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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갓난 아기 3층서 던진 발달장애 청소년 ‘살인’ 혐의 무죄 왜?

2015-05-20 14:35:09

[로이슈 부산경남취재본부=전용모 기자] 발달장애 1급인 청소년이 한살 아이를 들어올려 3층 아래로 던져 숨지게 한 사건에서,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의 발달장애와 심한 자폐장애로 인한 정신상태에서 생긴 범행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형법 제10조(심신장애자) 제1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발달장애 1급인 A(18세)군은 부산의 모 특수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러데 A군은 작년 12월 부산에 있는 모 복지관 3층 복도에서 이전에 몇 번 본 적이 있는 한살 아이를 발견하자, 손을 잡고 3층 복도 끝에 위치한 옥외 비상계단 출입문 쪽으로 데리고 갔다.

이를 본 아이의 어머니(B)는 갑자기 위험한 생각이 들어 A군을 뒤따라갔다. A군이 옥외 비상계단 난간에 이르자, B씨는 아이를 돌려달라는 취지로 “그렇게 하지 말라”며 손으로 A군을 붙잡는 등 아기를 되찾기 위해 실랑이를 했다.

그런데 A군은 실랑이 도중 갑자기 3층 옥외비상계단 난간에 서서 양손으로 아이를 들어올려 9.2m 아래의 지면으로 집어던졌다. 아이는 외상성 뇌지주막하출혈상을 입고 인근 대학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사망하고 말았다.

검찰은 A군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반면 A군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의 주요부분은 모두 피해자의 어머니(B)의 진술에 근거하고 있고, 피고인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이루어진 신문은 사실상 피고인의 어머니(C)의 진술이 대부분이므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라고 주장했다.

또 “설령 공소사실에 관한 범죄의 증명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당시 심한 자폐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었으므로, 형법 제10조 제1항에 의해 벌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라고 항변했다.

▲부산법원청사이미지 확대보기
▲부산법원청사


부산지방법원 제7형사부(재판장 이훈재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군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검찰의 치료감호청구 및 부착명령청구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먼저 “복지관 3층 복도에 설치된 CCTV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을 잡고 3층 옥외 비상계단 출입문 쪽으로 데리고 나가는 장면과 피해자 어머니(B)가 곧바로 피고인을 뒤따라가는 장면이 촬영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3층 옥외 비상계단 밖으로 집어던져 살해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과연 자폐증상이 심한 A군에게 책임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학병원장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진료기록사본 증명서, 법무부 치료감호소에 대한 정신감정촉탁 회보서 등 법원이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범행 당시 심한 자폐증세로 사고기능과 이해력 및 판단력 등 전반적인 인지기능의 발달이 이루어지지 못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에 현저한 장애를 가진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법원은 A군은 출생 후 만 1세가 되어도 특정 사물에만 집착할 뿐 의사표시를 위한 발성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만 3세 때 자폐증을 진단받았으나 당시 발달장애에 대한 정신장애 등급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아 정신지체 3급의 장애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

또 A군은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나 1주일 만에 자퇴한 후 특수학교에 입학해 유치원과 초등교육과정 및 언어치료, 감각치료 등의 특수치료를 받으면서 타인의 간단한 지시에는 따를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으나, 여전히 다른 사람과의 눈 맞춤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거나 자신의 몸 상태, 감정 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A군은 2004년 대학병원에서 ‘인지와 정신기능의 장애 및 자폐증적 경향’으로 발달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특수학교에서 중등교육과정을 받았고, 고등교육과정에 입학했는데, 여전히 교실 안에서의 착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타인과 전혀 어울리지 못하며 보조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학교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당심 공판과정에서의 진술 내용 및 태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자신이 재판을 받고 있다는 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재판장의 질문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동석한 피고인의 어머니와 담임교사만을 바라보면서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거나 질문내용을 그대로 따라하는 식의 대답을 하면서 자리에서 이탈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을 담당한 법무부 치료감호소 감정의사가 작성한 정신감정서에 의하면, 자폐지수 정도가 심한 자폐장애에 해당되는 등 현재 피고인의 정신상태는 자폐적 사고, 사회적 상호교류 결여, 의사소통 장애, 충동조절능력 저하, 행동장애, 대인관계 어려움, 병식 결여, 판단력 결여 등의 정신상태를 보이고 있으므로, 범행 당시에도 이런 정신상태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결여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로 기재돼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의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형법 제10조 제1항에 의해 벌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검사의 치료감호청구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장애에 대한 정신과적 외래진료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고, 자폐증상을 가진 발달장애인은 낯선 입원치료 환경에서 오는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행동장애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치료감호는 치료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는 의료진의 의견이 있는 점, 피고인의 어머니와 담임교사 등은 피고인에 대한 보다 더 철저한 보살핌과 특수치료를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한편, 피해 아이의 부모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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