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제주도에서 일용노동자로 살아가는 30대 A씨. 그가 사찰이나 타인의 집 등에 몰래 들어가 8회에 걸쳐 훔친 금품은 136만원 상당. 결국 A씨는 검찰이 기소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8회에 걸쳐 상습적으로 절도범행을 저지른 점을 감안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특가법)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인 제주지방법원은 2014년 11월 특가법의 상습절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8회에 걸쳐 도둑질을 했는데 136만원을 훔쳤다면 피해액으로만 보면 어쩌면 절도범 가운데 좀도둑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징역 4년형은 가혹한 처벌로 보일 수 있다.
검찰은 A씨가 2014년 5월 20일 제주지 애월읍의 모 사찰에 몰래 들어가 10만원을 훔치는 등 그해 9월까지 8회에 걸쳐 제주도 일대의 사찰이나 가정집에 들어가 시주금, 금목걸이, 금반지 등을 훔친 혐의로 기소했다. 심지어 화물차에서 문방용 커터칼을 훔쳤다는 내용도 범죄사실에 있다.
136만원을 훔친 절도범에게 어떻게 징역 4년의 중형이 선고된 것일까. A씨는 형법의 절도죄가 아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혐의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절도죄는 형법 제329조에 따라 6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반면 특가법 제5조의4(상습 강도ㆍ절도죄 등의 가중처벌) 1항은 상습적으로 절도죄 또는 절도미수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의 절도 혐의로 기소됐다면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데, 특가법의 상습절도 혐의가 적용되다보니 법정형 3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게 된 것이다.
1심인 제주지법이 작년 11월 A씨에게 특가법상 상습절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하자, A씨가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26일 빵을 훔친 경우라도 상습절도범일 경우 징역 3년 이상의 중형에 처하도록 규정한 이른바 ‘장발장’ 조항인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제5조의 4 관련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형법 조항과 똑같은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 법정형만 상향 조정해,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평등의 원칙에 위반돼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난 뒤 A씨의 항소심(제주2014노127) 판결이 나왔다. 광주고법 제주형사부(재판장 김종호 부장판사)는 지난 1일 A씨의 형량을 징역 4년에서 3년으로 낮춰 감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동종 전과로 형의 집행을 종료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동일한 범죄를 저지른 점, 원심의 공판기일에 출석한 직후에도 여러 차례 추가로 절도 범행을 저지른 점,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공소장 변경에 따라 당초 원심에서 인정된 것보다 당심에서 더 많은 범행이 인정된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고려할 양형요소”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는 점, 헌법재판소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중 상습절도에 관한 조문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린 취지, 당심에서 형법에서 정한 상습절도로 죄명과 적용법조가 변경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