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피고인이 재판을 충실하게 받아 1심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피해회복을 위해 법정구속하지 않았는데, 항소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면 법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항소심이 피고인과의 연락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은 채 공시송달방법으로 송달하고 피고인에게 법정 출석과 진술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이는 위법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50대 A씨는 2009∼2010년 “광산 개발에 투자하라”며 피해자 2명으로부터 6억4000만원을 받아 챙긴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제1회 공판기일부터 제9회 공판기일까지 빠짐없이 출석해 재판을 받았다.
1심은 2013년 5월 A씨에게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무죄를 다투는 A씨의 방어권 보장과 피해자들의 피해를 회복할 기회를 주기 위해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A씨는 곧바로 변호인을 통해 항소를 제기했으나, 이후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항소장에도 항소이유의 기재가 없었다.
이에 항소심 법원이 2013년 10월부터 2014년 3월까지 4회에 걸쳐 검찰의 공소장에 기재된 A씨의 대전 선화동 주소지로 소환장을 보냈고, 동거인인 아들이 송달받았음에도, A씨는 계속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자 법원은 A씨의 휴대전화번호로 전화통화를 시도했는데 결번이어서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에 A씨의 주소지 관할 경찰서장에게 소재탐지를 촉탁했다. 소재탐지촉탁 회신 결과 A씨는 5~6개월 전에 주소지를 퇴거한 이후 현재 소재지 및 연락처를 아들조차 알지 못한다고 하는 등 소재가 불명해졌다.
그러자 법원은 2014년 5월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A씨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서 등을 송달했으나, A씨는 공시송달의 효력이 발생한 2014년 5월 28일부터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인 20일 이내에 제출하지 않았다.
한편, 법원은 A씨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 충북 제천에 있는 직장 주소와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었으나, 공시송달결정을 할 때까지 직장에는 연락을 시도하지 않았다.
항소심은 피고인소환장 등을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한 후 제7회 공판기일에 A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 변론을 종결하고, 2014년 8월 제8회 공판기일에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편취 금액이 거액이고 피해자들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 피고인이 당심에서 행방을 감추고 법정에 출석하지 않는 등 재판에 불성실하게 임한 점 등을 종합하며 원심의 양형은 적절한 것으로 판단되고,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항소심 재판절차가 잘못됐다는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공소장에 기재된 피고인의 주소지와 휴대전화번호로 직접 연락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소재탐지촉탁을 거쳐 공시송달결정을 할 것이 아니라, 증거기록에 나타나는 피고인의 다른 주소로 송달해 보거나, 피고인의 직장 전화번호로도 연락해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해 보는 등의 시도를 해 보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이 이러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채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다고 단정해 곧바로 공시송달 방법에 의한 송달을 하고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을 한 조치는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피고인에게 출석의 기회를 주지 않은 위법이 있고, 이는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배돼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에 해당한다”며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