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8일 오후 8시경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 도중 광화문 앞에서 인권침해감시활동을 하던 권영국(52) 변호사를 일반교통방해, 해산명령불응,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고,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권영국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들과 함께 ‘인권침해감시변호사단’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 형광색 조끼를 입고, 경찰과 시민들이 대치 중인 최일선에서 경찰이 부당하게 공권력을 남용하는지를 감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미지 확대보기▲지난18일추모집회당시종각역지하차도까지가로막으며시민들의통행을막는경찰에민변‘인권침해감시단’조끼를입고항의하는권영국변호사의모습을시민이찍은사진.본지는시민의협조로보도한다.
민변(회장 한택근)은 이날 성명에서 “권영국 변호사는 인권을 옹호하는 변호사로서, 집회현장에서 경찰의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변호사로서, 그리고 현행범으로 체포됐거나 체포될 수 있는 시민들의 접견 변호사로서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불법은 간과한 채 물대포, 최루액 직사, 욕설에 항의하는 권영국 변호사를 표적으로 연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이덕우변호사가지난18일밤광화문일대에쳐진경찰차벽사진을찍어페이스북에열렸다.좌측에경찰들도휴식을취하며대기하고있다.
민변은 “경찰은 자신들이 먼저 불법을 자행했음을 망각한 채 권영국 변호사가 다른 변호사들과 함께 ‘인권침해변호사단’ 조끼를 입고 인권침해 감시활동을 하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해 가면서 권 변호사를 표적삼아 연행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명백한 불법체포”라고 비판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지난18일시민이민변인권침해감시단권영국변호사의활동사진을찍어트위터에올린사진.본지는시민의협조로반영한다.
그러면서 검찰에 구속영장청구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은 20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편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위원장 오영중 변호사)는 21일 성명을 통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전 국민이 경건하게 피해자를 추모해야 할 시기에 추모집회를 결국 강경진압으로 제압하고, 추모를 위해 참가한 시민들과 인권침해 감시 활동을 하던 권영국 변호사에 대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 청구를 한 경찰의 처사에 유감을 표시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권영국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이와 관련, 민변 소속인 이광철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권영국 변호사님 영장실질심사장이다. 변호인으로 50명 넘게 참여했고, 이 법정에는 34명이 출석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변호사가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보면 법정 앞 복도에 수많은 변호사들이 모여 있었다.
이광철 변호사는 “변호사이고 아니고를 떠나, 세월호 집회 현장에서의 행위가 범죄라는 것도 웃기지만, 권 변호사님이 도주의 우려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건 더더욱 웃긴다”고 구속영장을 신청한 경찰과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사를 모두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세상이 미쳐 돌아간 지 오래돼서 별로 놀랍지 않다”며 “다만 밤이 깊으면 새벽이 멀지 않았다는데, 우리의 새벽은 언제일지 난 그게 궁금한다”고 씁쓸해 했다.
한편, 류하경 변호사는 이날 오후 7시 50분께 페이스북에 “권영국 변호사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끝났다”며 영장실질심사 법정에서의 분위기를 자세히 전했다.
류 변호사는 “검사가 ‘다수 일반시민의 인권과 경찰의 인권은 왜 보호하지 않느냐’고 말했다”며 “이에 대해, (변호인으로 참석한) 이대순 변호사는 ‘변호사는 힘이 약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소수의 인권을 보호한다’, ‘불법집회라고 해서 인권침해감시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더욱 필요하다. 변호사는 형사절차에서 기본적으로 피고인을 보호한다 오늘 권 변호사를 구속한다면 변호사업계 전체의 업무수행을 어렵게 만드는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최후진술에서 “무장한 경찰과 비무장의 일반시민이 충돌하는 경우 변호사가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가. 재범의 위험이 있어 본인을 구속하라는 검사의 주장은, 변호사법 제1조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는 조항을 지키지 말라는 이야기다.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법정보다 현장에서 더 비일비재하다. 변호사가 꼭 필요한 곳은 오히려 법정이 아니라 현장일 때가 많다. 그런데 인권침해감시활동을 재범의 위험이라 말하며 본인을 구속시킨다면 이는 변호사의 사명을 다시는 실현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류하경 변호사는 “권 변호사님이 이런 취지로 최후진술을 잘했다. 무척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워딩은 정확하지 않다”며 혹시 일부 잘못 적었을 수 있음을 조심스러워했다.
류 변호사는 “잠시 후 밤 11시에 수서경찰서 앞마당에서 권 변호사님을 만나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내며, 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할 것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