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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가등기 마쳐준 매도인 이중매매 배임죄 아니라는 무죄 원심 파기환송

2020-06-03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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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피해 회사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어야 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다른 사람과 제2매매계약을 한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 회사에 대하여 배임죄에 있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있다고 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가등기를 마쳐준 매도인의 이중매매가 배임죄를 구성하는지에 대해서도 원심은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1심은 피고인에게 배임죄를 물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 회사에게 이 사건 가등기를 마쳐주었다고 하더라도 피해 회사로부터 계약금, 중도금 및 잔금 중 일부까지 지급받은 이상 매수인인 피해 회사의 재산보전에 협력해야 할 신임관계에 있고, 따라서 피고인은 피해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해 파기환송했다.

피고인은 피해 회사에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면서 지급받기로 한 6억 원보다 2억2500만원을 초과한 8억2500만원 상당을 계약금, 중도금, 잔금 일부 명목으로 교부받아, 매수인인 피해 회사에 이 사건 토지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해 주어야 할 임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6년 2월 25일경 피해 회사에 ‘2015. 10. 15.경 피고인의 채무 1억1621만원, 새마을금고 이자 5000만 원, 강OO 소유 토지에 대한 매입금 3600만 원을 지급했을 뿐, 그 후 4개월이 지나도록 새마을금고에 대한 이자지급의무 등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경매절차가 개시됐으므로 피해 회사의 계약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했다.

위 우편이 2016년 2월 29일경 피해 회사에 도달하게 한 다음, 2016년 3월 31일경 이OO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기로 하고, 2016년 4월 4일경 이 사건 토지에 관해 이OO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줬다.

이로써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의 실제 교환가치인 2억3143만3795원(= 이 사건 토지의 시가 상당액 52억 원 – 이 사건 토지에 설정된 각 가압류 청구금액 합계 6억5104만1095원 - 이 사건 토지에 설정된 각 근저당권설정등기 피담보채권액 합계 43억1752만511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 회사에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을 대리한 정OO이 피해 회사와 이 사건 매매계약서 및 사업시행대행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피해 회사와의 합의 내지 용인에 따라 ‘제8조 특기사항 서울시 건축허가가 취소될 경우 이 사건 매매계약은 무효임. 연대책임인 정OO’이라는 내용의 특기사항(이하 ‘이 사건 특기사항’)을 기재했고,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건축허가 취소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청구가 기각되자, 위 특기사항에 따라 위 매매계약이 무효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이OO과의 사이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이하 ‘제2 매매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배임의 고의가 없다. 설령 정OO이 이 사건 특기사항을 변조한 것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은 변조 내용이 진정한 계약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배임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2018고합425)인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마성영 부장판사)는 2019년 4월 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법률위반(배임)(인정된 죄명: 배임)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 토지의 실제교환가치는 2억3143만 상당인데 실제 교환가치를 5억원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죄로 처벌 할 수 없다며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이와 동일한 공소사실의 범위 내에 있는 배임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았다.

1심은 "피고인은 이 사건 특기사항은 정OO이 임의로 변조한 것임을 알고 있었고, 이미 피해 회사로부터 8억 원의 돈을 지급받아 이 사건 매매계약 및 사업시행대행계약에 따라 피해 회사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위반하고 이OO과 '제2 매매계약'을 체결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변호인 및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했다.

또 "비록 피해 회사가 제2 매매계약 체결 이전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경료했다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피고인이 이OO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준 이상 그로 인하여 피해 회사에게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아니했다거나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자 피고인과 검사(무죄부분)는 쌍방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원심(2심 2019노1025)인 서울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2019년 10월 30일 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실제로 이 사건의 민사상 분쟁은 다음과 같이 해결이 됐다.

제2 매수인 이OO가 본소로 피해 회사에 대해 이 사건 가등기의 말소를 구했으나 패소했고, 오히려 피해 회사의 반소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청구가 받아들여졌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1. 15. 선고 2016가합531879(본소), 2016가합574302(반소)]. 그 후 이OO과 피고인은 2018년 5월 16일 피해 회사와 사이에 10억 원을 지급하는 대신, 피해 회사가 이 사건 가등기를 말소하기로 약정했고, 이에 따라 같은 날 피해 회사가 이 사건 가등기를 말소했다.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피해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일부를 유죄로 인정한 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가등기를 마쳐준 매도인의 이중매매가 배임죄를 구성하는지에 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이 이유 있어 피고인의 이중매매가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 이상, 배임의 고의에 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가 없으므로 판단을 생략한다"고 했다.

또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다투는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배척했다.

검사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권순일)는 2020년 5월 14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인 서울고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0.5.14.선고 2019도16228 판결).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 회사에게 이 사건 가등기를 마쳐주었다고 하더라도 피해 회사로부터 계약금, 중도금 및 잔금 중 일부까지 지급받은 이상 매수인인 피해 회사의 재산보전에 협력해야 할 신임관계에 있고, 따라서 피고인은 피해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 회사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15년 9월 18일 피해회사에 피고인 소유의 이 사건 토지를 52억 원에 양도하되 10억 원(계약금 4억 원, 중도금 2억 원, 잔금 4억 원)은 실제 지급하고, 나머지 42억 원은 이 사건 토지에 설정된 삼선새마을금고 명의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는 방법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매매계약 및 사업시행대행계약을 체결한 후 2016년 3월경까지 피해 회사로부터 계약금, 중도금 및 잔금 중 일부로 합계 8억2500만원 상당을 교부받았으므로 피해 회사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어야 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2016년 3월 31일 이OO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고 2016년 4월 4일 이OO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줌으로써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 5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 회사에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2015년 10월 29일 피해 회사로부터 계약금 4억 원 중 약 3억2100만 원만 지급받은 상태에서 피해 회사 명의로 이 사건 가등기를 마쳐줌으로써 피고인의 이중매매에도 불구하고 피해 회사가 피고인의 아무런 협력 없이도 가등기의 순위보전 효력에 의해 자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준 이상, 피고인이 피해 회사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가 양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설령 피해 회사가 이후 중도금까지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 회사에 대하여 배임죄에 있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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