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이혼이 먼저 성립됐더라도 재산분할 부분에 대해 다투고 있는 경우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재산분할금에 대한 가집행선고를 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동갑내기 A(여)씨와 B씨는 1992년 11월 결혼해 1남 2녀를 뒀다. A씨는 외국 국립대에서 국제법 석사학위를 딸 정도로 재원이었고, 박사 출신인 B씨인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했다.
원만하게 살던 두 사람은 2006년 12월 B씨가 A씨를 폭행하면서 불화가 생겼다. 2008년 1월과 9월에도 폭행을 당한 A씨는 남편을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2009년 9월에는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뇌진탕 등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었다.
한편 2008년 6월 B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2억 1000만원을 투자해 경기도 오산에 A씨의 언니 명의로 주점을 냈으나 망했다. 또한 B씨는 사업에 공동 투자했던 여성과 2011년 8월부터 8개월 동안 새벽 등을 가리지 않고 총 1022회의 통화를 하는 등 외도를 했다.
두 사람은 2011년 11월경부터 별거하고 있는데, B씨는 폭행과 외도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간 A씨에게 “내일 변호사 선임 예정. 오늘 이후 어떠한 합의도 없음”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A씨가 B씨를 상대로 이혼 등 청구소송을 냈다. 그러자 B씨도 “A씨의 잦은 가출, 성격 이상, 시댁에 대한 부당한 대우, 성교 거부 및 돈에 대한 집착 등으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맞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의 이혼을 판결하면서 “피고(B)와 투자자 여성과의 통화 횟수, 피고가 원고에게 폭력을 행사한 점 등에 의하면, 두 사람의 혼인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파탄 상태로 이르게 했던 근본적이고 주된 책임은 피고에게 있다”고 밝혔다.
또 “원고와 피고의 혼인기간, 원고가 받았을 정신적 고통 등을 참작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산분할과 관련해 B씨는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밭과 임야는 특유재산이므로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가 부동산을 취득한 시점은 2004년경으로써 혼인관계가 파탄되기 이전까지 원고가 가사 및 자녀들의 양육을 담당해 왔으므로 원고가 각 부동산 유지에 전혀 기여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각 부동산 역시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의 재산 분할 비율을 50%씩 인정했다. 또 원고와 피고의 혼인기간이 20년 이상 되는 점, 혼인 파탄 경위, 재산 형성 과정, 원고와 피고의 나이와 생활능력, 분할대상 재산 규모 등을 참작해 재산분할금은 1억 1460만원을 인정했다.
항소심은 피고 B씨가 원고 A(여)씨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를 1심보다 높여 3000만원을 인정했다. 재산분할액도 2억원으로 조정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재산분할금 등에 대해 가집행선고를 덧붙였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지난 5월 14일 A(여)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등 청구소송 상고심(2014므2820)에서 위자료, 재산분할액에 대해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
다만 재산분할금에 대한 가집행선고 부분을 깨고, 이 부분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수원지법 합의부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먼저 “재산분할 비율을 원고와 피고 각 50%로 정한 것은 재산분할의 대상 및 분할비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어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 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법원이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해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 것이므로, 재산분할로서 금전의 지급을 명하는 경우 그 판결 또는 심판이 확정되기 전에는 금전 지급 의무의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금전채권의 발생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재산분할의 방법으로 금전의 지급을 명한 부분은 가집행선고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이혼이 먼저 성립한 후에 재산분할로서 금전의 지급을 명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종전 대법원 판례(2012므1656)를 재확인했다.
재판부는 “이런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에게 재산분할로 2억원을 지급할 것을 명하면서, 가집행을 선고한 것은 재산분할에서의 가집행선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며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재산분할에 대한 가집행선고 부분을 파기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