 제2항 마.호를 위반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계엄법위반의 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서 규정하는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했다.
형사소송에서 범죄사실이 있다는 증거는 검사가 제시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5도348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검사는 이 부분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현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증명할 증거가 없다.’라고 진술했고, 이에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구형했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반공법위반의 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서 규정하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

(피고인 A) “조선민족의 진로”가 그 저자 백남운이 월북한 사람이며 그 내용이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서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정을 모르는 B에게 복사비 조로 금 2,700원을 주면서 복사를 의뢰하여 동인으로 하여금 그 시경 인근 학사복사실에서 3부를 복사케 하고, 1980. 3월 말 일자 불상 오후 2시 위 두레서점에서 그 정을 모르는 피고인 D에게, 같은 해 4월 말경 같은 곳에서 그 정을 모르는 공소외인에게 복사한 “조선민족의 진로” 각 1부를 금 1,000원씩에 각 판매하고, “조선경제사”가 그의 저자 전석담이 월북한 사람이며 그 내용이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서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금 32,000원을 지불하고 10부를 복사하고, 익일 오후 2시경 위 <두레서점>에서 공소외 성명 불상(연세대학교 재학)에 복사한 “조선경제사” 1부를 금 5,000원에 판매하여, 반국가단체인 북괴의 활동에 동조하여 각 북괴를 이롭게 했다.

또 계엄포고문 제10호에 의하여 유언비어의 유포가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 광주사태는 공수부대가 무자비하게 학생데모를 진압하려다가 확대됐다. ◦ 공수부대 군인들이 분수대 앞에서 여학생을 발가벗겨 대검으로 찔러 죽였다. 라는 등의 요지의 민심을 어지럽히는 허위의 사실을 기재하여 유언비어를 날조했다.

(피고인 B) 피고인 A, F과 1980. 5. 22. 22:00경 대구 만촌동에 있는 위 F의 전 주거지 앞에서 광주사태에 관한 유언비어를 날조하여 유포하기로 결의하면서 유언비어의 날조는 F가, 배포는 피고인이, 비용은 A가 책임을 지기로 공모하여, 같은 날 23:00경 위 F의 전 주거지 집에서 위와 같이 유언비어를 날조했다.

(피고인 D, E) 피고인 B의 부탁에 따라 광주사태에 관한 유언비어를 유인물로 작성하여 배포할 것을 승낙하고, 인원 동원을 위하여 친구들에게 광주사태에 관한 유언비어를 설명하여 그들의 협조를 구하기로 공모하여, 1980. 5. 26. 16:00경 대구 동구에 있는 위 E의 집에서 공소외인들에게 광주사태에 관한 유인물을 유포하려고 하는 데 도와달라고 하면서 ◦ 광주사태는 신문 보도 내용과는 다르다. ◦ 광주사태는 군인이 과격하게 진압하는 바람에 발생한 것이다. 공수부대 군인들이 대검으로 사람들을 찔러 죽인다. 라는 등의 민심을 어지럽히는 허위의 사실을 말하여 유언비어를 유포했다.

(피고인 F) ◦ 광주사태는 군인들이 데모 학생들을 과격하게 진압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 분수대 앞에서는 공수부대 군인들이 여학생을 발가벗겨 대검으로 찔러 죽였다. 이에 격분한 시민들이 투석하여 군인 일명이 맞아 죽었다. 라는 요지의 민심을 어지럽히는 허위의 사실을 말하여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피고인 B, A와 1980. 5. 22. 22:30경 대구 만촌동에 있는 피고인의 전 주거지 집 앞에서 광주사태에 관한 유언비어를 날조하여 유포하기로 결의하면서 유언비어의 날조는 피고인이, 배포는 B가, 비용은 A가 책임을 지기로 공모하여 같은 날 23:00경 위 피고인의 집에서 위와 같이 유언비어를 날조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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