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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신영철 대법관 “법관으로 손색없는 재판 위해 혼신 쏟았다”

“장기간 법관으로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업무수행에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

2015-02-17 15:48:16

[로이슈=신종철 기자] 2009년 2월 18일 대법관으로 취임한 신영철 대법관이 6년 임기를 마치고 17일 대법원 청사에서 퇴임식을 갖고 대법원을 떠났다.

이 자리에는 양승태 대법원장, 박병대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동료 대법관 등이 모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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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대법원청사에서퇴임식을갖는신영철대법관(사진=대법원)


신영철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취임 당시의 포부를 이루었는지 의문이 없지 않지만, 적어도 장기간 법관으로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업무수행에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할 수는 있다”며 “또 건전한 상식을 가진 한 보편적인 인간으로써 사고할 뿐 아니라 치열한 프로 정신으로 무장한 전문가로써도 손색이 없는 재판을 하기 위해, 제가 가진 시간을 온전히 다 썼다고 자부한다”고 자평했다.

신 대법관은 “밀려드는 사건 속에서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정의로운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고뇌한 시간들은 저에게 상당한 고통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그에 상응한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신영철 대법관은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가 고양되면서 법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관심과 기대와 함께 비판도 눈에 띄게 증가했고, 재판이 국민의 기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법원의 신뢰가 손상을 받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대법관은 “이와 같은 상황이 곤혹스럽게 느껴지고 때로는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사법부의 독립은 국민의 신뢰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이러한 시련과 역경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나아가 우리 사법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는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17일대법원청사에서열린퇴임식에서신영철대법관(우)에게기념품을전달하는양승태대법원(사진=대법원)이미지 확대보기
▲17일대법원청사에서열린퇴임식에서신영철대법관(우)에게기념품을전달하는양승태대법원(사진=대법원)


아울러 법관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신영철 대법관은 “법관의 직은 참으로 존귀한 것이고, 법관의 재판은 한 개인과 그 가정은 물론 국가사회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다. 국민이 법관에게 재판을 맡긴 것은 단순히 법률지식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다”며 “법관은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은 물론 고매한 인격을 갖추고 있어서 다른 사람의 일을 재단할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 대법관은 “모름지기 법관은 자신에게 재판권이 부여된 뜻을 잘 헤아려 자긍심을 갖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법관과 재판에 대한 국민의 믿음과 신뢰가 회복되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영철 대법관은 “저는 이제 무거운 법복의 무게를 내려놓고 물러가겠다. 저는 앞으로 법원 밖에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 속에 법과 질서의 옹호자로서 또 국민의 인권신장의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를 기도하겠다”며 “그리고 그렇게 되는데 필요하다면 저의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말했다.

▲17일대법원청사에서열린퇴임식장에들어서는신영철대법관과양승태대법원장(사진=대법원)이미지 확대보기
▲17일대법원청사에서열린퇴임식장에들어서는신영철대법관과양승태대법원장(사진=대법원)


다음은 신영철 대법관 퇴임사 전문

존경하는 양승태 대법원장님, 동료 대법관님, 그리고 법원장님을 비롯한 법원 가족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이와 같이 따뜻하게 배려해 주신데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이제 6년간의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법원을 떠납니다. 제가 판사로서, 또 대법관으로서 33년 여 간 재판의 한 길을 걸으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된 것은 오로지 여러분의 덕분입니다.

특히 제가 대법관 임기 중 만난 전속, 공동 연구관 여러분, 또 비서실에서 저를 도와 준 직원 여러분, 여러분이 아니었으면 제가 대법관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울러 제가 공직생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결같이 제 곁을 지키며 사랑과 헌신으로 저를 감싸주고 응원해 준 저의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2009년 2월 18일 대법관으로 취임하여 우리나라 최고법원의 구성원으로서 판례 형성에 참여하는 영예와 축복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취임사에서 단순히 사건 하나를 해결하기 위한 형식논리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 이면에 숨어있는 진실을 파악하며, 시대가 변하더라도 소중하게 간직하여야 할 원칙을 지키되, 무엇보다도 국가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국민의 뜻을 잘 헤아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위와 같은 취임 당시의 포부를 이루었는지 의문이 없지 않습니다만, 적어도 장기간 법관으로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업무수행에 최선을 다 했다고 자평할 수는 있겠습니다.

또 건전한 상식을 가진 한 보편적인 인간으로써 사고할 뿐 아니라 치열한 프로 정신으로 무장한 전문가로써도 손색이 없는 재판을 하기 위하여, 제가 가진 시간을 온전히 다 썼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어폐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정책 결정자로서의 시각으로 약간 다른 각도에서 사안을 보려고 노력하기도 하였습니다.

밀려드는 사건 속에서 그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정의로운 결론을 도출하기 위하여 고뇌한 시간들은 저에게 상당한 고통을 안겨주기도 하였지만, 그에 상응한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사랑하는 법원 가족 여러분!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가 고양되면서 법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관심과 기대와 함께 비판도 눈에 띄게 증가하였고, 재판이 국민의 기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법원의 신뢰가 손상을 받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 곤혹스럽게 느껴지고 때로는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사법부의 독립은 국민의 신뢰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아니 됩니다. 이러한 시련과 역경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나아가 우리 사법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는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법원 구성원들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국민의 기본권 수호와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을 성실하게 수행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얻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 왔다고 믿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대처하여 국민의 가슴 속에 법원이 진정한 자유, 평등, 정의의 전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애써 주시기 바랍니다.

▲17일대법원청사에서퇴임식을갖는신영철대법관(사진=대법원)이미지 확대보기
▲17일대법원청사에서퇴임식을갖는신영철대법관(사진=대법원)

존경하는 법관 여러분!

법관의 직은 참으로 존귀한 것입니다. 법관의 재판은 한 개인과 그 가정은 물론 국가사회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국민이 법관에게 재판을 맡긴 것은 단순히 법률지식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닙니다. 법관은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은 물론 고매한 인격을 갖추고 있어서 다른 사람의 일을 재단할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모름지기 법관은 자신에게 재판권이 부여된 뜻을 잘 헤아려 자긍심을 갖고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야 법관과 재판에 대한 국민의 믿음과 신뢰가 회복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법원 가족 여러분!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변화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사건은 매우 복잡해져서, 흑백이나 좌우 등의 단선적인 논리로 쉽게 재단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법원이 소수자와 경제적 약자를 더 배려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사건에 따라서는 관련되는 이익이 서로 얽혀 있어서 어느 것이 소수자나 경제적 약자를 위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약자를 옹호하는 것으로 보이는 판결이 다른 약자의 권리신장에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사회의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는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법률지식뿐만 아니라 인문사회적인 천착을 계속하여 시대정신을 간파할 수 있는 폭넓은 시야와 식견을 갖추도록 하여야 합니다.

우리 법관들이 과중한 업무로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찾기 어렵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 속에서도 자신을 연마하고 변화를 수용하는 노력을 계속하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아울러 법관의 이와 같은 고독한 결정과정에서의 고뇌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이제 무거운 법복의 무게를 내려놓고 물러가겠습니다. 그 동안 법원 가족 여러분은 물론 국민 여러분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분에 넘치도록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앞으로 법원 밖에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 속에 법과 질서의 옹호자로서 또 국민의 인권신장의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데 필요하다면 저의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한 시간들을 소중한 추억으로 평생토록 간직하겠습니다.

법원 가족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평화와 행복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5. 2. 17.
대법관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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