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서울고등법원이 징역 3년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 변호사들은 “권력자의 눈치를 살피는 비굴함의 극치”, “판결이 아니라 정치적 굴복”, “비겁한 판결”이라고 혹평했다.
현근택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는 16일 페이스북에 먼저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취지가) 원세훈 선거법 위반 아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현 변호사는 “대법원이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대법원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고 혹평했다.
현 변호사는 “초등학교만 졸업한 사람도 알 수 있는 상식을, (대법원이) 복잡한 법리를 동원해 뒤집고 있지만, 결국 권력자의 눈치를 살피는 비굴함의 극치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왔다 갔다 하다가 임기가 끝나면 그때 가서야 판결을 하겠지요”라고 꼬집었다.
이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혐의 중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1심 법원이 무죄로 판단한 것을, 항소심(2심)에서 유죄로 판단하자, 이번에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하고, 이에 파기환송을 맡은 서울고법이 다시 유죄로 판단하면, 원세훈 전 원장이 다시 상고해 또 대법원으로 올라가는 즉 다섯 번의 재판을 거치는 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5년 임기가 끝난다는 것이다.
현근택 변호사는 “헌법에 법관의 독립에 대한 규정을 해놓은 이유를 생각하게 하는 하루”라며 “헌법 제103조(법관의 독립)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조항을 읊조렸다.
한편,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 등으로 불법 정치관여 및 대선개입 혐의(공직선거법 위반과 국가정보원법 위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는 2014년 9월 1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이로 인해 “술을 마셨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다”, “물건을 훔쳤지만, 도둑은 아니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었다. 특히 현직 부장판사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농락한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판결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 무죄에 대해 항소했고, 반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 유죄에 대해 각각 항소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6형사부(재판장 김상환 부장판사)는 지난 2월 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 모두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그런데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 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6일 항소심이 법정 구속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의 핵심은 항소심이 정치관여 및 선거개입을 유죄로 판단한 근거인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김OO의 이메일 계정에서 압수한 텍스트 파일 형식의 ‘425지논 파일’과 ‘트위터 공작’의 트위터 계정 추론의 기초가 되는 핵심증거인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서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유죄ㆍ무죄 판단을 내리지 않고, 파기환송심을 맡게 될 서울고등법원에 판단을 일임했다.
통상 대법원은 형사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파기환송할 경우 유죄 또는 무죄 ‘취지’의 판단을 내려 보내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아예 유죄와 무죄에 대한 판단을 파기환송심인 서울고법 재판부에 맡겼다.
그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이렇다. 대법원은 “검사와 피고인들의 주장과 증명 여하에 따라서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트위터 계정의 범위에 관한 사실인정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법률심인 상고심(대법원)으로서는 심리전단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의 정치관여 행위 및 선거운동 해당 여부에 관한 원심 판단의 당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