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반대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4일 시민사회단체들도 임명제청한 양승태 대법원장과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청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국회에게는 인사청문회까지 갈 것도 없다고 했고, 법관들에 대해서도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조작 사건의 담담검사 경력을 가진 인물을 대법관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 사법부의 체면과 명예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압박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천주교인권위원회,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등 7개 단체는 이날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 동의 철회 촉구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서보학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이재화 변호사(민변 사법위원장), 이재승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 김학규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박종부 박종철 열사 형님,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 김명훈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의장 등이 참석했다. 사회는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맡아 진행했다.
이날 서보학 소장은 “고문치사 축소 검사가 대법관 후보라니”, “알고도 추천했다면 국민 우롱, 모르고 추천했다면 인사 무능”이라고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1987년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조작 사건의 담당 수사 검사를 대법관 후보로 대통령에게 제청한 양승태 대법원장과 국회에 임명 동의를 요청한 박근혜 대통령을 규탄하고, 임명 동의 철회를 촉구했다.
또한 “박상옥 후보가 이런 경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대법관 후보로 나선 것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스스로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특히 “국회는 인사청문회까지 갈 것도 없이 대통령에게 박상옥 후보의 임명 동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해야 하고, 사법부를 구성하는 법관들은 이런 경력을 가진 인물을 대법관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 사법부의 체면과 명예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이번 일로 대법관 후보 추천과 검증의 문제점이 만천하에 드러난 만큼, 대법관 자격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참가단체들의 요구사항
1. 박상옥 후보는 권력의 외압에 굴복해 수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자진사퇴하라.
1. 대법원장과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박상옥 후보의 임명 동의를 즉각 철회하라.
1.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국회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전면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논의에 즉각 착수하라.
한편, 4일 박상욱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반대 임장을 분명히 밝힌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에 따르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은 이렇다.
1987년 1월 13일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 박종철이 불법 체포돼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돼 조사관들로부터 가혹한 폭행, 전기고문, 물고문을 당한 끝에 1987년 1월 14일 509호 조사실에서 사망한 것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다.
그런데 당시 검찰은 사건을 축소ㆍ은폐하기에만 급급해 이 사건에 가담한 최소한의 책임자만을 기소했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고문경찰관 3명 더 있다”는 폭로 이후에야 가담자를 추가 기소하는 등 외압에 굴복해 헌법과 법률에 부여된 수사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지 않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라는 게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설명이다.
2009년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관계기관대책회의 은폐ㆍ조작 의혹’에 대한 결정문에서 “검찰은 사건의 진상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직무를 유기해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다가 국민에게 은폐사실이 폭로된 이후에야 추가 공범을 포함 치안본부 관계자 등 은폐에 가담한 책임자를 최소한만 기소해 결과적으로 관계기관대책회의의 부당한 개입을 방조하고 은폐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는 (중략) 검찰이 외압에 굴복해 헌법과 법률로 부여된 수사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지 못한 점에 대하여 유족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 검찰이 헌법에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었음에도 권력층의 압력에 굴복하여 진실 왜곡을 바로 잡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