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조선호텔이 서울사업부의 객실정비나 기물세척, 미화 등 분야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외부 도급으로 전환하고, 이를 거부한 직원들을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로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조선호텔의 정리해고는 경영상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인건비 절감 또는 노무관리의 편의를 위해 단행된 것으로 보일 뿐이라는 판단에서다.
법원에 따르면 김OO씨 등은 조선호텔 서울사업부에서 객실정비나 기물세척 업무를 담당했다.
그런데 조선호텔은 2008년 8월 경영합리화라는 이름으로 호텔 객실정비, 기물세척, 미화, 린넨, 운전 등 5대 부문을 도급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모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고용 승계 및 정년 보장을 조건으로 직원들을 도급회사로 전업시켰다.
김씨 등 12명의 근로자들은 도급회사로의 전업을 거부하고 회사에 남았다. 하지만 조선호텔은 2011년 1월 노동조합과 완전 도급화에 합의했고, 계속해서 도급화를 거부하는 김씨 등은 2011년 2월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해고했다.
이들은 “부당해고”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1년 5월 “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없이 경영상 해고의 요건을 추족하지 않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봐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불복해 조선호텔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1년 7월 “해고가 경영상의 해고의 요건을 충족해 정당하다”는 취지로 재심신청을 받아들였다.
결국 김OO씨 등은 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해 소송을 냈다.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 이른바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회피노력, 공정한 정리기준과 대상자 선정, 근로자 측과의 사전 협의’라는 네 가지 요건을 구비해야 하는데, 경영상의 이유로 이루어진 이 사건 각 해고는 네 가지 요건 중 어느 하나도 구비하지 못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화 부장판사)는 2011년 12월 김OO씨 등 8명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에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며 김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 보조참가인은 조선호텔.
재판부는 조선호텔 스스로도 ‘동일한 업무의 일부를 부분 도급으로 운영함에 따라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졌고, 직영근로자에 비해 처우가 낮은 도급회사 근로자들의 불만이 팽배해짐에 따라 더 이상 완전도급화를 미룰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해고의 계기가 된 2010년 완전도급화 계획은 위장도급(불법파견) 등 법률적 문제를 사전에 해결해 노무관리상의 문제를 예방하고자 하는데 주된 배경과 취지가 있었다고 보이는데, 이는 정리해고 요건으로서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6행정부(재판장 안영진 부장판사)는 2012년 10월 “이 사건 정리해고가 적법하다고 본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치는 정당하고, 취소를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며 “1심 판결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김OO씨 등 8명이 “조선호텔의 부당해고”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2012두25873)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부당해고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참가인(조선호텔)의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의 재무와 회계가 분리돼 있다는 것을 전제로 서울호텔사업부만을 따로 떼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며 “그러나 참가인의 공식적인 재무제표는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를 포함한 법인 전체를 기준으로 작성되고 있고, 참가인이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가 재무적으로 분리돼 있다는 근거로 제출한 회계자료는 참가인이 회계의 편의를 위해 내부적으로 작성한 자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참가인 내부에는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 외에도 외식사업부가 있는데 참가인의 본사에는 이들 사업부 전체의 인사와 재무를 관장하는 지원담당부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참가인은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 소속 직원들에게 일률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의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의 재무와 회계가 분리돼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심 판시와 같이 참가인의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가 인적ㆍ물적ㆍ장소적으로 분리돼 있고 노동조합이 별도로 조직돼 있더라도, 서울호텔사업부만을 분리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정리해고 당시 참가인(조선호텔)의 경영사정에 관해 보면 서울호텔사업부만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2010회계연도에 15억원 이상의 영업흑자를 기록한 점, 참가인은 정리해고 직전인 2010년 8월 2011년 1월에 서울호텔사업부와 부산호텔사업부 소속 직원들에게 통상임금의 2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했고, 원고들의 업무와 다른 분야이기는 하나 이 사건 정리해고 직전인 2011년 1월경부터 41명의 신규인력을 공개 채용하기도 한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런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정리해고 당시 참가인의 전반적인 경영상태는 견고했던 것으로 보이고, 참가인의 서울호텔사업부에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참가인 전체의 경영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인원을 감축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정리해고 당시 참가인의 매출규모에 비해 정리해고를 통해 해고된 근로자들의 인건비 비율이 약 0.2%에 불과했던 점, 참가인이 도급으로 전환하기로 한 객실정비, 기물세척 등은 호텔 영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업무이므로 이러한 부문에 대한 도급화 조치는 특정한 사업부문 자체가 폐지돼 인원삭감이 불가피한 경우와는 달리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정리해고는 어떠한 경영상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인건비 절감 또는 노무관리의 편의를 위해 단행된 것으로 보일 뿐이어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이 사건 정리해고에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으니, 원심의 판단에는 정리해고의 요건 중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