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전용모 기자] 대출을 받기위해 건넨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됐다고 하더라도 대출명의자의 주의의무 위반과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면 배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8월 22일 검사를 사칭한 자로부터 전화금융사기 일명 보이싱피싱을 당해 지시에 따라 사이트에 계좌와 비밀번호, 보안카드번호를 입력하고 또 다른 저축은행계좌를 개설했다.
검사를 사칭한 자는 이어 A씨의 정보를 이용해 공인인증서를 재발급 받아 A씨 명의의 저축은행계좌에서 양도받은 B씨의 계좌로 22일 597만원상당을 이체해 빼갔다.
앞서 B씨는 ‘대출을 받게 해 주겠다’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자신의 신규로 개설한 통장과 현금카드 등을 알선자에게 양도했다.
이로써 B씨의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됐다.
이후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을 안 A씨는 B씨를 상대로 “금원을 편취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용이하게 해 과실에 의해 제3자의 불법행위를 방조, 손해배상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작년 8월 13일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A씨는 1심판결을 취소한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항소심인 대구지법 제1민사부(재판장 이영화 부장판사)는 지난 6일 A씨(원고)가 B씨(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등 소송(2014나14557)에서 “제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교부행위에 대하여 금전적 대가를 받았다거나, 통장과 현금카드를 대출 목적을 넘어서서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허락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는 점, 전화금융사기, 이른바 보이스피싱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하면서 이를 양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설령 피고에게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 명의의 계좌는 이미 원고가 이름을 알 수 없는 자에게 기망당한 후 재산을 처분하는 데 이용된 수단에 불과해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