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항소심 재판부가 구속 피고인을 위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면서도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 통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린 판결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은 피고인이 구속된 때 등의 사유가 있으면 피고인의 청구가 없더라도 필요적으로 변호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2 제1항은 위와 같은 필요적 변호사건에 있어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는 경우 항소법원은 지체 없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후 그 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20대 후반인 L씨는 2012년 3월 중학교 시절부터 동내에서 알고 지내던 최OO씨에게 해외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토토 사이트에 배팅을 하자고 권유해 최씨로부터 현금 3000만원이 들어 있는 체크카드를 받은 뒤 자신이 사용하는 통장으로 2500만원을 이체시켜 사용했다.
이로 인해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로 기소된 L씨는 1심에서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받자 항소했다.
이후 검찰이 L씨에 대해 횡령, 특수절도, 장물알선, 국민체육진흥법위반 등의 혐의를 추가로 기소하자,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들을 병합 심리해 판결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구속된 피고인 L씨를 위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도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 통지를 하지 않았다. 또한 L씨의 사건을 병합 심리하기로 결정하면서도 국선변호인에게 병합된 사건에 관한 소송기록 접수 통지를 누락했다.
결국 L씨는 모든 사건에 대해 자신이 직접 작성한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면서 재판에 대응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L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물론 국선변호인은 병합 전후의 모든 사건에 대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L씨가 재판절차를 문제 삼아 대법원에 상고(2015도2046)했고, 대법원 제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지난 4월 23일 항소심 재판부가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 절차를 어겼다고 판단해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합의부로 돌려보낸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2 제1항이 피고인과 별도로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하도록 한 취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국선변호인에게 피고인을 위한 항소이유서를 작성해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형사 항소심에서 항소이유서의 작성과 제출이 지니는 위와 같은 의미와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항소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도 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항소이유서 제출기회를 주지 아니한 채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종전 대법원 판례(73도1919, 73도2142)를 상기시켰다.
또 “국선변호인 선정의 효력은 선정 이후 병합된 다른 사건에도 미치는 것이므로, 항소심에서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이후 변호인이 없는 다른 사건이 병합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2,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2의 규정에 따라 항소법원은 지체 없이 국선변호인에게 병합된 사건에 관한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함으로써 병합된 다른 사건에도 마찬가지로 국선변호인으로 하여금 피고인을 위해 항소이유서를 작성 제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원심은 마땅히 병합 전후의 모든 사건에 관해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함으로써 국선변호인으로 하여금 통지일로부터 기산한 소정의 기간 내에 피고인을 위한 항소이유서를 작성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국선변호인에 대한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누락함으로써 항소이유서를 제출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판결을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소송절차에 관한 법령을 위반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따라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