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 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1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A(83)씨가 낸 재심 사건(2011도1932)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유죄판결 확정 후에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확정된 유죄판결에서 이루어진 사실인정과 그에 따른 유죄의 판단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위 유죄판결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봐야 하고, 형사소송법 제420조의 재심사유가 있는 피고인으로서는 재심을 통해 특별사면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불이익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특별사면으로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된 유죄의 확정판결은 재심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특별사면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재심청구권을 박탈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서 재심제도를 두고 있는 취지에 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특별사면으로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된 유죄의 확정판결도 형사소송법 제420조의 ‘유죄의 확정판결’로서 재심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와 달리 유죄의 확정판결 후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이 있었다면 이미 재심청구의 대상이 존재하지 않게 돼 그러한 판결을 대상으로 한 재심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한 대법원의 종전 판결 등은 이번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즉 대법원의 종전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종전의 대법원 판례는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이 있는 경우 재심청구의 대상이 존재하지 않게 돼 러한 판결을 대상으로 하는 재심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한편 재판부는 “면소판결 사유인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2호의 ‘사면’은 일반사면만을 의미하므로, 재심개시결정 이전에 특별사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재심심판절차를 진행하는 법원은 그 심급에 따라 심판해 실체에 관한 유죄ㆍ무죄 등의 판단을 해야 하고, 특별사면이 있음을 들어 면소판결을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 대법원 관계자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해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을 받은 피고인이라고 하더라도 형사소송법 등이 정한 재심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재심청구를 할 수 있고, 나아가 재심심판절차를 진행하는 법원으로서는 특별사면이 있음을 들어 면소판결을 할 것이 아니라 실체에 관한 유죄ㆍ무죄 판단을 해야 한다는 법리를 최초로 선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