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계모 B의 피해자에 대한 상해 또는 살해에 관하여 전혀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위를 예견할 수도 없어, 아동복지법상 방임을 한 사실이 없음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울산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연화 부장판사)는 지난 6월12일 아동복지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A씨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구 아동복지법에서는 처음으로 방임행위도 아동학대의 유형으로 정의하면서 금지행위로 규정했다”며 “보호자로서의 책임을 외면한 행위는 B의 피해자에 대한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그대로 방치하고 허용한 것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양육․치료를 소홀히 한 방임행위에 해당함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어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유치원교사나 아동복지전문기관의 상담사로부터 피해자의 상처나 상해사실에 관해 듣고도 피해자에게 상해의 경위 등에 관해 전혀 물은바 없고 오히려 납득하기 어려운 말만 하는 B의 말을 듣고 넘겼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리의 한쪽 뼈가 완전히 부러져 육안으로 볼 때 다리 한쪽이 짧아 보일 정도의 대퇴부 골절상을 당한 피해자를, 학원에서 계단을 내려오다가 다쳤는데 걸어서 집까지 와서 누워있다는 B의 상식에 어긋난 말을 그대로 믿었다거나, 손과 발의 표피가 완전히 벗겨지고 무릎과 팔목에도 일부 상처가 있는 심재성 2도 화상을 입었는데도, 단순히 뜨거운 물로 샤워 중에 생겼다는 B의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믿었다는 피고인의 진술들은 피고인이 B의 학대를 묵인했음을 더욱 뒷받침해 준다”고 강조했다.
또 “이러한 피고인의 묵인은 결국 B가 잔혹한 폭행으로 피해자를 살해하는 결과를 낳았는데, 탈구된 치아 또는 구타의 흔적 등이 있었음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형 H에게 사고사라고 말하고 B에 대한 초기 수사단계에서 사고사가 맞으니 빨리 사건을 종결하라고 수사관에게 항의를 하는 등 B의 학대사실을 은폐하려는 듯한 행동까지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피고인은 전처와 이혼하면서 피해자의 양육을 책임지기로 했고, 피해자는 사망하기까지 4세부터 7세까지 피고인 및 피고인의 사실혼 배우자인 B과 함께 살았으므로, 피해자의 양육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은 피고인이라 할 것이다”며 “피고인이 주말에 피해자와 함께 보낸 시간을 행복하게 표현한 피해자의 일기에서 느낄 수 있듯이 정서적으로 완전하지 않은 피해자가 B의 학대행위에서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은 피고인이었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방임행위는 심각한 신체적 학대에 준할 정도로 큰 점,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다가 원심에서는 인정했고 다시 당심에서는 피해자의 학대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부인하고 있는 점, 가사 피고인이 피해자의 학대상황을 몰랐다 하더라도 앞서 본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약 4년 동안 피해자의 상처들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 그 자체가 방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변론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점, 피고인은 자신의 가정이 행복하기를 바랐다고 하나 그 행복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의문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죄질이 불량해 엄히 처벌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또 “B에 대해 확정된 형(1심 상해치사죄 징역 15년→항소심 살인죄 징역 18년)과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및 경위,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양형요소들을 종합해 보면, 원심의 형량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인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고,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