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18일 “국회에 제출된 상고법원 관련 법률안에 대해 입장을 밝힌다”며 <상고법원 관련 법률안에 대해 찬성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작년 12월 19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168명이 발의한 상고법원 관련 법률안에 대해 지난 3월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국회입법조사처가 공동으로 ‘상고심 제도 개선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4월 20일 ‘상고법원 설치에 관한 공청회’를 여는 등 상고법원 관련 6개 법률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진행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판사 출신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법원조직법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민사소송 등 인지법 개정안 ▲심리불속행 제도를 폐지하기 위한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폐지 법률안 등 총 6개 법안을 작년 12월 대표 발의했다.
이에 대해 서울변호사회는 “상고심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히 마련됐다”고 평가해 입장을 밝혔다. 서울변호사회의 입장이 반영된 것도 찬성으로 작용했다.
서울회는 “대법원에 따르면 한 해 대법원에서 처리하는 본안사건 수가 3만 6천 건에 이르고, 대법관 1인당 사건 수는 연간 3천 건에 이른다. 이로 인해 상고심 심리가 지체되고, ‘심리불속행제도’ 아래에서 국민들이 이유도 모른 채 패소 판결을 받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너무 적다는 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개최한 공청회에서도 상고심 개선 방법과 방향에 대한 의견은 다양했으나, 적어도 지금의 상고심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어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혀 이견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특히 상고심 제도 개선 논의는 2000년대 초반 이래로 계속 제기돼 고법 상고부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왔으므로, 상고심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서울변호사회는 “그렇다면 더 이상 상고심 제도 개선을 늦춰서는 안 된다”며 “이제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상고심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제도 개선을 실행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국회가 6월에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재판 받는 많은 국민들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민생 법안’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법안 심사에 임해 상고심 제도 개선 논의를 이번에는 종결시켜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국회에 제출된 상고법원 관련 법률안은 대법관이 모든 상고 사건을 심사해 ‘법령 해석의 통일에 관련되는 사건’ 또는 ‘공적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대법원이 심판하고, 이와 관련이 없는 사건은 상고법원이 심판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서울변호사회는 “또한 ‘심리불속행제도’를 폐지함으로써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이 심판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공개변론’은 물론 ‘제3자 의견서 제출 제도’까지 도입해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또 “뿐만 아니라 대법원이 심판하기로 정한 사건에 대해서는 ‘필수적 변호사대리 제도 및 국선대리인 제도’를 도입해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법률적 쟁점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변론하도록 해 실질적으로 법률심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서울변호사회는 “이러한 내용이 반영돼 있는 현재의 법률안이 완벽하거나 최선의 방안은 아니지만, 지금의 상고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판단되므로, 찬성 입장을 밝힌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선진 사법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도록 국민들의 요청에 부응하는 법원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서울변호사회는 “국회에 제출된 상고법원 관련 법률안은 작년 10월 상고법원 방안에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상고심 심리 충실화를 위해 요구한 전제조건의 상당 부분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어 “특히 대법원이 상고심 제도 개선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사실심 충실화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최근 논의하고 있는 ‘한국형 증거개시제도’(일명 디스커버리제도)나 ‘감정절차 정비 방안’ 및 ‘형사피해자 의견진술제도 도입’ 등은 바람직한 방향성을 가진 적절한 주제일 뿐만 아니라 그 중 일부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공식적인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인정할 만하다”고 말했다.
서울회는 “대법원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해 전원합의체를 통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최고법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며 “상고법원은 소송 당사자 사이에서 중요한 사건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가진 법관들로 하여금 신속하고 충실하게 심리한 후 판결문을 통해 충분한 이유를 설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모든 상고 사건에 대해 충실한 심리를 통해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선진 사법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와 더불어 “상고법원 관련 법률안에 명시된 바와 같이 상고법원에 ‘전문재판부’를 도입함으로써 학계, 법조계 등 법원 외부의 다양한 전문적인 법조 인력을 상고법원 법관으로 임명해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국회 공청회를 통해 언급된 바와 같이 ‘상고법원 법관 추천위원회’와 같은 검증 절차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이 상고법원 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서울지방변호사회 역시 상고법원에 적합한 법조 인력의 추천 및 검증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예정임을 밝힌다”고 말했다.
