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유서대필 조작사건’으로 억울하게 징역 3년의 옥고를 치렀던 강기훈씨가 무려 24년 만에 재심을 통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이에 SNS(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많은 법조인들은 검찰과 법원 그리고 국가를 성토했다.
특히 경찰청장,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대법원장 그리고 대통령에게 사과든 유감이든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했다. 강기훈씨 앞에 가서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아울러 조작질을 끊기 위해 역사의 단죄 차원에서 조작에 관여하고 용인한 관련자들 모두를 처벌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이 재심을 통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한 것에 대한 법조인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김기설씨는 1991년 5월 9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학교 본관 5층 옥상에서 분신 후 투신해 사망했다. 그런데 김기설씨가 옥상에 벗어 놓은 양복 상의에서 유서 2장이 발견됐다.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는 1991년 7월 12일 강기훈씨가 유서를 대필해 김기설의 자살을 방조했다며 기소했다. 또 강기훈씨는 이적단체에 가입하고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도 추가됐다.
강기훈씨는 1991년 4월 27일 “단순하게 변혁운동의 도화선이 되고자 함이 아닙니다. 역사의 이정표가 되고자 함은 더욱 아닙니다. …(이하 생략)… -김기설-”이라는 내용의 유서 1장과 5월 8일 “아버지, 어머니 어버이 날입니다. 오늘 이 행위를 일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하 생략) … -기설-”이라는 내용의 유서 1장을 작성해 줬다는 소위 유서대필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강기훈씨가 이렇게 김기설의 분신자살을 조국과 민중을 위한 행위로 미화해 김기설로 하여금 분신자살의 결의를 확실하게 함과 동시에 이후 장례의식 등 모든 문제를 전민련과 소위 강경대 사건 대책위에서 책임진다는 것을 암시하는 방법으로 김기설의 분신자살 결심과 결행으로 용이하게 도와줘 김기설의 자살을 방조했다며 기소했다.
이로 인해 강기훈씨는 1심은 물론 1992년 4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자살방조죄와 국가보안법위반죄로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받고, 그해 7월 판결이 확정돼 복역했다.
이와 관련,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유서대필 사건’ 강기훈, 24년 만에 살인방조죄 무죄판결. 그러나 강기훈은 간암 투병 중. 강기훈을 패륜아로 몰았던 언론과 보수인사들, 수사와 기소를 밀어부친 검사, 유죄판결을 내린 법관 등 이제라도 무릎을 꿇어라”라고 질타했다.
조 교수는 “강기훈 수사 지휘한 강신욱 강력부 부장검사. 이후 대법관 역임하고 2007년 박근혜 대선 후보 법률지원특보단장로 활약. 강기훈 수사팀 남기춘 검사, 이후 박근혜 대선캠프 열린검증소위원장. 윤석만 검사, 이후 외곽조직인 대전희망포럼 대표. 곽상도 검사, 이후 박근혜 정부 첫 청와대 민정수석 역임”이라고 적으며 당시 강기훈 사건에 관여한 수사팀 검사들을 지목했다.
그는 “강기훈 사건 당시 검찰을 총지휘한 김기춘 법무부장관, 박근혜 정부 ‘왕’ 비서실장”이라고, 또 “1심 재판장 노원욱, 2심 재판장 임대화, 대법원 주심 박만호 대법관. 이후 법원 요직 역임”이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시인 김지하, ‘네크로필리아(시체선호증), 자살특공대’ 운운하며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비방. 박홍 서강대 총장, ‘죽음을 선동하는 어둠의 세력’이라 비방. 보수언론, 강기훈의 항변을 외면한 채 검찰 주장 받아쓰고 김지하ㆍ박홍 등의 주장을 유포하면서, 강기훈 맹비난”이라고 일목요연하게 거론했다.
국방부 고등검찰부장 출신인 최강욱 변호사(법무법인 청맥)는 페이스북에 “강기훈의 24년. 나는 대통령, 대법원장,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이 직접 그에게 찾아가 무릎 꿇고 사죄한 뒤 국민들에게 재발 방지와 더불어 어떻게든 관련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을 다짐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외 변호사는 “24년이란 말이다. 더 억울한 죽음도 숱하게 많았지만 당사자가 살아있을 때 최소한의 도리를 하는 게 맞다. 너희가 정녕 사람이라면”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장경욱 변호사(법무법인 상록)는 트위터에 <대법,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재심서 무죄 확정>이라는 기사를 링크하며 “강기훈씨를 희생양 삼은 유서대필 사건조작으로 공안통치를 자행하며 우리사회를 호령해왔던 가해자들은 지금도 종북몰이 광풍을 틈만 나면 일으키는 극우보수세력들 맞죠?”라고 비판했다.
