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헌법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의무교육 경비를 국가가 모두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쉽게 말해 중앙정부와 실제로 학교를 설립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공동 부담이라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국가 소유 토지를 학교용지로 무단 점유 사용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토지임대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것이니 이를 국가에 반환해야 한다는 사건과 관련한 판례를 통해서다.
법원에 따르면 부산시는 2000년 7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부산 기장군 기장읍 일대 국유지를 기장중학교의 학교부지로 사용했다. 이에 정부는 “이 기간 동안 소유자인 국가에 손해를 가했으므로,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부산시에 소송을 냈다.
반면 부산시(교육청)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교육의무를 부담하는 공동운명체이므로 부산시가 국가 소유의 토지를 학교부지로 사용했다고 해서 국가에 손실이 있거나 부산시에게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부당이득의 요건인 수익과 손실 사이의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부산시에게 이득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산시에게 그 이득을 보유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통념, 공평과 정의의 이상에 부합하므로 부산시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1심인 부산지법 민사10단독 서아람 판사는 2010년 4월 국가가 부산시(대표자 부산시교육감)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부동산 점유 사용으로 인한 이득액(임대료) 1129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국민과의 관계에서 교육의 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교육의 의무,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 혹은 교육이라는 헌법적 가치 역시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입법한 구체적인 법률을 통해 구현되는 것이므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에 주어진 의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법률이 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어느 일방이 절차와 방법을 무시한 채 무단히 상대방의 재산을 사용함으로써 이득을 얻고 그로 인해 상대방에게 손해를 가했다면 그 이득은 부당이득으로서 상대방에게 반환돼야 하고, 쌍방이 공통으로 수행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타인의 재산을 사용한 측에 아무런 이득이 없다거나, 상대방에게 손실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같은 맥락에서 피고가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음에도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히 토지를 사용한 것을 두고 사회통념이나 공평과 정의의 이상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부산시가 항소했으나, 항소심인 부산지법 제3민사부(재판장 장홍선 부장판사)는 2010년 7월 부산시의 항소를 기각했다.
사건은 부산시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좀처럼 판단이 나오지 않다가 무려 4년6개월 만에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그런데 헌법에서 규정한 의무교육은 무상과 관련해 대법원의 중요한 입장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정부가 “국유지를 무단으로 사용해 부당하게 얻은 이익을 돌려달라”며 부산시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2010다69704)에서 “국가에 1129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헌법 제31조 제2항, 제3항은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지며,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 규정으로부터 직접 의무교육 경비를 중앙정부로서의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은 도출되지 않으며, 의무교육의 성질상 중앙정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 규정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등 관련 규정들의 취지를 종합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설립ㆍ경영하는 학교의 부지 확보, 부지의 사용료 지급 등의 사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방교육자치의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인 자치사무라고 할 것이고, 국가는 법률과 예산의 범위 안에서 지방교육자치를 실현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게 재정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며, 이러한 국가의 지원범위를 벗어나 지방자치단체가 법률상 원인 없이 국유재산을 학교부지로 임의 사용하는 경우에는 민법상 부당이득이 성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가 원고로부터 사용허락 등을 받지 않고 2004년 9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원고 소유인 토지를 기장중학교의 학교용지로 점유ㆍ사용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는 원고에게 이로 인한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