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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욕설 시민 현행범 경찰 ‘불법체포’ 된 이유…정방방위 왜?

공무집행방해와 폭행 혐의는 불법체포에 저항한 정당방위로 무죄…모욕 혐의만 벌금 100만원

2014-12-27 10:03:37

[로이슈 부산경남지역본부=전용모 기자] 술에 취한 시민이 출동한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때론 경찰과 시비가 붙어 몸싸움까지 벌어진다. 그런데 모욕(욕설)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는 경찰에게 시민이 저항하는 경우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등을 추가한다.

하지만 이때 현행범인 체포 과정에서 자칫 무리한 불법체포가 되지 않으려면 경찰이 유념해야 할 법원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사건현장에서 늘 있는 현행범인 체포 요건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는 시민을 모욕 혐의로 현행범인으로 체포할 시점이 모욕 범행의 직후였더라도, 당시 현장에 동료 경찰관과 수많은 목격자들이 범인의 욕설을 들었다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또한 시민의 욕설은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는 경찰관의 거친 언사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우발적인 행위로 범행내용이 경미해 현장에서 체포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결국 경찰은 현행범인 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는 ‘불법체포’를 한 것이고, 이에 저항한 폭력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된다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검찰의 공소사실과 법원에 따르면 지난 4월 16일 새벽 부산의 한 노상에서 A씨 일행과 주점 종업원과 시비가 붙었고, A씨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B씨에게 시비문제에 대해 설명하려고 그의 어깨를 손으로 잡았다.

그런데 B씨는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것으로 오해하고 A씨에게 다소 거친 어투로 말했다. 이에 A씨는 “민중의 지팡이가 시민 말을 안 듣고 가네”라면서 약 10분간 욕설을 했다. 당시 현장 인근에는 경찰관 2명과 50여명이 구경하고 있었다.

이에 경찰관 B씨가 모욕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려하자 A씨는 B씨의 멱살을 잡고 밀고 당겼다. 이를 본 동료 경찰관 C씨가 체포하려하자, C씨의 다리를 수회 차기도 했다. 이에 경찰관 D씨가 체포하려하자, A씨는 D씨의 경찰제복 상의를 잡아 당겨 경찰 흉장이 찢어지게 했다.

A씨는 경찰들이 체포하려하자 위험한 물건인 맥주병을 들고 던질 듯한 태도를 보이며 협박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A씨의 일행(E)은 경찰관들이 A씨를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려하자 욕설을 하며 경찰관 B씨의 몸을 밀쳤다.

결국 A씨는 현행범인으로 체포됐다. 검찰은 “A씨 일행이 현행범인 체포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며 공무집행방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ㆍ흉기 등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50여명이 듣는 자리에서 경찰관에게 10분간 욕설해 모욕한 혐의도 받았다.

▲부산지방법원이미지 확대보기
▲부산지방법원


하지만 부산지법 형사7단독 조현철 판사는 최근 A씨와 E씨의 공무집행방해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불법체포에 따른 정당방위’를 인정해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다만 경찰관에게 욕설한 모욕 혐의만 유죄를 인정해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으로는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한다”며 “또한 경찰관의 현행범 체포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을 벗어나 불법하게 체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 현행범이 그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불법체포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혔다.

이는 대법원 판례(2006도2732)이기도 하다.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은 정당행위, 정당방위, 긴급피난, 자구행위, 피해자의 승낙 등으로 인하여 위법성이 깨진다 것을 말한다. 즉 위법한 것은 사실이나 앞에서의 조각사유로 인해 위법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A)이 일행들과 주점종업원 사이의 시비문제에 대해 경찰관 B씨에게 설명하려고 그의 어깨를 손으로 잡자, B씨는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것으로 오해하고 다소 거친 어투로 말하자 피고인이 욕설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경찰관 B씨가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려고 했고, 피고인은 반항하면서 경찰관 C씨의 다리를 차고, D씨의 경찰 흉장이 찢어지게 했으며, 나아가 맥주병을 손에 들었다가 놓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경찰관 B씨가 피고인(A)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할 시점이 모욕 범행의 실행 직후였다고 하더라도, 당시 인근에 경찰관과 50여명의 목격자들이 피고인의 욕설을 들었으므로, 피고인에게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한 “피고인(A)의 모욕은 경찰관 B씨의 (거친) 언사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일시적, 우발적인 행위로서 범행내용이 경미하므로 B씨가 범행현장에서 즉시 피고인을 체포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경찰관이 피고인(A)을 체포한 행위는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어 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고, 이에 반항하는 과정에서 피고인(A)과 같은 행위 및 A에 대한 체포를 막으려는 E씨의 행위는 불법체포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2014고단5656)은 지난 11월 22일 내려졌는데, 의미 있는 판결이어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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