부장검사 출신으로 국회의원 3선을 역임한 송훈석 변호사는 트윝어에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24년 만에 무죄 확정> 기사를 링크하며 “그때 유죄 선고한 분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나?”라고 당시 유죄 판결을 내린 1심과 항소심 판사들과 대법원의 대법관들을 겨냥했다.
박훈 변호사도 페이스북에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24년 만에 ‘무죄’ 확정> 기사를 링크하며 “짓누르고 짓눌렀던 사건이었다. 국가권력의 폭력이 무엇인지 명징하게 보여준 사례였고, 그 본질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기소했던 검사는 대법관이 되고, 법무부 장관했던 김기춘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되고, (당시 유죄) 형을 확정했던 대법원은 건조한 판결문만 내고 사과한마디 없다”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암 투병 중인 강기훈 선생의 쾌유를 빌 뿐이다. 무심하게”라고 말했다.
김용민 변호사(법무법인 양재)는 페이스북에 <‘유서대필 사건’ 강기훈씨 24년 만에 누명 벗었다>라는 기사를 링크하며 “현대사의 대표적인 조작사건이 결국 밝혀졌다.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조작질을 한 사람들은 이미 조작의 목적을 달성했고 보상도 받았겠지”라며 “반면에 조작이 걸려도 처벌은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용민 변호사는 그러면서 “이러니 조작질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며 “진보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이런 구조라면 조작의 유혹을 강하게 받을 것이다. 악의 고리를 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이 사건 조작에 관여하고 용인한 자들 모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는 트위터에 “강기훈이 유서대필 누명 벗는데 24년 걸렀다”며 “그를 파렴치범으로 조작해 기소한 검사와 엉터리 유죄 판결한 판사들은 아무도 이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24년 만에 재심 무죄 판결이 났음에도) 현 검찰과 대법원도 아무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이게 인권과 정의를 추구하는 나라인가?”라고 씁쓸해했다.
그는 또 “1991년 ‘죽음을 선동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고 발언한 박홍 (서강대) 총장,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발언한 김지하 시인, 이들은 강기훈 재심 무죄판결이 확정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할까?”라며 “짐승이 아닌 사람이라면 강기훈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유서대필 사건 조작에 가담한 자들 중 박근혜 대선캠프와 청와대, 새누리당에서 활동한 자가 많다”며 “김기춘(제 비서실장), 강신욱(대선캠프 법률특보단장), 남기춘(캠프 클린소위원장), 곽상도(초대 민정수석), 윤석만(새누리당 대전 동구) 등이 그들이다”라고 열거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강기훈 사건 당시 검찰을 총지휘하는 법무부장관이었다. 강신욱 변호사는 당시 수사를 지휘한 부장검사였고, 이후 대법관을 지냈다. 강기훈 수사팀의 남기춘 검사는 이후 울산지검장, 서울서부지검장을 역임했다. 곽상도 검사도 이후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을 역임하고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윤석만 검사는 특수부 부장검사 등을 거쳐 한나라당 대전광역시장 위원장, 대전희망포럼 공동대표, 한나라당 대전 동구 당협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누구라도 좋으니 입이 있으면 한 마디 하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오늘 강기훈 재심사건 대법원 선고가 있었다. 피고인은 무죄! 24년만이다”라며 “강기훈, 그는 나의 법조생활 대부분 기간 오늘의 무죄를 위해 다투었다. 나 자신이 증인이다. 이 사건으로 한 인생은 초토화되었다. 젊은 날 꿈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몸은 병들었다. 불치의 병마는 언제 그의 생명을 거둘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사건이 오늘 선고로 끝났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강기훈)을 무죄로 선언한 것 이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 “법원의 잘못된 판단으로 한 인생이 파탄 났다는 것을, 그들 대법관들이 모를 리 없을 텐데, 사과 한 마디도, 그 흔한 유감 표명도 없었다”고 대법원을 비판했다.
박찬운 교수는 “이제 강기훈은 어떻게 해야 하나. 또 다시 국가를 상대로 지루한 손해배상소송을 해야만 하는 것인가.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새로운 싸움이 끝날 수 있을까? 만일 그가 없는 동안 그 소송이 진행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국가가 무엇일까? 국가가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일까?”라고 질타했다.
박 교수는 “한 인간을 이렇게 파멸시키고서도 사과 한 마디 안 하는 국가를 과연 국가라 할 수 있을까? 이런 국가에 충성을 요구할 수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그는 “내가 강기훈이라면, 우리 모두가 강기훈이라면, 오늘 무슨 생각을 할까? 24년만의 무죄에 대해 기쁨의 눈물을 흘릴까? 아니면 삶을 파탄 낸 그 괴물 같은 국가를 향해 저주의 눈물을 뿌릴까?”라고 씁쓸해했다.
박찬운 교수는 끝으로 “대통령,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그 누구라도 좋으니 입이 있다면 한 마디 하소!”라고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