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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운 로스쿨 교수 “적정한 변호사 배출 수 사회적 합의하자”

“변호사 수를 지금처럼 비정상적으로 늘리면 공멸…범죄에 유혹되는 변호사들 일탈 막을 수 없어”

2015-01-31 19:37:34

[로이슈=신종철 기자] 변호사업계에서 사법시험 존치 논란이 뜨겁다. 최근 새로 선출된 대한변호사협회 제48대 변협회장에 당선된 하창우 변호사와 서울지방변호사회 제93대 회장에 당선된 김한규 변호사 모두 사법시험 존치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변호사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등 법조인생 30년차인 박찬운 교수가 “지금처럼 비정상적으로 변호사 수를 늘리면 공멸한다”고 우려하며 하루 빨리 적정한 변호사 배출 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하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변호사업계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있어 범죄에 유혹당하는 변호사가 많아지고 있는데, 급증하는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나 형사처벌로도 막기 힘든 상황이 도래한 것으로 적정한 변호사 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로스쿨 교수가 적정한 변호사 수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하자는 제안은 쉬운 게 아니다. 왜냐하면 로스쿨은 변호사 문턱을 낮춘다는 취지에서 많은 변호사를 배출하기 위해 만들어 졌고, 게다가 로스쿨 졸업 후 치르는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현재보다 높여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로스쿨이기 때문이다.

이에 박찬운 교수도 비판을 받을 각오, 총대를 멘다는 표현을 쓰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변호사인박찬운한양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사진=페이스북)이미지 확대보기
▲변호사인박찬운한양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사진=페이스북)


총대를 메고 비판을 받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박찬운 교수는 30일 페이스북에 [이제 변호사 수를 이야기 하자]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 글에는 변호사들이 댓글을 달며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박 교수는 먼저 “나는 변호사 출신의 로스쿨 교수다. 지난 30여 년간 법조인 생활 중 변호사로서 15년, 교수로서 10여 년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과거엔 나도 법조의 일원으로서 삶의 현장에서 법률업무를 했지만, 지금은 미래의 법률가들을 가르치면서 법조 현장을 관찰하고 있다”고 자신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박찬운(53) 교수는 스물두 살 때인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률가가 됐다. 그는 변호사와 교수 외에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국장으로 2년 동안 재직하며 사형제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인정 등 인권위의 대표적 인권정책 권고에서 실무책임을 맡았었다.

박 교수는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변호사 수”라며 “로스쿨 이후 변호사들의 급격한 증가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한다고 하는데 그 실상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변호사나 변호사단체가 이런 말을 하면 언론이나 많은 시민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고 적었다.

“변호사 많다는 말, 그건 그저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한 말이다. 우리 사회에는 당신들 보다 더 어려운 사람 많다. 변호사들이라고 해서 경쟁시대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변호사 많아지면 변호사는 나쁘겠지만 시민은 좋아진다”

박찬운 교수는 “이런 말들이 난무하니 누구도 총대를 짊어지고 그 실상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며 “특히 로스쿨 교수들은 더욱 그렇다. 변호사 수에 대해 함부로 말하면 로스쿨 운영에 자살골이 될 거라는 생각 때문에 알아도 말하지 않는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박 교수는 “그래서 내가 오늘 그것을 좀 말해야겠다. 법조에 비판적인 분들로부터 비판을 받더라도 제대로 설명 좀 해야겠다”고 작심한 듯 말했다.

