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로이슈

검색

법원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보고서 효력…대법원 “보도연맹사건 피해배상”

“조사보고서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이를 쉽게 배척해선 안 된다”

2015-03-23 18:54:26

[로이슈=신종철 기자] 6·25 한국전쟁 당시 무고한 사람들을 좌익으로 몰아 집단 학살해 수장하거나 매장한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희생자와 유족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특히 이번 대법원은 과거사 사건에 대한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이를 쉽게 배척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 점은 앞으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다른 사건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 따르면 ‘부산ㆍ사천 국민보도연맹사건’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1950년 7월부터 8월 중순 사이 부산 지역에서 보도연맹원, 예비검속자들이 경찰과 헌병, 방첩대에 의해 연행되거나 소집통보를 받고 출두한 후, 경찰서와 형무소 등에 구금됐다가 집단적으로 희생된 사건을 말한다.

그들은 부산 사하구 구평동 동매산, 해운대 장산골짜기, 부산 금정구 화동동 골짜기 등지에서 총살 등의 방법으로 희생됐고, 대부분의 희생자들은 부산 오륙도 인근 해상에 수장됐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9월 ‘부산ㆍ사천 국민보도연맹사건’에 관해 망인 15명을 포함한 31명을 희생자로 확인하는 내용의 진실규명결정을 했다.

‘경남 양산 국민보도연맹 사건’도 양산 지역에서 보도연맹원들이 양산경찰서 유치장과 목화창고 등에 구금됐다가 1950년 8월 중순경 양산군 동면 사송리 사배재, 동면 여락리 남락고개 일대에서 집단적으로 희생된 사건을 말한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9월 ‘경남 양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에 관해 97명을 희생자로 확인하는 내용의 진실규명결정을 했다.

이에 희생자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16민사부(재판장 지상목 부장판사)는 2013년 12월 희생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 “국가는 원고 41명에게 총 17억5419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불법행위의 내용 및 피해 정도, 이 사건 희생자들과 유족들이 겪었을 극심한 정신적 고통, 사회와 국가로부터 받았을 온갖 차별과 냉대ㆍ편견 및 이로 인한 경제적 궁핍, 피고가 불법행위일로부터 60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별도의 특별한 조치 없이 희생자 및 유족들의 손해를 방치한 점 등을 모두 참작해, 피고가 배상해야 할 위자료의 액수를 희생자 본인은 8000만원, 배우자는 2000만원, 부모와 자녀는 1000만원, 형제자매는 500만원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17민사부(재판장 이창형 부장판사)는 2014년 9월 원고 유가족 중 11명에 대해서는 “보도연맹 사건의 희생생자임이 명백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불인정, 유가족 30명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희생자들과 유족들에 대한 위자료는 희생자 본인의 경우 8000만원, 배우자의 경우 4000만원, 부모와 자녀의 경우 800만원, 형제자매의 경우 400만원으로 등으로 정했다.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부산ㆍ사천, 경남 양산 국민보도연맹 사건’ 피해자와 유족 등 41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4다228464)에서 원심에서 패소 판결한 11명에 대해서도 승소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과거사정리법의 목적과 내용, 이에 의해 설치된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활동 방식, 조사보고서의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에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조사보고서나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처분 내용이 법률상 ‘사실의 추정’과 같은 효력을 가지거나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증명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고, 조사보고서 중 해당 부분을 개별적으로 검토하는 등 개별 당사자가 해당 사건의 희생자라는 점을 증거에 의해 확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국민보도연맹 사건이 발생한 지 이미 60여년이 지나 개별 사건에 관해 직접적으로 목격하거나 알고 있던 사람들이 상당수 사망해 직접적인 목격자 진술 등 명백한 증거에 의해 희생사실을 인정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직접적인 목격자의 진술이 아니라거나 전문진술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쉽게 배척할 것이 아니라 그 진술이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조사한 해당 사건의 개괄적 내용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을 살펴 진술의 신빙성과 증거가치를 세심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률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인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에 의해 희생자로 확인된 사람의 유족들은 그러한 결정의 효력을 신뢰해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에서 추가로 증거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잘못 판단할 여지가 크고, 국가가 망인들의 희생사실을 다투거나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더해 보면, 국민보도연맹 희생자로 인정한 1심 판정을 뒤엎은 원심판결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심에서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희생자임이 명백히 증면된 것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인정하지 않은 11명에 대한 부분을 파기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로이슈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반론·추후 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
리스트바로가기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