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검찰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할 때 다뤘던 사건을 수임한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라며 검사실 출석을 통보한 것에 대해 백승헌 변호사(52)가 “검찰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부당하고 불필요한 소환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은 백승헌 변호사에게 29일 검사실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백승헌 변호사는 28일 <검찰 출석 요구에 대한 입장>을 통해 조목조목 설명하며 출석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먼저 백승헌 변호사는 지난 2000년 10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제1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문사위)에서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백승헌 변호사가 의문사위에서 다루었던 사건들 중 검찰이 변호사법 위반으로 혐의를 두고 있는 사실과 관련된 사건은 5건이라고 한다.
백 변호사는 “의문사위는 변OO, 김OO 사건의 경우 교도소의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항의단식 끝에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고, ‘민주화운동관련성’을 인정했고, 최OO, 박OO, 손OO에 대해서는 사상전향 강요 과정에서 사망, 자살, 단식투쟁에 대한 강제급식으로 사망한 것만으로는 민주화운동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다수 의견에 따라 기각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의문사위에서 한 일은 위 다섯 사람이 어떤 경위로 사망했는지 밝히고 그 사인과 민주화운동 관련성을 판단하는 데 참여한 것”이라며 “본인이 변론을 맡고 있는 사건은 의문사위에서 관여한 사건과는 별개의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백승헌 변호사는 “해당 사건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전교도소, 광주교도소, 청주교도소 등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겪은 피해자들(원고들)의 국가배상 청구소송이며,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의 조사에 의해 피해사실이 인정되자 그 중 21명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라고 자신이 맡은 사건을 밝혔다.
그는 “동 사건은 2010년 제소됐으나, 1심과 2심에서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패소 판결을 받은 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 서울고등법원에서 계류 중이며 현재 판결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승헌 변호사는 “검찰은 이 소송이 본인이 의문사위에서 결정에 참여한 위 5건의 의문사 사건과 동일해 ‘직무상 취급한 사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나,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그 이유로 백 변호사는 “첫째, 당사자들의 동일성이 없어 ‘취급한 사건’으로 볼 수 없다”며 “본인이 의문사위에서 취급했던 사건은 최OO 등 사망한 자가 당사자였고, 민사소송의 원고들은 각각 수감됐던 교도소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 사상전향공작을 당한 피해자들로서 의문사위의 진상규명결정 대상자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둘째, 사건 내용도 달라 동일성이 없다”며 “의문사위에서는 의문사가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것인지 여부를 조사하고 그에 해당할 경우 민주화운동보상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는 활동으로서, 해당 조사대상자(최OO 외 4인)의 사인(死因)과 민주화운동관련성을 조사ㆍ결정했고, 과거사위는 이와 별개로 진정인(권OO 외 22인)들에 대한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이 있었는지 여부 및 피해사실을 조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결국 개별적인 피해사실을 인정한 과거사위의 결정문에 기초해 이루어지고 심리되고 있어, 각각 다른 당사자들이 개별적으로 어떤 피해를 받았는지는 개인마다 독자적인 사건성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양 사건에는 ‘사건의 동일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백승헌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우리 역사의 한시기에 정권에 의해 참혹한 사상전향공작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대한 조사와 판단이 있었다고 하여, 그것이 두 사건이 동일하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백 변호사는 “이른바 ‘사상전향공작’이라는 것은 단일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전국 각지의 수많은 교도소에서, 서로 다른 수많은 재소자들에게, 서로 다른 교도관들이, 서로 다른 수많은 방법으로 자행한 서로 다른 수많은 개별적 사건들을 포괄하는 하나의 추상적 개념”이라며 “본인이 의문사위 위원으로서 취급한 사건과 소송대리인으로서 처리한 사건은 국가라는 거대한 구조적이며 조직적인 체계의 이름 하에서, 각개의 다른 가해자들이 서로 다른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서로 다른 방법으로 저지른 별개의 사건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상전향공작’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해서 그 범주에 드는 모든 사건이 동일한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인종차별’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으면 백인이 흑인에게 저지른 모든 불법행위가 다 동일한 사건이어서 ‘취급했던 사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억지”라고 지적했다.
백승헌 변호사는 “검찰은 위 사건에 관해 관련 기록들을 모두 입수ㆍ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본인이 제출한 진술서 및 진술서에 인용한 사항을 확인함으로써 모든 사실관계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변호사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출석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애초 이 사건 수사에 대해서 언론매체에 계속 민변 회장의 부당 수임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도하도록, 수사정보를 언론에 계속 유출해 널리 알려지도록 한 행위는 본인 및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명예를 훼손하는 공격이라고밖에 볼 수 없으며, 부당하고 불필요한 소환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