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짐을 가진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콜밴’을 이용해 택시영업을 하려다 적발됐을 경우, 비록 운송료를 받지 않았더라도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콜밴 기사 60대 A씨는 2013년 3월 충남 천안시 성환읍 성환역 앞에서 자신의 콜밴 차량에 화물을 싣지 않은 채 승객을 태우려 정차했다. 이를 본 택시기사가 A씨에게 짐이 없는데도 손님을 태우려 한다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그 사이 손님 2명이 콜밴에 탑승했으나, 택시가 막아서고 있어 A씨의 콜밴은 2m 가량 움직였으나 출발하지는 못했다.
택시기사의 신고를 받고 곧바로 경찰이 출동했고, 그로 인해 손님들이 콜밴에서 내렸다. A씨는 손님들로부터 운송료를 받지 않았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인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3단독 윤성묵 판사는 2013년 9월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A씨가 “승객으로부터 요금을 받지 않은 이상 여객자동차운송사업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은 위법하다”며 항소했고, 대전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용덕 부장판사)는 지난 4월 A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규정된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이란 다른 사람의 수요에 응하여 자동차를 사용해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을 말하고, 위 법에서는 미수범 처벌 규정을 두지 않고 있으므로,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실제로 운송료를 지급받은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이 운송료를 받을 목적에서 손님들을 승합차에 태운 것이라 하더라도 운송료를 받지 못한 이상 피고인이 운송료를 지급받을 목적이 있었다거나,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피고인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콜밴기사 A씨에 대한 상고심(2014도5827)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해 판단하라”며 대전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이 자신의 콜밴에 승객들을 태우기 위해 정차할 무렵 택시기사가 발견하고 택시로 콜밴을 막아선 후 손님을 태우지 말라고 승강이를 벌인 사실, 그 와중에 피고인이 승객들을 태운 상태에서 콜밴을 2m가량을 움직였으나 택시가 막아서고 있어 더는 진행하지 못한 사실, 택시기사의 신고로 경찰이 도착하자 승객들이 콜밴에서 내렸고, 피고인은 승객들로부터 운송료를 받지 못했던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이 운송료를 받지 못했고 승객들이 탑승한 후 이동한 거리도 2m가량에 불과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호출 승객과 운송에 관한 합의를 하고 그에 따라 승객을 태우고 콜밴을 출발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운송에 관한 합의가 있었는지, 피고인이 콜밴을 이동시킨 것이 합의에 따른 운송행위의 개시라고 볼 수 있는지 등에 관해 심리한 다음 유죄 및 무죄 여부를 판단했어야 함에도, 운송료의 현실적 지급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한 원심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단을 그르친 것”이라고 판시했다.