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을 역임한 장진영 변호사가 4일 ‘개정 국회법’ 위헌 논란과 관련해 헌법학 권위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에 대해 “원로 법학자로서 사회갈등을 봉합해 주셔야 할 분이 오히려 싸움에 불을 붙인 꼴”이라고 비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장진영 변호사는 특히 “법률가는 법을 해석하는 사람이므로, 문언 자체로 명백하다면 그대로 해석하면 그만”이라며 “굳이 입법자의 취지까지 끌어들여 가정법을 써가면서 애매하게 결론 낼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허영 교수에게 돌직구를 던졌다.
장 변호사는 나아가 “만일 국회가 정부의 우려대로 시행령 수정요구를 남용한다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거나, 위헌소원을 하는 식으로 푸는 것이 헌법이 정한 문제해결 방식의 정식이자, 소모적인 정쟁을 끝내는 길”이라고 충고했다.
▲대한변협대변인출신장진영변호사
이날 장진영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헌법재판연구원장)가 2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행정입법권 침해하는 국회의 ‘수정 요구권’”이라는 ‘시론’을 링크하며 또박또박 비판했다.
장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이 지금 (개정) 국회법 논란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며 “작년 세월호에 이어 또다시 메르스 대처 과정에서 정부 관료들은 골든타임을 놓쳤고, 이로 인해 또다시 온 국민이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다”는 질타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국회법 때문에 온다고 한 국정마비, 경제손실은 국회법 때문이 아니라 메르스 대응 실패 때문에 현실이 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은 메르스 대처를 제쳐두고, 국회법 위헌 논란으로 싸움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이 와중에 조선일보에 헌법학 대가인 허영 교수님의 글이 실렸고, 국회법 위헌론자들은 이 글을 논거로 삼고 있다”면서 “국회법 논란이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허영 교수님의 논리를 비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장진영 변호사는 “허영 교수님 주장의 요지는 ‘개정된 국회법이 국회에 준 수정ㆍ변경 요구권이 국회가 구체적인 수정ㆍ변경 내용을 정부에 요구하고 정부는 그 내용을 그대로 처리해서 보고하도록 한 취지라면 분명 행정입법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라는 것이고, 이 글의 결론은 국회의 수정요구권이 행정입법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라고 허영 교수의 시론 요지를 간명하게 정리했다.
장 변호사는 “이 문제에 대한 법률가의 입장은 나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주장의 논거가 논리적이고 타당한가인데, 허 교수님의 결론을 이끌어낸 과정에는 논리적 모순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며 말했다.
장진영 변호사는 “첫째, 허 교수님은 ‘분명 행정입법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라는 표현으로 결론을 냈다. 글의 결론이니 핵심부분인데 ‘분명’이라는 단정적인 부사어와 ‘소지가 크다’라는 불분명한 서술어가 함께 쓰였다”며 “분명과 불분명이 논리적으로 양립 가능한 것인가”부터 지적했다.
이어 “행정입법권을 침해한다는 것인가, 침해할 가능성만 있다는 것인가, 알 수 없다”며 “그런데 제목은 행정입법권을 침해한다고 ‘분명’하게 쓰셨다”고 덧붙였다.
장 변호사는 “둘째, 허 교수님은 위와 같은 결론의 이유로 입법자의 ‘취지’가 정부를 강제하는 것이라면 행정입법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가정법을 쓰셨다. 허 교수님이 가정법을 쓰신 이유는 입법자의 의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입법자의 의도라는 것은 법에 나타나 있지도 않고, 원래 잘 알기 어려운 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법률해석에서 문언의 의미가 분명하고 확실하면 문언으로 해석하면 그만이고, 입법자의 의도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법률문언이 명확하지 않고 애매하면 비로소 입법자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참고삼아 살펴볼 뿐이다”라며 그런데 “법률 문언을 놔두고 입법자의 의도를 간파하여 해석해야 한다면, 무당이 필요하지 법률가가 왜 필요하겠는가”라고 법률가로서 법률해석에 관한 자세를 환기시켰다.
장진영 변호사는 “허 교수님 주장대로 이 문제에서 입법자의 취지를 알아야 한다면 법률규정이 애매해서 해석하기 어려워야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개정된 국회법 제98조의2 문언을 보자”며 조항을 제시했다.
종전 국회법 제98조의2 3항은 “상임위원회는 위원회 또는 상설소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회하여 그 소관 중앙행정기관이 제출한 대통령령ㆍ총리령 및 부령에 대해 법률에의 위반여부 등을 검토하여 당해 대통령령 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통보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 계획과 그 결과를 지체 없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개정 국회법 제98조의2 3항은 “상임위원회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제출한 대통령령ㆍ총리령ㆍ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ㆍ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ㆍ변경 요구 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라고 바꿨다.
핵심만 보면 ‘통보’를 ‘요구’로, ‘처리 계획과 결과 보고’가 ‘처리하고 결과 보고’로 바뀐 것이다. 쉽게 말해 국회가 가졌던 행정기관장에 대한 ‘통보권’을, ‘수정ㆍ변경 요구권’으로 고친 것이다.
장진영 변호사는 “위 문언은 국회가 수정ㆍ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과 정부는 이를 처리해서 결과를 보고하여야 한다는 것 2가지만 규정되어 있다”며 “어디에도 정부가 국회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라고 되어 있지 않다. 별도의 강제규정이나 벌칙 규정도 없다”고 개정 국회법 조항의 문언 그대로를 봤다.
장 변호사는 “그렇다면 문언만으로도 국회법 제98조의2는 강제규정이 아니다. 강제규정이 아니면 정부는 그대로 따라야 할 법적인 의무는 없다”며 “제아무리 입법자가 강제로 하려는 취지로 만들었더라도 문언에 강제성이 없으면 강제조항이 아니다. 입법자가 강제성을 부여하려는 취지였다면 법을 잘못 만든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한편, 오늘자 한겨레보도에 의하면 김대중 정부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박근혜 의원이 공동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는 국회가 시행령이 법률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때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라고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강제조항이라고 볼 만하다”고 봤다.
장진영 변호사는 특히 “법률가는 법을 해석하는 사람이므로, 문언 자체로 명백하다면 그대로 해석하면 그만이다”며 “굳이 입법자의 취지까지 끌어들여 가정법을 써가면서 애매하게 결론 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라고 허영 교수에게 돌직구를 던졌다.
이는 허영 교수가 시론에서 “개정된 국회법이 국회에 준 수정ㆍ변경 요구권이 국회가 구체적인 수정·변경 내용을 정부에 요구하고 정부는 그 내용을 그대로 처리해서 보고하도록 한 취지라면...”이라고 가정법을 쓰며, 법률가가 법 조항의 문언이 아닌 입법자의 의도와 취지를 추론하며 해석했기 때문이다.
장 변호사는 그러면서 “이러한 이유에서 허 교수님 칼럼의 결론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원로 법학자로서 사회갈등을 봉합해 주셔야 할 분이 오히려 싸움에 불을 붙인 꼴이다”라고 씁쓸해했다.
장 변호사는 끝으로 “정부는 메르스 대처에 집중하고, 만일 국회가 우려대로 시행령 수정요구를 남용한다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거나, 위헌소원을 하는 식으로 푸는 것이 정석이다”라며 “이것이 헌법이 정한 문제해결 방식이자, 소모적인 정쟁을 끝내는 길이다”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