서울회는 “상고심 제도 개선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대법원은 상고심 제도 개선 과정에서 더욱 낮고 열린 자세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제외한 13개 지방변호사회는 대법관 증원을 우선순위로 하되, 상고법원을 신설할 경우에는 고등법원 소재지마다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변협, 민변, 참여연대, 경실련, 법학자 ‘상고법원’ 반대 목소리 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위철환)는 지난 1월 19일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상고법원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관련 법률개정안들 즉 상고법원 설치 반대 및 수정의견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시했다.
아울러 제48대 대한변협회장으로 당선된 하창우 변협회장은 지난 2월 23일 열린 취임식에서 “현재 대법원이 구상하고 있는 상고법원은 헌법에 근거가 없는 위헌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며 “국회의 임명동의에 따라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함으로써 헌법상 삼권분립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대통령의 최고법관 임명권을 사실상 회피함으로써 통치권자인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대통령께서는 국헌을 위태롭게 만드는 이런 시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하창우 변협회장은 “대법관의 사건부담을 줄이려면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것이 가장 직접적이고 간명한 방법임에도 상고법원을 설치하려는 것은 대법관 수를 제한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라며 “상고법원 법률안은 국민의 이익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대법관의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한 것이므로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줄곧 “대법원의 상고법원 도입 방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오면서 “대법원은 국민의 요구에 역행하는 상고법원 도입방안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이 원하는 ‘다양한 대법관 구성을 통한 대법관 증대안’을 통해 상고심을 개선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참여연대는 “상고법원은 자칫 4심제로 가게 되는 더 큰 부담을 안겨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고법원을 최종심으로 해 위헌 소지의 문제도 있고, 대법관과 달리, 상고심 판사는 국회 동의 절차도 밟지 않은 채 대법원장의 인사권이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기되는 여러 문제점을 찬찬히 살펴보고, 상고심 제도 개선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들여 논의를 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경실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고법원을 반대하고 있다.
첫째, 상고법원은 최고법원으로서 국민이 대법원으로부터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우리 헌법은 대법원을 상고심으로 하는 3심제 심급구조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국민들은 최종심에 관해서 변형된 형태의 재판이 아니라 온전하게 대법원으로부터 재판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둘째, 특별상고 제도 등으로 인해 상고법원은 4심제의 하청 대법원이 된다. 이로 인해 재판당사자인 국민들의 시간과 비용을 늘어나게 한다. 대법원이 사건을 분류하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상고법원을 최종심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
셋째, 최종심을 집행하는 상고법원 판사 임명 절차 역시 위헌적 요소가 포함된다. 헌법상 대법관 임명절차를 보면 대법원장의 제청을 거쳐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실련 지난 3월 대법원의 상고법원 설치방안에 대해 법학자들에게 의견을 물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결과 대법원의 상고법원 설치방안에 대한 ‘반대’ 응답이 전체 120명 중 89명(74.1%)으로 나타났다. 반대의 주된 이유 역시 ‘국민들의 이해관계보다는, 대법원의 권위 향상만을 고려한 제도이기 때문’, ‘특별상고 제도 등으로 인해 사실상 4심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대부분으로 조사됐다.
경실련은 “상고법원 설치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현재 상고심 증가 등의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며 “오히려 대법원 권한만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대법원은 상고법원이 국민의 재판 청구권을 효과적으로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대법관 1인당 연간 3000여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현 상황에서 대법원 개혁은 불가피성을 강조해 제기된 것”이라며 “그러나 (홍일표 의원이 개정안) 법안이 국민의 재판 청구권 보장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 없이 대법원의 청부입법으로 발의 된 점은 심히 유감”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편, 지난 4월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이상민)가 개최한 상고법원 설치 관련 공청회에서 법무부ㆍ검찰을 대표해 나온 장준호 수원지검 검사(사법연수원 35기)는 “상고법원은 4심제로 운영될 우려가 크다”며 대법관 3명 증원을 통해 풀어나갈 것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