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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검찰ㆍ법원 잘못 빌어야”

“검찰이 주도하거나 방조했던 인권침해 한 번도 사과한 바 없다. 검찰의 통절한 반성 촉구”

2015-05-14 14:32:35

[로이슈=신종철 기자] ‘유서대필’ 사건으로 억울한 옥고를 치르고 재심을 통해 24년 만에 누명을 벗은 강기훈씨와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진실을 조작하고 은폐하는데 한 몸이었던 국가와 경찰, 검찰, 법원은 지금이라도 잘못을 빌어야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피고인 강기훈은 김기설 명의의 유서 2장을 작성해 줌으로써 김기설의 자살을 방조했다”는 자살방조 혐의 공소사실에 대한 재심사건에서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서초동민변사무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서초동민변사무실

이와 관련, 민변(회장 한택근)은 논평을 통해 “오늘 대법원은 이른바 ‘유서대필 사건’에 대해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판결을 확정했다. 1991년 5월 8일 김기설씨가 사망한 후 24년을 꼬박 채운 뒤에야 강기훈씨는 비로소 ‘유서대필자’라는 주홍글씨를 벗게 됐다”며 “이제 이 사건은 ‘유서대필 사건’이 아니라 ‘유서대필 조작사건’으로 기록돼야 한다”고 정정했다.

이어 “진실이 승리했다. 1991년 광풍을 넘고 24년의 모진 세월을 인내하여 마침내 승리했다”며 “거짓과 무책임이 활개를 치는 것만 같은 세상을 살아가지만, 오늘 우리는 너무도 뜻 깊은 진리를 목도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했지만 그래도 진실은 승리한다는 것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변은 “다른 무엇에 앞서 우리는 지난 오랜 세월 이루 말할 수 없는 모멸감과 고통을 초인적 의지로 살아내며 진실을 갈구했던 강기훈씨에게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며 “그의 인내와 집념으로 인해 우리가 진실을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경의를 표시했다.

민변은 또 “121년 전 프랑스의 유대인 장교 ‘드레퓌스’는 군사기밀을 적국에 넘겼다는 혐의로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군과 기득권 세력은 명백한 진실을 알고서도 조직적으로 은폐했으나, 이에 맞선 수많은 양심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드레퓌스는 12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군국주의와 반유대주의에 사로잡힌 편견, 증오로 시작된 비극이었으나, 수많은 양심의 연대로 진실을 되찾았고 결국 프랑스 공화주의를 한발자국 내딛게 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오늘 ‘강기훈’씨의 무죄 확정이 백여 년 전 프랑스에서와 같이 이 땅에 진실과 정의가 뿌리내리는 밑거름이 되기를 깊이 희망한다”며 “진실을 조작하고 한 국민을 괴물로 만들어버렸던 그 편견과 증오, 인간에 대한 무례와 무책임을 넘어서 오로지 ‘진실’과 ‘연대’의 힘으로 대한민국이 헌법 제1조 제1항에 선언한 ‘민주공화국’으로 전진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아울러 “그리고 진실을 갈구하는 모든 이들, 특히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갈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희망의 근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민변은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진실을 왜곡하는데 하나가 됐던 자들”이라며 “강기훈씨가 질타했듯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용기이다’. 진실을 조작하고 지금껏 은폐하는데 한 몸이었던 국가와 경찰, 검찰, 법원은 지금이라도 잘못을 빌어야 마땅하다”고 요구했다.

또 “오늘 대법원이 과거의 잘못된 판결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그나마 경찰과 법원은 과거의 과오를 바로잡음으로써 간접적이나마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검찰은 재심이 개시된 후에도 줄곧 강기훈씨가 새로운 증거조작을 통해 국민과 언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진실’보다 ‘검찰 조직의 정당성’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듯 했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검찰은 유서대필 사건에서는 물론이고 인혁당 등 수많은 과거사 사건 재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검찰이 주도하거나 방조했던 인권침해에 대해 단 한 번도 반성하고 사과한 바 없다”며 “검찰의 통절한 반성을 촉구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이제는 국민이 검찰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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