그는 “결론부터 말하자”며 “지금 변호사 수는 비정상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변호사 수를 늘려도 이런 식으로 늘리면 공멸이다. 하루 빨리 그 수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지금 법조는 혼동의 시기에 있다. 어수선하기 그지없다. 젊은 변호사들은 삶의 현장에서 허덕이고 있으며, 선배 변호사들은 날로 달라지는 법조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 한다”며 “이 혼동의 핵심은 법조인 수의 급격한 증가에 있다. 2014년말 현재 전국 개업 변호사 수는 1만 6천여명이며, 휴업회원 수를 포함하면 2만명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수가 아니라 급격한 증가 속도다. 개업 변호사 수는 1980년 940명 기준 17배, 1990년 1921명 기준 8배, 2000년 4228명 기준 4배, 2005년 6997명 기준 2배로 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증가속도는 1980년대 초부터 활동해 온 변호사는 그 때와 비교해 현재 17배나 많은 변호사 사회에서, 1990년대 초부터 활동해온 변호사는 8배, 2000년대 초부터 활동해 온 변호사는 4배나 많은 변호사 사회에서 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이게 상상이나 되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박찬운 교수는 “이런 상황을 누군가는 ‘경쟁 시대를 살지 않았던 선배 변호사들은 경쟁을 포기하거나, 그 중에서 이미 돈을 벌어 놓은 사람들은 현 시대를 관망하면서 말세라고 한다. 후배 변호사들은 과거의 영화를 모르니 그저 아귀다툼이나 다름없는 경쟁의 한 가운데에 있다’ 이렇게 표현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로스쿨이 개원한 이후 이 증가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는데, 올해 전국 개업 변호사는 수는 1만7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것은 지난 5년간 변호사 수가 순수하게 7000명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1980년부터 2000년까지 20년간은 변호사 수가 두 배로 되는데 각각 10년이 걸렸지만, 2010년 이후에는 그것이 5년 이하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매 5년마다 전국 변호사 수가 2배로 늘어나는 추세”라며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볼 수 없는 한국적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우리와 비교할 수 있는 나라가 유일하게 일본인데, 일본마저 최근에는 변호사 증가 속도가 사회적으로 큰 부담이라 느끼고 감원에 사회적 합의를 한 상황이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일본은 매년 신규 변호사 수를 1500명으로 감원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일본이 연간 신규 변호사 수를 1500명으로 확정하고, 한국에서 몇 년 후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몇 년 후부터 한국과 일본은 같은 수의 변호사를 매년 배출한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일본의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우리가 4~5배를 더 배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들의 윤리의식도 점점 희박해져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한변협은 그간 정기적으로 비리를 저지른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를 내리고 이를 공개해 왔다. 변협은 2011년 37명, 2012년 48명, 2013년 49명의 변호사를 징계했다”며 “징계대상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지만 그것보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징계를 받은 변호사 상당수가 금품 관련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형사사건으로 입건 된 수는 징계건수가 훨씬 많아 매년 그 10배에 가깝다. 최근 통계를 보면 2011년 325명, 2012년 375명, 2013년 544명, 2014년 566명에 이른다”며 “이들 대부분도 금품과 관련된 것으로 그 원인을 추적하면, 악화된 수임환경이 가장 큰 배경임을 알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누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변호사 사회가 아무리 어려워도 변호사들이 윤리규정을 위반하고, 더욱 범법행위를 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고. 맞다. 용인할 수는 없다. 앞으로 변호사단체는 더욱 눈을 부라리고 회원들을 단속해야 한다. 그리고 수사기관도 범법행위를 일삼는 변호사들을 엄히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운 교수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될까? 윤리규정을 강화하고, 징계를 강화하고, 형사처벌을 한다고 해서 변호사들의 비윤리적 행위가 사라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런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구조의 한계다. 변호사 수가 이렇게 급속하게 증가하는 한 변호사들의 일탈은 막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맹자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항산(恒産)에 항심(恒心)이라고. 물질적 기반이 근본적으로 깨진 사회에서 윤리와 도덕을 논할 수 없다”고 상기시켰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로스쿨도 좋고, 사시(사법시험) 존치도 좋고, 그 무엇도 좋다. 그러나 그것보다 우리나라에 어느 정도의 변호사가 있어야 하는 지를 논의해야겠다. 로스쿨 도입 전에 충분히 했어야 했는데, 만시지탄”이라며 “하지만 지금이라도 그것을 논해야 한다. 일본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적정 변호사 수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논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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